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그 이후]성장 동력 뗀 이수화학, 자회사 지원 '이중고'①수익성 약화-빚 부담 가중 '시름'…건설·바이오 종속법인 순손실 570억 육박
김소라 기자공개 2024-12-18 08:17:41
[편집자주]
기업은 전략적으로 분할을 결정한다.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방식으로 나뉜다. 각기 분할 의도나 목적은 제각각이나 기업 성장이라는 장기 방향성은 동일하다. 가치 재평가, 재무 융통성 확대, 사업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후속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하나였던 몸체가 둘로 나뉘는 만큼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지난 3년간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사 100여 곳 이상이 분할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이 당초 도모했던 기대 효과가 실현되고 있는지 THE CFO가 이들의 밸류 및 재무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3일 08:4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정제에 사용되는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이수화학'이 이익 지표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정밀 화학 등 특화 사업부를 떼어낸 후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됐다. 주요 재무지표들이 일제히 위축되며 건전성 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자회사 부진도 한몫한다. 이수화학 산하 법인들의 영업 손실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순자산액은 분할 전 동 사업부 순자산액 대비 크게 쪼드라들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인적분할을 기점으로 이수화학의 기초 체력이 상당히 약화된 그림이다.
이수 그룹은 현재 화학 사업 법인 두 곳을 별도로 거느리고 있다. 기초 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이수화학'과 정밀 화학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이수스페셜티케미컬'로 세부 분야가 나눠져 있다. 당초 이수화학 단일 법인에서 동 사업을 모두 전담했으나 지난해 중순 사업부를 법인으로 분리해 이같은 체제를 완성했다. 그룹 내 상장 법인도 총 4개로 늘었다.
이수화학은 사업부 분할 후 뚜렷한 위축 흐름이 감지된다. 이익 확보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채무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당장 영업을 통해 현금을 원활히 창출하지 못하는데 반해 대응해야 할 부채는 계속해서 불어나는 상황이다. 이는 기업 신용도 평가 측면에서 가장 부정적인 신호로 꼽힌다. 장기적으로 현금 유동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수화학 순자산은 최근 급격히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올 3분기 말 별도 순자산액은 인적분할 전 동 사업부 단일 순자산가액 대비 약 24% 감소했다. 분할 후 순손실이 대거 잡히며 총 자본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졌다. 근래 국내 석유화학 산업 위축 속 사업 경쟁력이 약화된 탓이다. 매출원가가 상승하며 영업 비용 부담도 크게 늘었다.
결과적으로 분할은 이수화학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마진 면에서 우위를 점하던 특화 사업부문을 덜어내면서 손실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는 기업가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인적분할 후 이수화학과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밸류 차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이날(12일) 기준 신설 법인인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시가총액은 1조원에 달하는 반면 이수화학은 1400억원대에 그친다. 미래 성장성을 따졌을 때 이수화학이 신설 법인 대비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현재 자회사 지원 이슈도 안고 있다. 주요 종속 법인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탓이다. 건설업을 영위하는 '이수건설'과 바이오의약품 생산 업체 '이수앱지스' 등이다. 동 법인에 대한 자금 지원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올 3분기 이수건설과 이수앱지스는 각각 438억원, 1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수앱지스가 발행한 8회차 전환사채(CB)를 취득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수앱지스는 앞서 발행한 7회차 CB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동 사채를 신규 발행했다. 이수화학은 이수앱지수 8회차 CB 공모에 참여해 81억원 규모 사채를 취득했다. 자회사 채무 상환 작업에 모회사가 자금을 보탠 셈이다. 이에 앞서 이수화학은 이수앱지스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수화학 유동성은 계속해서 위축되고 있다. 자체 현금 창출력이 급격히 약화된 가운데 지출분은 확대된 탓이다. 3분기 말 이수화학 연결 유동비율은 93%대까지 내렸다. 동 기간 레버리지 수치는 치솟으며 금융비용 부담은 고조됐다. 3분기 말 순부채비율은 전년대비 2배 가까이 상승한 174%를 기록했다. 이는 순차입금액이 자본총액 보다 커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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