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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백화점 3사]'에·루·샤'가 바꾼 지형도, 메가점포 전략 '수렴'[점포전략]①랜드마크 출점 전략 내세운 신세계 '약진', 리뉴얼로 수익성 강화 '공통점'

정유현 기자공개 2024-12-24 09:19:17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백화점 업계는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과거 합리적 가격을 내세운 대형마트가 '불황에 강한 채널'로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백화점은 '럭셔리 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썼다.

소비 행태의 변화의 거센 물결 속에 백화점 주요 3사의 희비를 가른 것은 '명품 브랜드'다. 매출 1조원이 넘는 점포는 모두 3대 명품 대장으로 불리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이하 에·루·샤)'가 입점돼있다. 한 점포 내 3대 브랜드 유치 여부는 백화점 경쟁력을 가르는 잣대가 됐다. 에·루·샤를 한 점포에 모은 것은 소비자들이 이커머스가 아닌 백화점 매장을 찾는 이유가 됐다.

다점포·대중화 전략의 씁쓸한 맛을 본 롯데백화점은 점포 리뉴얼을 통해 프리미엄 전략 강화에 나섰다. 3사 중 약진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랜드마크 전략'을 공고히 하기 위해 투자 곳간을 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MZ세대를 공략하는 동시에 명품 브랜드 유치에 활발하게 나서는 모습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3사 모두 불황에도 흔들림없는 메가점포 구축 전략(전체 매출의 핵심을 차지하는 점포)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방향성은 동일하다.

◇에·루·샤 3곳 모두 입점된 점포 국내 7곳, 신세계 강남점 '1위' 등극

국내 백화점 점포 중 에·루·샤 3대 브랜드가 모두 입점된 백화점 점포는 총 7곳이다. 이중 업체별로 나눠보면 신세계백화점이 4곳(본점,강남점, 센텀시티점, 대구신세계), 롯데백화점 1곳(잠실점), 현대백화점(압구정본점), 갤러리아 백화점 1곳(압구정 갤러리아)다.

신세계백화점이 3대장 브랜드를 모두 유치한 점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는 신세계백화점의 차별점이자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그동안 신세계는 점포를 많이 내기보다는 '지역 1번점' 전략으로 거점 랜드마크를 만드는 전략을 내세웠다. 최대 규모의 초대형화 점포,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지점별 체력을 키운 것은 코로나19 등 외풍에 버틸 수 있는 큰 자산이 됐다.

특히 팬데믹 이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업계 매출 1위 점포로 우뚝섰다. 2023년과 2024년 연속 거래액 기준 연매출 3조원을 넘겼다. 단일 점포에서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은 국내 백화점 최초다. 3대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것은 객단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명품을 구매하러 온 고객들의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위트 파크' '하우스 오브 신세계' 등을 오픈하는 등 리테일 투자를 지속하면서 고성장을 이어갔다.

백화점 업계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을 살펴보면 국내 5대 백화점 70개 점포의 매출 합계는 19조7949억원이다. 전년 동기(19조3800억원)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점포별 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명품 3대장을 보유한 신세계백화점 지점(강남점, 센텀시티점, 대구점)이 대부분 포함돼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11위에 랭크됐다. 탄탄한 명품 수요를 바탕으로 식품관 리뉴얼 등을 진행한 점포 중심으로 투자 효과가 숫자로 증명된 것이다. 향후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의 식품관도 재단장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다점포→랜드마크·통합점포 전략 선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고성장은 백화점 업계의 사업 전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그동안 다점포화를 통해 대중적인 백화점을 표방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정반대의 전략인 셈이다. 유동인구가 많고 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을 중심으로 점포를 출점했다. 매장수를 앞세워 1위에 등극했지만 이커머스 등장으로 소비 행태가 바뀌면서 전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차별화가 없는 매장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보복 소비로 백화점 업계가 쾌재를 부를 당시 롯데백화점은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경쟁력의 기준인 3대 명품 브랜드를 모두 유치한 매장은 잠실점이 유일했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수익성이 낮은 부실 점포 매각에 나섰다. 팩토리형 아울렛 사업을 접었고 롯데영플라자 대구, 인천, 안양 지점 등을 정리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1116호가 도입되면서 리스계약에 대한 회계 처리 방식이 바뀌었고, 경쟁력이 없는 매장은 손상 평가의 대상이 됐다. 장사 안되는 매장 정리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 배경이다.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창출된 것도 있지만 손상차손 규모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롯데쇼핑이 연간 기준 7년 만에 순이익 흑자 성적표를 받았다. 최근 유동성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 카드를 들고 있긴 하나 점포 정리는 일단락 됐고 다시 성장을 위한 전략을 가동했다.

다점포 전략을 사실상 폐기하고 통합 점포, 랜드마크 점포를 만들기 위한 판을 짠 것이다. 2023년 9월 롯데쇼핑은 '8대 점포 리브랜딩'을 발표했다. 8대 점포는 명동 본점과 강남, 잠실, 인천, 수원, 동탄 및 부산 지역 2개점이다.

리뉴얼을 마친 주력 점포인 잠실점은 올해 처음으로 매출 3조 클럽 입성을 도전하고 있다. 프리미엄 콘텐츠를 강화하고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 부근 롯데의 쇼핑 인프라를 활용해 소비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최초로 루이비통 ‘LV 다이아몬드 컬렉션’을 유치했다. 롯데 잠실점의 상반기 매출은 1조4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상승했다.

◇'역차별 출점'으로 다른 색깔 드러낸 현대백화점, 핵심 점포 리뉴얼 진행

현대백화점의 상징적인 매장은 압구정 본점이다. 하지만 매출 규모에서는 판교점, 이슈 측면에서는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이다. 3대 명품이 입점해있는 본점은 올해 매출 기준으로 살펴보면 6018억원 규모로 8위 수준이다.

현대백화점의 출점 전략은 신세계와 롯데처럼 정의하긴 쉽지 않지만 단일 점포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방식이다. 특히 여의도와 경기도 판교 등 백화점의 불모지로 불리는 지역에 깃발을 꼽으며 현대백화점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더현대 서울의 경우 개점 직전까지 에·루·샤 매장 유치 협의에 힘을 쏟았지만 쉽지 않았다.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란 타이틀에도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아 업계의 우려가 있었지만 체험형 매장, 팝업 스토어 운영 등 차별화된 영업 전략을 내세웠다. 2년 9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저력에 최근 들어 루이비통,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들이 속속 입점했다.

역차별 전략으로 백화점 출점 전략의 문법을 바꿨지만 결국 성장세를 잇기 위해 핵심 점포 리뉴얼을 통한 메가 점포 전략을 가동한 모습이다. 더현대 서울, 판교점, 중동점, 압구정 본점 등 핵심 점포 리뉴얼에 2000억 원을 투자한다.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명품점 입점에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업계를 비교할 때 입점이 까다로운 '에루샤' 브랜드를 보유한 점포 위주로 실적을 살펴보면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며 "명품 소비가 줄었어도 3대 브랜드를 보유한 점포의 집객 효과는 여전히 높다. 매장 리뉴얼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은 업계의 공통 사항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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