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스톡 오해와 진실]'블록딜 유탄' 루닛 대표의 약속 "20억 이상 매도 사전공시"서범석 대표 "시장 충격 최소화 목적, 제도보다 강화한 내규 개정으로 재발 방지"
이기욱 기자공개 2024-12-27 10:55:33
[편집자주]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주식시장에 떠도는 격언이다. 그러나 적어도 바이오 업권에서 '소문'은 경계해야 할 리스크가 된다. 파이프라인의 성공과 실패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업의 특성 탓에 그 어느 업권보다도 주가가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더벨은 바이오 기업을 둘러싼 시장의 소문 혹은 오해의 진실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루닛이 최근 단행한 임원 블록딜(시간외 거래) 매도의 시장 여파가 계속되는 분위기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거래였지만 사전 공시 기준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도덕적 비판이 가라앉지 않는다. 그만큼 루닛에 대한 시장 및 투자자의 신뢰가 탄탄했던 셈이다.루닛은 주식 매도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시장에 줄 수 있는 시그널을 다방면으로 검토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시 관련 내부 규정을 현 제도 수준 이상으로 강화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더벨은 서범석 루닛 대표(사진)를 만나 임원 블록딜 매도의 진의와 향후 대처 방안 등을 들어봤다.
◇임원별 주식 매도 니즈 달라, 시장 충격 최소화 위해 블록딜 진행
루닛은 이달 18일 공시를 통해 임원 등 주요주주 7인의 블록딜 사실을 공개했다. 퇴사한 장민홍 전 최고사업책임자(CBO)를 포함해 이정인 이사, 팽경현 이사, 유동근 이사, 박승균 이사, 박현성 이사, 옥찬영 이사가 블록딜로 총 38만334주를 미국계 롱펀드 운용사에 매각했다.
대부분 루닛 창업 당시부터 함께했던 공동 창업자들이다. 이들은 작년 11월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받았던 고금리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경영진 자사주 매도에 따른 시장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백승욱 의장과 서범석 대표 2인은 같은 날 각각 6456주, 1291주씩을 장내 매수하기도 했다.
서 대표는 "임원별로 보유주식의 매도에 대한 니즈가 상이해 관련 논의가 오래도록 지속됐다"며 "특히 최근 들어 고금리 대출에 대한 상환이 필요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회사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임원별로 여러 번 매도하기 보다는 한 번에 모아 매도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고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도 주가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비교적 오랜 기간 주식을 보유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계 롱펀드를 통한 블록딜 방식을 채택했다"며 "장 마감 후 거래를 통해 장중 주가의 추가적인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계획해 실행했다"고 덧붙였다.
◇사전 공시 회피 의혹 예상 못해, "예방하지 못한 불찰 인정"
하지만 주요 경영진 블록딜의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몇몇 임원들의 거래 규모를 조정해 의도적으로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를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에 따르면 지분 10% 이상 주요 주주와 회사 경영진, 전략적투자자(SI)는 지분 1% 이상 혹은 50억원 이상을 거래할 때 거래 가격과 수량·기간을 최소 30일 전에 공시해야 한다.
이날 이정인 이사를 비롯한 임원 5인은 각각 6만4156주를 7만7934원에 매도했다. 총 매도 금액은 49억9993만3704원이다. 사전 공시 기준에서 단 1주가 모자란 규모로 거래를 한 셈이다.
공시 피할 목적인 1주 모자란 '거래량' 프레임으로 시장의 불신으로 이어졌고 17일 종가 기준 8만3800원이었던 루닛의 주가는 23일 6만2200원까지 하락했다. 26일 종가 역시 6만3100원으로 아직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중이다.
서 대표는 이 역시 주식 매도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였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 하는데만 몰두한 나머지 투자자들의 다양한 해석들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회사는 사전공시 제도에서 규정한 50억원 이상 매도의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50억원 이내에서 매도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으나 이것이 사전공시 제도 회피 목적으로 세간에 비춰질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사전에 판단하고 미연에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한 불찰을 인정한다"며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공시 제도와는 별도로 강화된 내부 규정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억 이상 매도시 사전 공시토록 내규 개정 "주주성원에 보답"
향후 추가 지분 매도 계획과 신뢰 회복 방안 등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우선 이번에 주식을 매도한 임원들의 추가 매도는 당분간 없을 예정이다. 다만 서 대표와 백 의장의 경우 20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 상환 등 목적으로 내년 중 일부 매각은 필요한 상황이다.
루닛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공시 관련 내부 규정을 현 제도 이상으로 강화해 시행키로 했다. 공시 규정 상 거래규모가 50억원 이상일 경우 사전 공시토록 하지만 루닛은 내규를 손 봐 20억원 이상인 경우에 사전 공시하기로 했다.
또한 일부 명확하지 않은 가이드라인도 명문화한다. 임원이 주식을 매매할 경우 '가능한 빠르게' 공시하도록 돼 있으나 '3일 내 공시'로 내부규정을 개정해 시행키로 했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공시 기한인 '5영업일 이내'보다 강화된 기준이다. 이미 18일에도 루닛은 거래 후 1시간 이내에 공시를 하며 빠른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한 바 있다.
서 대표는 "공시 및 시장소통 관점에서 임원 및 관련 직원 교육을 강화해 추후에는 시장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은 내부에서 빠르게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루닛이 하고 있는 본업에 더 집중하고 회사의 펀더멘털을 더 탄탄하게 해 주주분들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식 매각 과정과 방식이 제도적으로 유효했는지 여부를 떠나 도덕성 등 신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미리 인지하지 못한 불찰이 있었다"며 "불필요한 우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변명의 여지없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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