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08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제도다.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수익 창출이 어려운 바이오 기업에게는 그야말로 기업공개(IPO)를 위한 ‘황금 사다리’다.일반 상장과 기술특례상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모가 산정 근거에 있다. 일반상장은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기반이지만 기술특례상장은 ‘매출 추정치’가 기반이 된다. 기술이전, 임상 성공 등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모멘텀을 추정해 산정한 매출이 근거가 되는 셈이다.
IPO 준비 기업을 취재하면서 매출 추정치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면 기업들은 대개 자신감을 보인다. 주관사, 금융당국과 논의를 통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책정한 수치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지나친 자신감은 지키지 못할 약속을 만드는 법이다. 2019년 상장한 셀리드는 당시 증권신고서에 상장 후 4년간 매년 신규 기술이전 계약금을 매출 추정치에 포함시켰다. 보수적으로 추정한 수치라는 언급도 있다. 하지만 셀리드가 지금까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상장 7년차인 셀리드는 유예 기간이 끝난 작년부터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였다. 기술이전은 물론 제품 매출도 나오지 못해 코스닥 상장 기업의 수익성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서다.
올해 3월 관리종목에 지정된다면 내년에는 상장 폐지까지 걱정해야 한다. 이는 비단 셀리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9년과 2020년 바이오 IPO 호황기에 상장한 기업 중 상당수가 올해 관리종목 지정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실현시키지 못한 과거의 자신감이 투자자들을 손해의 위험에 빠뜨린 셈이다.
지난해는 그간 얼어붙었던 투심이 회복되면서 몇 년 만에 제약바이오 IPO에 훈풍이 불었다. 신규 상장 기업만 24곳, 이 중 기술특례상장 트랙을 활용한 기업은 18곳에 달한다. 올해 역시 바이오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IPO에 나설 전망이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수년의 연구 성과인 물질과 기술에 대한 자신감은 있을 수 있다. 다만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은 상장 기업은 그 자신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 몇 년만에 돌아온 바이오 호황기, 상장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해 훈풍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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