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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CFO]삼성중공업, CFO 교체도 '슈퍼사이클 진입' 가리킨다④신임 경영지원실장에 김경희 부사장, 배 전 부사장 '3조 유증+턴어라운드' 소임 다 해

최은수 기자공개 2025-01-03 08:11:56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08:0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가 풀리기 전엔 말을 바꿔 타지 않는다."

삼성그룹 특유의 내부 인사코드는 계열사 C레벨, 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 인사 흐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랫동안 수익 부침을 겪은 삼성중공업도 코로나19 시국 이전부터 수 년 간 재무책임자가 바뀌지 않았다. 앞서 불문율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방증이다.

삼성중공업은 2023년 턴어라운드를 성공했다. 이에 맞춰 배진한 부사장은 결과적으로 맡은 소임을 잘 해냈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물러났다. 배 부사장의 후임은 김경희 부사장(사진)이 맡는다. 조선사 해외사업과 삼성물산 내 미니 컨트롤타워(EPC경쟁력강화T/F)를 거친 인사가 업계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중공업의 살림을 책임진다.

◇배진한 전 CFO, 구원투수 등판부터 경영정상화 완수까지

삼성중공업의 부침은 2014년 이후 드릴십을 발주한 선주사들이 글로벌 유가 폭락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시작됐다. 가뜩이나 저가로 수주한 드릴십에 리스크가 더해지며 매출이 정체되고 유지 보수비용이 발생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2015년 대규모 적자를 기점으로 경영난이 시작됐다. 삼성중공업은 당시 1조5019억원으로 조 단위가 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2015년 순손실액은 1조2121억원에 달했다. 2016년에도 쉽사리 재무상태가 개선되길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2016년 적자 규모는 1000억원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현금흐름이 좋지 않았다.

당시 현금흐름 추이를 보면 단기간에 상황이 개선되길 바라긴 어려웠다. 2016년 삼성중공업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마이너스(-)1조5547억원,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순유출(-) 1조7623억원을 기록했다. 배 CFO가 합류하기 전인 2016년 삼성중공업이 위기 타개책으로 1조원의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회사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1조원의 증자로는 지속적인 적자 기조를 뒤집을 역량을 만들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의 2017년 영업손실액은 5241억원, 순손실액은 3407억원이었다.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배 전 CFO가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마무리하고 삼성중공업으로 복귀하게 된 배경이다.


배 전 CFO가 복귀한 후 부여 받은 첫 임무는 다시 조 단위 유상증자를 성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었다. 배 전 CFO 체제에서 삼성중공업은 두 차례 대규모 증자를 진행했다. 앞서 2016년 1조원을 포함해 각각 2018년 1조5000억원, 3년 뒤인 2021년엔 1조3000억원까지 5년 간 4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을 단행했다.

흔들리는 기업을 본 궤도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자 삼성그룹의 인사 '불문율'이 작동했다. 2017년 합류한 배 부사장이 꽤 오래 CFO로 유임한 배경이다. 배 부사장보다 삼성 주요 계열사에서 더 오래 CFO를 지낸 인물로는 2014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CFO였다가 올해 말 보직이 바뀐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 정도만 꼽힌다.

◇비재무출신 인사, 이제는 '슈퍼사이클 드라이브' 집도할까

배 전 CFO의 후임엔 김경희 부사장이 경영지원실장으로 새롭게 자리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인사 배치가 이뤄졌다. 더불어 삼성중공업의 CFO가 재무구조 개선부터 턴어라운드까지 담당한 중책인 것도 지켜볼 사안이다.

일례로 배 부사장은 CFO이자 사내이사이며 이사회 소위원회인 경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배 부사장의 변동과 함께 김 부사장도 추후 삼성중공업 사내이사로 선임될 지도 이목이 쏠린다.



김 부사장을 기점으로 삼성중공업, 삼성E&A(전 삼성엔지니어링) 등 그룹 중후장대 계열사 CFO를 모두 비재무 출신 인사가 담당하게 됐다. 특히 삼성중공업과 삼성E&A 모두 경영부침을 이겨내고 이제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본 궤도에 진입한 점도 닮았다.

삼성중공업은 2023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256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5년 이후 8년 만의 턴어라운드다. 기나긴 드릴십 리스크에서도 완전히 벗어났다. 더불어 계약 해지로 쌓였던 드릴십 재고자산의 최종 매각 작업까지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으로 현금 유입과 추가 수익성 개선도 이뤄졌다.

조선업계를 둘러싼 업황이 삼성중공업에 긍정적인 점도 주목할 거리다. 최근 조선 경기는 호황기인 중에서도 우호적인 수주 지표를 보이고 있다. 선박 교체 주기도 빨라졌고 신조선가도 최대치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 수요도 고부가가치와 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재편됐으며 고기술을 요하는 선박을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 중이다.

모처럼 찾아온 호황기에 현장과 해외사업 경험을 익힌 인사를 CFO에 배치한 데도 의미를 찾을 수 있어 보인다. 김 부사장은 1994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약 30년 간 삼성중공업에 몸담았다. 2021년 중후장대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EPC경쟁력강화T/F담당 임원으로 영전했다. 2023년말 그룹에서 단행한 2024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중공업으로 다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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