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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크립토 생크션 리스크]코인기업, 라이선스 취득 필수에 '탈 싱가포르' 행렬규제 친화국에서 정면돌파 vs 조세회피처 선택…가지각색 우회전략

노윤주 기자공개 2025-01-03 09:49:52

[편집자주]

아시아 금융허브로 불리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쟁이 거세다. 이미 전통금융에서 맞붙은 이들의 다음 결전지는 가상자산이다. 홍콩이 중국 본토 리스크로 흔들리는 사이 싱가포르가 상당 규모의 가상자산 자본을 흡수했다. 이후 무분별한 진입으로 자금세탁 리스크가 불거지자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홍콩은 뒤늦게 크립토 시장에 문호를 개방하며 역전을 노리는 중이다. 중국 본토의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가상자산을 대하는 아시아 금융 허브의 역동적인 규제 변화 상황을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 규제 강화에 따라 싱가포르를 떠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올해 결제서비스법(PSA)이 강화됨에 따라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은 사실상 예외 없이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국내 기업의 싱가포르 법인은 페이퍼컴퍼니다. 실제 운영 인력은 한국에 있고 싱가포르 법인은 단순히 코인 발행을 위해 설립된 자회사인 경우가 있다. 이런 기업들은 몇 년간 공을 들여 싱가포르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 대신 규제가 보다 포용적인 국가로 법인 이전을 선택하거나 싱가포르 서비스를 중단 중이다.

◇ 페이퍼컴퍼니 부실 운영에 '규제 강화' 불가피

싱가포르 규제 당국은 굵직한 사고들로 인해 가상자산 규제 강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글로벌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위권이었던 루나 가치가 제로(0)로 떨어지는데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는 싱가포르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였다. 운영 인력 대부분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사무실에 상주했었다.

같은 해 싱가포르 소재 가상자산 헤지펀드 쓰리에로우캐피탈(3AC)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테라-루나 폭락사태 연쇄작용이었다. 한 때 100억달러(약 14조7000억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던 곳이다. 두 기업 모두 싱가포르에 법인만 두고 실질적인 사업 관리는 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례도 있다. 가상자산 예치이자 서비스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해 1조2000억원대의 피해를 발생시킨 하루인베스트가 대표적이다. 국내 법인이자 모회사인 블록크래프터스가 싱가포르에 '하루 유나이티드 PTE'를 설립하며 상품을 출시했다. 국내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이다.

싱가포르의 유연한 규제를 악용한 페이퍼컴퍼니들이 문제를 일으키자 규제당국인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올해 4월 결제서비스법(PSA) 개정을 통해 현지 법인의 실질적 사업 운영을 의무화했다. 단순히 법인만 두고 실제 사업은 해외에서 진행하는 관행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살길 찾아 싱가포르 떠나는 가상자산 기업

싱가포르 규제 강화에 기업들은 각자 방식대로 이를 대처하고 있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국가에 자회사를 설립해 우회하거나 애초부터 싱가포르를 후보군에서 제외하고 가상자산 친화적인 국가를 설립하는 곳들도 있다.

프레스토랩스는 자회사 설립으로 규제를 우회하는 대표적 사례다. 대표와 주요 직원 대부분이 한국인인 이 기업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직접 인큐베이팅했다고 알려진 가상자산 거래소 플립스터는 소재지는 폴란드다. 폴란드에 거래소 운영법인 프렉스(Prex)를 설립했다.

업계서는 폴란드가 최소자본금 요건이 낮고 현지인 상근 임원 배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싱가포르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요건도 복잡하다. 일례로 업비트 싱가포르는 2020년 PSA 법 시행 후 곧바로 라이선스를 신청했는데 4년 만인 올해 정식으로 주요결제기관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싱가포르에서 중동으로 옮겨가는 국내 기업들도 상당수다. 네오위즈그룹의 네오핀은 아부다비에 'H랩'을 설립하고 가상자산 사업 중심축을 중동으로 옮기면서 싱가포르 의존도를 줄였다. 라인 자회사 라인테크플러스도 싱가포르 법인이지만 2023년 3월 '핀시아 재단'을 설립하며 아부다비를 선택했다. 카카오 블록체인 프로젝트 클레이튼도 핀시아와 합병해 '카이아' 통합 재단을 출범하면서 아부다비에 둥지를 틀었다.

아부다비 역시 페이퍼컴퍼니를 용인하지 않는다. 다만 규제당국인 아부다비글로벌마켓(ADGM)이 이전해 오는 기업들에게 자금지원,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법인세와 소득세가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투입한 자본금도 연구개발비로 돌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사업이 막히는 싱가포르 대신 아부다비, 두바이를 선택하고 있다. 일부 해외 가상자산 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선택하기도 한다.

기존에 싱가포르에 남아있는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위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했던 게임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위메이드,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국내 규제를 피해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현지 사업 운영 체계를 갖춰야 한다. 현지 사무실 설치와 싱가포르 거주 임원 확보는 기본이다. 자본금 요건 충족은 물론 일별 정산, 월별 잔고증명서 제공 등 세세한 운영 지침도 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위메이드의 위믹스는 올해 9월부터 위믹스 플레이 싱가포르 IP 주소 접근을 차단했다. 위믹스 공식 홈페이지, 위믹스 스테이킹, 클레바, 나일 등 대다수 서비스도 법 시행 일자인 10월 2일에 맞춰 싱가포르 접속을 막았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특히 게임사들이 가상자산 발행을 위해 싱가포르를 선택했지만 지금처럼 규제가 강화될 것은 예상하지 못했었다"며 "사업상 여러 이유로 법인 이전을 고민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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