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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CFO]'성숙기' 삼성바이오로직스, CFO '스코프'도 재정비②미전실 출신 유승호 부사장 낙점, 전임 김동중 부사장은 'ESG 역량 강화'

최은수 기자공개 2024-12-27 10:12:36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14: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로 설립 13년차를 맞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속적인 고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단연 국내 바이오헬스 대표주자로 올라섰다. 생산역량(Capa) 확장에 방점을 두고 삼성 특유의 성장 전략인 '초격차' 공식을 충실히 따른 결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전히 외연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달성을 눈 앞에 둔 올해 돌연 임기 10년차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바꾸고 업무분장(스코프)도 바꿨다. 시장을 압도하기 위한 방법론에도 변화가 보인다. 이제는 시가총액 70조원의 '톱픽에 걸맞은 품격' 즉 내실 다지기가 필요한 때라는 인식이 반영된 움직임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살림을 도맡아온 기존 CFO 김동중 부사장의 후임은 삼성전자 출신 유승호 부사장(사진)이다. 2024년 12월 선임된 유 부사장은 1968년 6월 출생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삼성전자 본사 및 프랑스 구주 법인 등에서 재무와 경영관리 업무를 주로 수행해 왔다.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부장을 거쳐 2015년말 지원팀 담당임원에 올랐다. 2017년 생활가전 지원팀 담당임원을 거쳐 2020년 다시 지원팀 담당임원을 맡았다. 2021년 연말 인사를 통해 곧바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23년 말엔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관리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전자 내 지원팀 경력이 오래된 유 부사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관리 담당으로 간 이후 사내에선 차기 CFO에 대한 전망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경영관리 담당은 김 부사장이 이끌던 경영지원센터 내 보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안에서 유일하게 부사장이 2명 배치된 조직이었다.

결국 유 부사장이 1년 만에 CFO에 오르고 김 부사장이 자리를 옮기는 임원 및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밀 정보 보안을 이유로 조직 개편 관련 사안 일체를 대외비로 유지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신설 조직인 상생협력센터로 이동해 ESG와 관련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사장이 ESG와 관련한 신설부서로 이동한 배경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FO 직제가 독특한 업무 커버리지(스코프)를 갖고 있던 것과 관련이 있다. 김 부사장은 CFO로서 재무 관리 외에도 사내이사를 비롯해 ESG그룹 총괄 등의 역할을 다양하게 수행해 왔다.

그는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역할도 겸직하며 이사회 산하 'CFO 주관 리스크 협의체'도 관리해 왔다. 리스크 협의체 아래에는 사업기능팀과 지원기능팀, 운영·지속가능성 리스크팀이 있다. 각각 사업리스크와 재무리스크, 운영·지속가능리스크 등을 관리한다.

앞서 재무와 위험관리 ESG까지의 기능이 집중돼 있던 CFO직에서 마침 역대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 실현을 앞둔 2024년을 기점으로 일부 기능을 떼어내고 CFO까지 교체했다. ESG 업무는 전임 CFO가 담당하는 셈이다. 벌크업에 성공했으니 이제부턴 재무와 위험관리와 관련한 스코프를 한층 체계화되고 세밀하게 나누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김 부사장이 신설 부서로 이동했다고 해서 한직에 배치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도 증설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성장을 추구한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60만리터인 캐파를 2032년엔 2배가 넘는 132만4000리터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를 뒷받침할 수주, 즉 고객사 유치에 ESG가 긴밀하게 결부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을 넘어 유럽 국가를 포함해 바이오의약품 위택개발생산(CDMO) 수주에 나서 앞서 100만리터가 넘는 캐파를 돌릴 예정이다. 유럽 시장의 경우 탄소중립 등을 포함해 친환경을 위한 노력이 없이는 사업 자체가 어렵다.


특히 영미권과 달리 유럽권역의 글로벌 빅파마와 빅바이오텍의 친환경을 향한 변화는 상당히 급진적인 것도 들여다 볼 사안이다. 아스트라제네카, GSK 등 주요 글로벌 빅파마는 일찌감치 친환경에 방점을 찍었다.

일부 기업은 2030년까지 모든 의약품 생산에 친환경 소재를 도입, 동물실험(Human·anamal-free)을 배제하고 화학적 처리를 최소화(Minimizing chemical processing)한다고 선언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캐파가 만개하는 2032년경에 생산역량과 수율만 앞세워선 거대한 시장인 유럽권을 공략하기 어렵단 뜻이다.

10년 만에 CFO의 교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성장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몸풀기를 시작한 모습이다. 아울러 장기 근속한 김 부사장이 신설 부서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점을 볼 때 앞으로도 CFO 또는 CFO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맡아 회사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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