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CFO]삼성전자, 위기 대처 중심엔 항상 '재무통 혁신' 있었다①각종 변곡점서 CFO 교체, 15년만 부사장급으로 재확인한 '위기경영론'
최은수 기자공개 2024-12-24 08:12:44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8일 07시07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인선 역사는 2009년 전과 후로 나뉜다. 사법리스크에 휩싸이는 외풍과 우여곡절 속에서 2008년 전략기획실이 해체됐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여파로 이듬해 기존 삼성전자 CFO를 담당하던 경영지원총괄본부장 보직까지 사라졌다.그 때 위기 대응 차원에서 CFO 자리에 처음으로 전무급 인사가 선임됐다. 이후 2024년에 다시 '경영 위기론'에 직면한 최근의 삼성전자는 어떨까. 약 15년 만에 사장이 아닌 '부사장급 인사'가 CFO로 발탁됐다.
이번 이례적인 CFO 인사로 삼성전자의 현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CFO 혁신을 통해 위기를 넘으려는 건 맞지만 그 강도와 여파가 2008년 수준은 아니라는 점도 함의한다.
이달 삼성전자 후속 인사로 선임된 박순철 신임 CFO(사진)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담당으로 이동한 박학규 사장 후임이다. 내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비롯해 삼성전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중하는 상황에서 중책을 맡았다.

박 CFO의 경우 그간 경력만큼이나 현재 직급이 '부사장'인 점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사라진 경영지원총괄본부장을 대체해 경영지원실장직이 재무총괄로 부각된 이후 삼성전자 CFO는 총수 공백 사태였던 2009년을 제외하면 15년 간 사장급 인사가 자리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09년 윤주화 전 사장, 2012년 이상훈 전 사장, 2017년 노희찬 전 사장, 2020년 최윤호 현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박학규 현 사업지원TF담당 사장 순으로 CFO를 역임했다. 이들 모두 경영지원실장으로서 CFO를 맡았던 만큼 지금까진 '경영지원실장은 곧 사장급'이란 공식이 있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총수와 CEO뿐만 아니라 CFO의 직제를 통해서도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론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 혁신의 '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200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당시 CFO가 전무급으로 세워진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다.
이 선대회장은 '진짜 위기'가 찾아왔단 이유로 2009년 용퇴 선언 후 1년 만에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했다. 마침 진짜 위기론이 시작된 2009년엔 삼성전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전무급 인사(이선종 전무)를 CFO로 세웠었다. 이 역시 1년 만에 다시 윤 사장으로 교체되면서 삼성전자의 위기경영이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는 점을 미뤄 알 수 있다.
당시의 위기경영 사례를 빗대 그간 CFO가 사장보다 낮은 직급이 맡는 기간이 어느 정도일지도 관전 포인트다. 일단 박 부사장이 부사장으로서 CFO가 되기는 했지만 향후 비정기 인사나 내년 정기인사에서 승진하거나 기존 관례대로 '급을 맞추기 위해' 추가로 인사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부사장이 삼성전자 이사회에 진입하는 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박 부사장의 선임인 박학규 사장은 물론 그 전임 CFO까지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서도 삼성전자에서 CFO가 어떤 책무와 상징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전임 CFO인 박 사장이 용퇴가 아니라 사업지원TF담당 사장으로 영전한 상황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CFO가 사내이사를 곧바로 계승할 지 여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CFO 휘하의 핵심 보직인 재경팀장에 김동욱 부사장이 유임한 점도 주목할 사안이다. 김 부사장은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 재경팀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최근 반도체사업 부진에도 삼성전자의 우량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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