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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그 이후]'4세 경영' 포문 삼양그룹, 다각도 승계 시나리오 대응②회장·부회장단 체제 지속 가능성, 소조직화 밑그림…김건호 사장 영향력↑

김소라 기자공개 2025-01-02 08:05:54

[편집자주]

기업은 전략적으로 분할을 결정한다.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방식으로 나뉜다. 각기 분할 의도나 목적은 제각각이나 기업 성장이라는 장기 방향성은 동일하다. 가치 재평가, 재무 융통성 확대, 사업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후속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하나였던 몸체가 둘로 나뉘는 만큼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지난 3년간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사 100여 곳 이상이 분할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이 당초 도모했던 기대 효과가 실현되고 있는지 THE CFO가 이들의 밸류 및 재무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6일 07:2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은 대주주 4세 경영 초입에 있다. 현재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 발을 담근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이 주축이 돼 다음 세대로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지배력이 3세대 경영인들과 비교해 높지 않은 만큼 근래 지분을 꾸준히 보충하려 시도 중이다.

원활한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체계는 일찍이 갖췄다. 법인 분할을 통해 지배구조 핵심 축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주사를 내세웠다. 산하에 크게 식품, 화학부문을 거느리는 이중 사업 구조가 완성됐다. 본격적인 지배주주 4세 경영에 앞서 이러한 수직 체계를 구축, 지분 승계 및 사업 소조직화 작업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삼양그룹은 지주사 '삼양홀딩스'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공고한 지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올 반기 말 기준 총 30개사로 구성된 기업집단이 여러 이종 사업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화학과 식품, 의약·바이오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 영위하는 주력 법인들이 모두 과반 이상의 지분 관계로 연결된 그림이다.

◇형제·사촌 경영 실마리…"상호 보완 역할, 분쟁 위험 낮아"

그룹은 일찍이 이 같은 구조를 갖췄다. 김건호 사장이 경영진으로 주요 역할을 할 수 있기 전 대대적으로 지배구조를 재조직하는 과정을 거쳤다. 여러 계열사를 동시에 경영하기 수월토록 하나로 관통되는 수직적 지배체계를 만들었다. 대주주 일가가 최상단 법인 한 곳만 온전히 지배해도 산하의 여러 계열사에 대해 경영상 관여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대주주 4세 경영과 관련해 일부 불확실성이 내포된 영향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지분 구조상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볼 만한 단일 최대주주가 부재한 탓이다. 삼양그룹 경영은 단순히 장자 승계 원칙에 입각한 형태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삼양그룹 창업주 김연수 초대 회장에 이어 그의 두 아들 김상홍·김상하 회장이 차례로 직을 물려받았고 지금의 형제·사촌 경영 구도로 이어졌다. 올해 기준 김건호 사장만 대주주 4세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나 현재의 지배 체제에 비춰볼 때 향후 다각도의 승계 시나리오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대주주 4세 경영과 관련해 지금과 같은 사촌 공동경영 체제를 앞으로도 지속한다고 현 단계에선 확신할 수 없다"며 "다만 그룹 문화상 경영권 분쟁과 같은 이슈는 한 번도 없었고 대주주 각자의 지분이 서로 우군처럼 상호 보완하고 있어 지배구조 유관 리스크는 덜한 편"이라 설명했다.

◇각기 사업법인 도맡아 경영…김건호 사장 보폭 신속 확장


기업집단 내 여러 주력 사업부를 분산시켜두면 현재와 같은 회장·부회장단 체제가 비교적 수월히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복수의 대주주 4세들이 각자의 사업 분야를 도맡아 공동 경영할 수 있는 밑그림이 그려질 수 있어서다. 일례로 장남, 차남, 삼남 등이 각자 그룹 내 사업부를 도맡아 경영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대표적이다. 각기 소조직을 구축하는 동시에 전체 그룹 경영단에선 협력하는 식이다.

삼양그룹 대주주 3세 체제도 이러한 형태로 이뤄져 왔다. 서로 다른 법인의 사내이사로 각자 등재, 세부 사업부를 도맡는 그림이다.

구체적으로 김윤 회장이 바이오부문 등을 동시에 영위하는 사업형지주 삼양홀딩스를 책임지고 있고 나머지 부회장단이 삼양사와 삼양패키징 등 산하 법인을 경영하고 있다. 각각 김윤 회장의 동생, 사촌인 김량, 김원 부회장이 삼양사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마찬가지로 사촌 관계인 김정 부회장은 삼양패키징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주주 4세 경영의 포문을 연 김건호 사장은 신속히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분 및 사업 측면에서 동시에 보폭을 확대한다. 지난 한해 삼양홀딩스 지분을 5만9000주 이상 신규 취득해 작금의 회장·부회장단에 이어 단일 주주로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했다.

당해 인사에서도 유의미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고부가가치 화학 제품 발굴을 주도하는 신규 조직 화학2 그룹장으로 발령받았다. 신규 먹거리 확보 등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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