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Match up/농심 vs 삼양식품]오너 중심 거버넌스 공통점…이사회 교체 주기는 상이[인물]농심, 30년 미들맨으로 이사회 구성…삼양식품, 다양한 외부 출신 선호
이우찬 기자공개 2025-01-15 08:17:17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이사회를 구축하는 점에서 유사하다. 키맨은 오너 2세인 신동원 농심 회장과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의 배우자인 김정수 부회장이다. 3세 경영인인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과 전병우 삼양식품 헬스케어 BU장은 활발히 경영 수업을 받으며 오너십 강화에 공들이고 있다.오너 중심 경영은 비슷한 궤적이지만 이사회 구성원은 사뭇 다른 색깔을 띤다. 농심이 30년 이상 경력의 '믿을맨'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반면 삼양식품은 다양한 출신의 외부 인물이 자리잡고 있다.
이사회 인물 면면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업의 안정성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농심은 매출 1조원의 브랜드 신라면을 앞세워 큰 굴곡 없이 우상향했고 삼양식품은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다 최근 몇 년 불닭면으로 급격한 사세 확장을 이루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 출신 인재를 영입하는데 공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0년 국내 라면시장 1위, 보수 색채 이사회
2024년 9월 말 기준 농심 이사회는 3명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신동원 회장을 비롯해 이병학 대표이사 사장, 황청용 경영관리부문장 부사장이 사내이사진을 이루고 있다. 식품업계 출신 인사와 법조 경력자 등이 사외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농심의 오너는 신 회장이다. 신 회장은 고 신춘호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2021년 7월 '회장직'을 달았다. 그는 45년가량 농심에 근무하며 경영권을 공고히 해왔다. 신 회장은 CEO직은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다른 등기임원도 정통 농심맨이 맡고 있다. 생산부문장을 지낸 이 사장은 39년 이상 농심에서 일한 인물이다. 1985년 농심에 입사했다. 1987년 입사한 황 부사장의 농심 경력도 37년에 이르고 있다.
농심은 정통 농심맨을 중용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40년 가까이 국내 라면시장 1등을 수성하고 해외시장 개척도 순항하는 등 안정적인 사업 속에 의사 결정 체계도 큰 변화를 겪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등기임원을 제외한 임원진에도 경력자 올드맨이 많다.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 속에 성장을 추구하는 사업전략이 인사에도 투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등기임원의 경영진 면면을 봐도 '농심맨'이 즐비하다. 30년 이상의 농심 경력자는 미등기 임원 32명 가운데 23명에 달하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의 조용철 마켓부문장, 김상미 디자인실장과 아모레퍼시픽 출신의 박현우 기능식품사업 책임임원 정도가 외부 출신 인사로 꼽힌다.
오너 3세의 경우 입지를 넓히고 있으나 이사회 일원은 아니다. 신 회장의 장남 신 전무는 2024년 연말 승진하면서 경영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세 급증, 외부 출신 영입 다양성
삼양식품 이사회는 4명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계 1조5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자산 규모 대비 이사회 총원이 적은 편은 아니다. 총원 7명의 농심 자산(3조5000억원)은 삼양식품보다 2배 이상 많다.
8명의 이사회에서 오너인 김정수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동찬 대표이사 부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까지 맡으며 대표직을 내려놓은 신 회장과 비교하면 권한이 더 막강한 셈이다. 이어 한세혁 구매/SCM본부장, 장석훈 경영지원본부장(CFO)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4명의 사내이사 중 김 부사장과 장 CFO는 외부 인물이다. 사내이사 50%가 외부 영입 인사인 셈이다. 외부 출신 없는 농심과 대비된다.
롯데제과 출신의 김 부사장은 2023년 8월 CEO에 선임된 뒤 그해 말 전무,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양식품 원주공장장을 지낸 인물이다.
장 CFO는 2023년 8월 삼양식품에 합류했다.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장 CFO는 회계사 출신이다.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로 2005년부터 2010년 7월까지 근무했다. 2010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위메프에서 경력을 쌓았다.
미등기 임원진에도 국내외 다양한 기업 출신 인사들이 배치돼 있다. CJ제일제당, 켈로그, 라엘코리아, 아워홈, 한국P&G 등을 거친 인재를 영입해왔다. 농심에 비해 다양한 구성이 특징이다.
다양한 배경의 경영진 구성은 급격한 사세 확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양식품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계는 2016년 말 3267억원에서 2024년 9월 말 1조5166억원으로 불어났다. 불닭면이 해외에서 크게 인기를 끈데 따른 것이다. 수출 기업으로 도약하고 사업이 커지면서 적재적소에 배치할 외부 인재 영입 필요성도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2020년 말 이후 외부 인재를 적극 수혈하기 시작했다. 사세 확장과 함께 해외 영업망 확대와 신사업 발굴 등 주요 과제가 늘자 세대교체와 맞물려 외부 전문가를 끌어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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