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기술은 지금] IT로 내디딘 첫 발, 금융으로 발걸음 이동①1987년 SW 번역 사업 '잭팟', 현재 주력은 2000년 설립 키움증권
최현서 기자공개 2024-12-27 11:20:49
[편집자주]
다우기술은 1세대 IT 벤처 타이틀을 갖고 있다. 역사가 40년으로 상당하다. 외산 소프트웨어(SW)의 한글화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키움증권이란 '금융'을 메인 사업으로 한다. 그룹 내에서 설 자리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근본 사업 IT 부문은 내부거래를 통한 성장 외에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다우기술은 그룹의 경영권 계승을 위한 중간다리 역할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다우기술의 현재와 향후 지배구조 및 사업의 재편 방향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우기술은 김익래 전 회장이 직원 10명과 함께 1986년 1월 설립한 회사다. 설립 당시에는 이름만 등록하고 주요 사업을 정하지 않았다. 창업 1년이 지난 시점에 외산 솔루션을 한글화하는 소프트웨어(SW)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10년 만인 1997년 8월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최초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다만 현재 사업은 IT보다 금융 쪽 매출 비중이 크다. 2000년 1월 복수 출자사들과 함께 설립했던 키움증권이 얼굴이다. IT 쪽은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하는 구조다. 관련 매출의 20% 가량이 키움증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제 IT보다는 금융 중심 그룹사인데 이에 따른 다양한 변화가 필요해보이는 상황이다.
◇외산 SW 번역 앞세운 초창기, 국내 첫 SW 기업 상장 기록
1950년생 김 전 회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1976년 한국IBM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2년 8개월간 근무하며 영업 관리와 재무, 기획을 맡았다. IT 관련 전공자도, 기술 직군 경험도 없다. 석사도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밟았다.
초창기 IT 벤처기업 창업자 대부분이 기술 전문가라는 점과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IT 쪽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건 조력자 덕분이다. 김 전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였던 이범천 박사 등과 함께 1981년 '큐닉스'를 세웠다. 당시에는 드물었던 컴퓨터 관련 벤처 회사였다. 큐닉스는 애플 컴퓨터 운영체제(OS) 등 SW 한글화 번역을 주 먹거리로 삼았다.
이후 이 박사와의 의견 충돌을 겪은 김 전 회장은 큐닉스를 떠나 1986년 다우기술을 세웠다. 큐닉스 때 경험이 다우기술 사업 선정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 창업 후 마땅한 매출을 내지 못한 다우기술이 처음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한 건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의 '유닉스' 한글화 프로젝트를 맡으면서다.
당시 현대전자는 미국의 SW 기업 썬마이크로시스템즈(2009년 오라클에 인수)가 개발한 대형 컴퓨터 OS 유닉스를 국내에 판매하는 사업을 했다. 현대전자는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은 유닉스를 기업에 납품했는데 '6개월 내 한글화'를 공언했다.
다우기술이 이를 맡았고 성공적 결과를 냈다. 이후 1987년 미국 데이터 관리 업체 인포믹스(2001년 IBM에 인수)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RDBMS)을 한글로 번역하는 등 관련 사업을 확장했다.
고공 성장했다. 1990년대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이 50%에 달한다. 1994년 연결 기준 227억원이던 매출은 1995년 337억원, 1996년 432억원까지 늘었다. 1994년 20억원에서 1996년 59억원으로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1997년 SW 기업 최초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지금도 IT 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문자메시지 동시 발송 시스템 '뿌리오', 쇼핑몰 통합관리서비스 '사방넷' 등 사업을 한다. 2001년 출시된 뿌리오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관련 서비스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방넷은 2018년 동명의 서비스 운영을 맡은 한국ASP를 흡수합병하며 품었다. 사방넷은 쇼핑몰 서비스 구성 시장 내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다. 그룹웨어 '다우오피스', 데이터센터 '다우IDC', 구직 플랫폼 '사람인'도 다우기술 사업이다.
◇알짜 자회사, 매출 97% 맡는 중책으로
사업 다변화 결과물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키움닷컴증권(현 키움증권)이다. 김 전 회장은 IMF 위기를 넘긴 이후 온라인 주식 거래 시대가 올 것이라 봤다. 다우기술은 345억원(지분율 68.97%)을 투자해 2000년 1월 키움닷컴증권을 세웠다. 삼성물산으로부터 25억원(지분율 5%)의 투자금도 받았다.
키움증권의 성장을 위해 0%에 가까운 수수료율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웠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주식위탁매매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매출은 빠른 속도로 늘었다. 2000년 3억5400만원이었던 매출은 2002년 965억원으로 불어났다. 그해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2003년 연간 매출은 1509억원으로 처음으로 1000억원선을 넘겼다. 2000년 0.4%에 불과했던 다우기술 내 키움증권 매출 비중은 2002년 27%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다우기술로 시작한 다우키움그룹 외형은 이제는 IT보다 금융 쪽이 강하다. 다우기술 매출도 대부분을 키움증권이 책임지는 내부거래 현상이 커졌다.
다우기술은 키움증권 수익을 금융사업부 매출로 분류했다. 지난해 다우기술의 연결 기준 매출은 9조8551억원으로 이 중 금융사업부 매출은 9조5554억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97.57%를 차지한다. 비금융사업부 매출은 2997억원이다.
정작 비금융부사업부도 금융 쪽에 기대는 부분이 많다. 관련 매출의 20%가 키움증권 등 금융 쪽에 서비스를 제공해 발생한 매출이기 때문이다. 후발로 출범시킨 키움증권이 사실상 모태 다우기술을 부양하는 실적 구조다. 이는 내부거래에 대한 문제 지적으로 번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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