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30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이 내년 새 행장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가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내정됐다. 구성원들은 서울대학교를 나온 재무 전문가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상고 출신 영업통인 이 후보의 업무 스타일 차이를 파악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 행장의 연임이 점쳐지던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는 기류도 있다.이 후보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총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인선도 아니다. 함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을 호되게 꾸짖는 자리에서도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성공을 이끈 이 후보에 대해서는 칭찬 일색이었다고 한다. 그룹에서든 업계에서든 '꼴찌' 취급을 받던 하나카드의 반전이다. 지난해 연말 그룹 출범 기념식에선 보란듯 새 수상 제도를 만들어 이 후보에게 '1호 영업사원' 사령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함 회장과 이 후보의 삶은 평행이론이라 해도 될 만큼 닮아 있다. 함 회장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고학을 했고 이 후보는 신문 배달을 하며 학비를 벌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각각 충남 강경상고, 대구 중앙상고를 졸업하고 고졸 행원이 됐다. 함 회장이 충청영업그룹을 전국 최고로 만든 공로로 하나은행장이 됐듯 이 후보는 영남영업그룹장으로 족적을 남긴 뒤 하나카드 대표를 거쳐 하나은행장 자리에 오른다.
하나은행이 처한 상황 만큼은 함 회장 때와 다르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후 초대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배가된 자본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내고 공격적인 영업으로 리딩뱅크를 추격하는 게 그의 과제였다. 이 후보가 취임을 앞둔 지금의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순이익 1위 경쟁을 벌일 만큼 완숙해졌다. 단순히 영업력을 극대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별화된 성장 동력을 마련할 때다.
함 회장은 트래블로그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 후보에게서 가능성을 봤을 것이다. 이 후보가 하나카드 대표에서 물러나는 시점에 트래블로그 카드 이용자는 700만명을 넘었다. 그룹 차원의 성과지만 전통적인 방식에 매몰되지 않고 신사업에 전폭 힘을 실은 이 후보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하나은행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나금융 내에서 함 회장은 불세출의 영업맨이자 CEO로 평가된다. 누구보다 함 회장을 닮은 이 후보는 함 회장을 넘어설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함 회장과 다른 성공 방정식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후보가 어떤 모습의 하나은행을 만들어 갈지 궁금해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DGB금융 인사 풍향계]경영진 '지주-은행' 겸직 확대, 단단해진 연결고리
- '영업 대가' 이호성 하나은행장, '현장 중심' 조직 재정립 예고
-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M&A 원칙·신사업 트렌드' 방점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부통제·위험관리' 강화로 위기 넘긴다
- '영업통' 정진완 우리은행장, 취임사에 '영업' 빠진 까닭
- 함영주의 하나은행, 이호성의 하나은행
- [하나금융 인사 풍향계]포스트 '함영주·이호성' 꿈꾸는 신임 부행장들
- [BNK금융 인사 풍향계]빈대인 회장, '외부 전문가 영입' 선호 기조 이어졌다
- [DGB금융 인사 풍향계]황병우 회장, 유일무이 '은행장 겸직' 지속 배경은
- [하나금융 인사 풍향계]지주 '그룹사 시너지' 은행 '영업력 강화' 방점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