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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테라퓨틱 IPO In-depth]시장에 겸손해진 '재도전' 몸값 5000억, 보수적 매출추정치예상 시총 24% 축소, ORM-5029 ‘임상 보류’로 26년 기술이전 매출 추정치 ‘제외’

김성아 기자공개 2024-12-27 08:34:21

[편집자주]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바이오텍이 넘어야 할 관문은 기술성평가, 상장예비심사 뿐만이 아니다. 증권신고서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공모가를 산정해 투자자들과 조율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얼마나 매력적인 회사인지 회사는 숫자로 입증해야 하고 투자자들은 정량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더벨은 바이오텍의 이 같은 상장 과정을 따라가며 성장전략과 위험요소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6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름테라퓨틱이 상장을 자진철회한 지 한 달 만에 상장 절차를 재개했다. 지난 증권신고서의 핵심이 ‘자신감’이었다면 이번 증권신고서의 키워드는 ‘시장 친화’다. 예비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이 신고서 곳곳에서 돋보였다.

우선 몸값을 대폭 조정했다. 희망밴드를 기존 대비 20% 깎고 모집 주식수도 줄였다. 공모 규모와 가격을 모두 낮추면서 하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502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1상을 진행 중인 ORM-5029의 중대한 부작용(SAE) 이슈도 현재 진행상황 설명과 함께 관련 추정 매출을 제외시켰다.

◇싹 바뀐 공모구조 “수요예측 결과 반영한 시장 친화적 선택”

오름테라퓨틱은 23일 한국거래소에 새로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 11월 29일 임상 악재와 얼어붙은 공모주 투자 심리로 인해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를 받아들면서 자진 상장철회를 결정했다.

한 달간의 재정비를 마친 오름테라퓨틱은 대폭 수정된 공모 구조를 가지고 왔다. 희망 공모가격은 물론 모집 주식수도 줄였다. 정인태 오름테라퓨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예비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시장 친화적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의 최종 희망밴드는 2만4000원~3만원이다. 직전 희망밴드는 3만원~3만6000원이었다. 모집 주식수는 300만주에서 250만주로 축소됐다. 희망 공모가와 발행 신주수가 줄어들면서 밴드 하단 기준 예상시총은 기존 6600억원에서 5023억원으로 낮아졌다.

공모구조 변경에는 수요예측 결과가 일부 반영됐다. 정 CFO는 “예상 시총 자체가 크다 보니 무게를 가볍게 해서 시장 친화적인 공모를 진행하려고 한다”며 “자진철회 기업 중 공모구조를 바꾸지 않는 기업도 더러 있지만 지난 수요예측 결과와 IR, 주관사와의 논의 끝에 시장 목소리를 반영해 공모구조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희망공모가액 산출에도 변동이 발생했다. 철회 기간 동안 실적이 갱신되면서 기존 피어그룹 가운데 JW중외제약이 빠지게 됐다. 한미약품과 HK이노엔 2개 회사로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출하면서 높아진 상대가치 주당 평가가액은 65%이상의 높은 할인율을 매기며 밸류를 보수적으로 조정했다.

◇ORM-5029 임상 중단 아닌 ‘보류’, 시장 우려에 ‘보수적’ 매출 추정치

오름테라퓨틱이 상장철회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주력 파이프라인 ‘ORM-5029’의 SAE 발생이다.

현지 시간 기준 11월 5일 참여자 1명에게 SAE가 발생했고 오름테라퓨틱은 11일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해당 사실을 보고했다. FDA는 25일 오름테라퓨틱에 ‘부분 임상 보류(Partial clinical hold)’ 통보를 했다. SAE 원인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신규 환자 모집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통보가 임상 중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시험에 참여하고 있는 기존 임상 참가자는 주치의와 동의 절차를 거친 후 이전과 동일한 조건 하에 시험을 지속할 수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ORM-5029 관련 연구개발(R&D) 예상 집행 비용은 줄이지 않으면서 임상 지속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2026년 ORM-5029 기술수출 계약을 통해 확보할 추정 매출액 182억5100만원은 매출액 추정치에서 제외시켰다. 정 CFO는 “과거 SAE가 발생한 다른 기업의 사례를 보니 신규 환자 모집을 재개하기 까지 7개월가량 소요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일정상 임상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고 또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보수적으로 2026년 관련 매출 추정치는 뺐다”고 설명했다.

매출 추정치에서 변동된 사항은 또 있다. 버텍스 파마슈티컬스 관련 추정 매출 가운데 올해 매출로 계상됐던 마일스톤 67억2500만원이 내년으로 넘어갔다.

정 CFO는 “버텍스 딜은 일반적인 기술이전 계약과 달리 플랫폼을 활용한 공동 연구 개발 계약이기 때문에 마일스톤 수령 시점이 보다 촘촘하다”며 “해당 마일스톤은 계약 직후 연말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단기(Near term) 마일스톤’이었는데 납입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혹시나 매출 실현에 대한 시장의 오해가 있을까 내년으로 미뤘다”고 말했다.

한편 오름테라퓨틱은 최신 증권신고서 기준 2025년 2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청약을 실시한다. 기간 정정 등 변동사항이 없을 경우 2월 내 상장 절차를 마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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