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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한국투자파트너스]'콘텐츠투자 외길 10년' 이지수 이사, 글로벌 향한다영화 마니아가 문화펀드 대펀 '덕업 일치'..운용 철학 핵심은 '사람'

이성우 기자공개 2025-01-03 06:58:22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14: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VC) 중 하나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종합 운용사다. 특정 분야 한 우물을 파지는 않지만 모든 분야 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중엔 문화콘텐츠 분야도 포함돼 있다. 문화펀드를 꾸준히 결성하고 있고, 한때 전담팀을 만든 적도 있다. 문화 콘텐츠 분야에 진심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영입한 전문가 중 한명이 바로 이지수 이사다.

이 이사 역시 한국투자파트너스만큼 콘텐츠 투자에 열정이 있는 인물이다. 콘텐츠에 대한 애정 하나로 10년 이상 문화 투자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2015년 945억원 규모로 결성된 '한국투자 글로벌 콘텐츠 투자조합'과 최근 결성된 400억원 규모 문화수출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다.



이 이사는 문화콘텐츠 분야 투자에 있어 사람을 강조했다. 숫자와 데이터에 의한 평가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분야보다 사람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인공지능(AI)이 문화콘텐츠 제작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것으로 믿고 있다.

문화수출펀드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투자 집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 곳곳에 침투한 가운데, 해외에서 통하는 콘텐츠 발굴에 집중할 계획이다.

◇성장 스토리: 지리학 전공자, 문화콘텐츠 전문 심사역 되다

1983년생인 이지수 이사는 서울대학교에서 지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오벌린 칼리지에서 심리학 학사 학위도 땄다. 2007년 졸업 이후 그는 소프트웨어 컨설팅 기업 인피닉·인피니언에서 3년간 일하며 투자 관련 업무를 배웠다.

급격한 진로 변화는 학교 선배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이사는 잠시 쉬는 기간에 학교 선배로부터 같이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응한 그는 지난 2014년 문화콘텐츠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VC 미시간벤처캐피탈에서 심사역으로서 첫발을 뗐다. VC 투자, 특히 문화콘텐츠 투자와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었던 이 이사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애정 하나로 VC업계에 뛰어들었다.

이 이사는 미시간벤처캐피탈에서 영화 '검사외전'과 '해적'에 투자하며 문화콘텐츠 투자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16년 마그나인베스트먼트로 이직해서도 영화 투자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로는 △너의 결혼식 △박열 △리틀포레스트 등이 있다.




이 이사는 영화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저 스스로 창의력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창작자가 되기 어렵다면 어떻게 문화예술 산업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투자가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좋아하기 어려워지는 법이다. 이 이사는 심사역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후 한동안 고통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영화를 보면 손익분기점(BEP)을 넘었을까, 저 장면을 만드는 데 얼마가 들었을까 분석하게 돼 영화가 재미없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결국 권태기를 극복했다. 그는 "관람객으로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야 투자 판단을 더 잘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며 "시간이 지나니까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문화콘텐츠 분야 투자 심사역으로서 10년 이상 일했다. 콘텐츠 자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이 분야를 주력으로 가져가기 쉽지 않다. 문화콘텐츠 투자는 정성 평가가 주를 이룰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투자 자체가 고위험·고수익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사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콘텐츠의 시대가 올 거란 믿음으로 이 업계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그가 지난 2018년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자리를 잡은 이후 콘텐츠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에서 하이브 같은 시가총액 조단위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투자 철학: 정량평가 어려운 문화콘텐츠 투자, 사람에 집중

이 이사가 투자를 단행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사람이다. 스타트업 투자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데이터가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문화콘텐츠 분야 특성상 정량 평가가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 기업을 이끄는 대표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는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이 중요한 분야"라며 "무형의 콘텐츠든, 손에 잡히는 제품이든 누가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가진 열정과 비전이 투자 집행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이사는 투자 대상을 제작하거나 이끄는 사람의 네트워크, 의지, 열정 등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눈여겨본다. 이처럼 투자에 있어서 사람을 중요시 하는 이 이사가 문화콘텐츠 스타트업을 이끄는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새로움과 혁신이다.

이 이사는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이들을 찾고 있다"며 "구태의연한 답습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이들에게 투자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투자 철학을 갖고 10년 이상 스타트업을 발굴해 왔다.

최근 이 이사는 투자를 집행할 때 회수 전략을 이전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좋은 콘텐츠와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고, 구체적인 엑시트 전략을 고민하게 됐다. 이같은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회수시장 침체에 있다. 10년 이상 문화콘텐츠 투자 심사역으로 일하면서, 단순히 기업을 성장시키고 좋은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이사는 "예전에는 좋은 콘텐츠에 잘 투자하면 어떻게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회수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회사만 잘 키운다고 무조건 엑시트가 가능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개인적인 과제는 회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1 : 노머스 대표의 열정에 베팅

이 이사는 한국투자파트너스로 이직한 이후 개별 프로젝트보단 기업에 주로 투자했다. 특히 그는 최근 노머스 회수에 성공하며 문화콘텐츠 투자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또 한번 다졌다. 노머스는 2019년 3월에 설립된 대한민국의 엔터테크 기업이다.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와 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 서비스로는 아티스트의 노하우와 창작 과정을 담은 '원더월'과 팬덤 플랫폼 '프롬'이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21년 진행된 노머스의 시리즈B 라운드와 2022년 시리즈C 라운드에 참여해 총 20억원을 투자했다. 이 이사는 노머스를 이끄는 사람을 보고 투자를 주도했다. 노머스는 상장 전까지 총 64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이사는 "노머스는 대표와 직원 모두 굉장히 젊은 편"이라며 "팀이 가진 열정과 비전을 보고 투자했고, 생각보다 빨리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머스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92억원에서 2022년 18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지난해엔 매출 423억원을 기록했다.

노머스는 지난 11월 1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공모가는 3만200원이다. 상장 이후 노머스 주가는 한때 1만4000원대까지 하락했으나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반등해 2만원대를 회복했다.

노머스는 3분기 매출 264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노머스 투자 회수를 통해 멀티플 2.5배를 기록했다.

◇트랙레코드 2: 키다리스튜디오 투자, 웹툰·웹소설 글로벌화 선구안

키다리스튜디오 투자도 이 이사의 주요 트랙레코드 중 하나다. 웹툰과 웹소설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보고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키다리스튜디오에 40억원을 투자했다.

1987년 설립돼 매킨토시 컴퓨터 국내 유통을 담당하던 키다리스튜디오는 지난 2016년 전자책 기업 '바로북'을 인수하고, 지난 2018년 봄코믹스를 흡수 합병해 유료 웹툰 플랫폼인 '봄툰'을 확보했다.

2019년 7월에는 계열회사 키다리이엔티의 웹툰 사업부분을 양수하면서 자체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해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9년엔 프랑스 웹툰 플랫폼을 인수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 이사는 "웹툰과 웹소설 시장에서 IP 전략을 펼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다"며 "투자 당시 프랑스 웹툰 플랫폼을 인수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웹툰 시장이 크게 성장해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실제로 키다리스튜디오 주가는 지난 2021년 꾸준히 상승해 한때 2만1800원대에 거래됐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키다리스튜디오 투자를 통해 150억원 이상을 회수했다.

◇향후 계획: 문화콘텐츠 투자, 글로벌과 AI에 주목

400억원 규모 문화수출펀드 대표펀드매니저인 이 이사는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문화콘텐츠 기업 발굴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내수용 콘텐츠, 특정 지역용 콘텐츠 등을 따로 제작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징어게임 등 이미 다양한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기획하고 개발하는 단계부터 글로벌에서 통하는 콘텐츠를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가 만들면 글로벌 콘텐츠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내년 글로벌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에 문화수출펀드 마수걸이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이 이사는 AI가 문화콘텐츠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기획, 유통에 AI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보고 있다. 그는 AI가 콘텐츠 제작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인력 및 비용 구조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AI가 콘텐츠 제작 시간을 어떻게 단축할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작 시간 단축은 제작비 절감으로 이어진다"며 "그렇게 되면 BEP가 낮아지고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내년 문화수출펀드의 마수걸이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고, AI를 콘텐츠 분야에서 비즈니스적으로 풀어내는 회사를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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