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지주사 디스카운트는 없다...역대 최고가 쓴 ㈜두산자체사업 전자BG·계열사 호실적·법개정…다양한 배경, 여전한 상승 동력
허인혜 기자공개 2025-01-10 07:13:48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8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두산의 주가가 뛰어오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6일과 전일(1월 7일)의 종가를 비교하면 한달 사이 34%가 넘게 올랐습니다. 지난 10년치 차트를 돌아보면 전례없는 주가 상승입니다. 1년 전인 2024년 1월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커집니다. 지난해 1월 ㈜두산의 주가는 장중 7만8000원까지 내려갔습니다. 7일 종가는 29만6500원. 약 4배 차이입니다.
지주사로서는 독특한 추이입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등 굴지의 사업회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 두산퓨얼셀과 두산테스나까지 여러 곳의 상장사를 뒀습니다. 주요 계열사가 모두 상장사이다보니 성과가 해당 기업의 주가에 직접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알짜 부문을 상장시키며 지주사 디스카운트도 겪었습니다.
㈜두산은 사업형 지주사입니다. 하지만 자체사업의 영업이익 규모는 잘나가는 계열사들 대비 적었습니다. 사업 자체도 2023년까지 주목을 받지 못했죠. 전방산업의 불황으로 자체사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두산의 주가는 박스권에 머물렀습니다.
지주사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두산은 두 번의 주가 상승을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 상승은 '상승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듯 합니다. 단발성 이벤트에 따른 상승은 아니었죠. 자체 사업과 자회사들의 호실적 기대가 반영되면서 ㈜두산의 주가도 서서히 상승했습니다. 3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주가는 7월 20만원대를 넘겼습니다.
그랬던 주가는 7월을 기점으로 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두산3사의 기업구조 재편안이 발표된 후죠. 한번 동력을 잃은 주가는 10만원대 후반까지 내려앉았습니다. 하락세는 지난해 12월 초까지 지속됐습니다. 12월 말을 기점으로 주가는 다시 오릅니다. 관련 법 개정 움직임 때문입니다.
◇Industry & Event
2024년 상반기 동안 이어진 주가 상승은 앞서 짚었듯 ㈜두산의 자체 사업과 자회사들의 호실적 전망에 따랐습니다. 자체사업은 반도체 시장의 턴어라운드와 인공지능(AI) 시대의 훈풍을 타고 각광을 받았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AI 시장 확대에 따라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두산로보틱스와 비상장 자회사들의 반등도 점쳐졌습니다. 전 영역에서 분위기가 좋았죠.
AI 밸류체인이 두산그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두산은 자체사업으로 전자BG와 DDI, FCP, 두타몰 등의 부문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력사업은 전자BG 부문입니다. 동박적층판(CCL) 등을 납품하는데 AI 시대에 꼭 필요한 부품입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CCL을 납품하게 되면서 주가가 올랐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력 부문인 소형모듈원전(SMR)도 인기가 치솟았습니다. 아마존 등의 글로벌 IT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자체 전기 생산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SMR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7월 두산그룹이 3사 구조 개편안을 내놓으며 주가는 다시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7월 11일 24만원을 넘겼던 주가는 8월 초 13만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자체사업 등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주가는 천천히 우상향했습니다.
주가 상승에 다시 속도가 붙은 건 지난달 말입니다. 월초 21만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월말 장중 30만원을 넘겼습니다. 시장에서는 자본시장법과 상법 개정을 상승의 배경으로 지목했습니다.
지난해 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됐습니다.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주식총수의 5%일 경우 관련 보고서 등을 작성해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인적분할과 합병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것도 막았습니다. 지주사들이 자사주 소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렸습니다. ㈜두산의 자사주 비중이 18.2%로 이 기대감이 더 적극적으로 주가에 반영됐죠. 상법 개정안은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합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도 남아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지주사의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기대하곤 합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두산 투자자들도 수혜를 기대했습니다. ㈜두산은 16년동안 배당금을 줄이지 않은 곳으로도 꼽힙니다. 그룹 계열사들의 성과가 여전히 좋고, 지주사에서도 배당 수익을 기대할만 하니 주가가 오를 수밖에요.
◇Market View
㈜두산의 주가가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증권가에서 이어진 매수 의견이 ㈜두산의 주가를 끌어올린 요소이기도 합니다. 주가는 리포트들이 전망한 ㈜두산의 목표가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증권사들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두산의 목표주가를 35만원까지 높였습니다. 지난해 11월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이 제시한 ㈜두산의 목표 주가는 25만~26만원이었습니다. 지난달 13일 DS투자증권이 목표가를 30만원에서 35만원으로 올려 잡았습니다. 이달 BNK투자증권과 iM투자증권이 각각 목표가 35만원을 내놨죠.
증권가에서는 ㈜두산의 자체사업과 계열사들의 성과, 법 개정까지 다양한 이유를 들어 추가 상승을 예상했습니다. 두산3사의 분할합병안이 무산되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분석도 나왔죠.
BNK투자증권은 ㈜두산의 자체사업에 주목했습니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 전자BG 부문의 실적 상승기와 같은 상황이 찾아왔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2025년에는 AI 가속기 및 광학 모듈 등 하이엔드 소재 양산과 해외 신규 매출처에 제품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자체사업의 호실적과 함께 상장 자회사들의 주가 변동, 두산로보틱스 활용 가능성 등을 토대로 주가 상승을 내다봤습니다. iM증권은 법 개정이 주가에 미칠 영향에 초점을 맞춰 목표주가를 높였습니다.
◇Keyman &Comments
㈜두산의 주가 상승이 기업 각각의 사업성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의 공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전자BG 부문과 두산에너빌리티의 SMR을 일찌감치 키운 장본인입니다. 사업부문 최고사업책임자(CBO) 문홍성 사장도 핵심 인물입니다.
㈜두산은 김민철 사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습니다. 1989년 입사해 현재까지 몸담고 있는 명실상부한 '두산맨'입니다. 김 사장은 두산그룹이 2021~2022년 마주쳤던 유동성 위기를 잠재웠던 키맨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두산3사의 분할합병 추진 당시 밥캣과 로보틱스 합병 비율 등을 총괄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두산의 IR 부문에 스스로의 주가 흐름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물었습니다. ㈜두산의 IR 관계자는 자체사업 성장성이 반영된 주가 상승으로 해석했습니다. 추가 상승 동력에 대한 예측은 어렵다고 답했지만 내부에서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IR 관계자는 "향후 주가에 대한 예측은 매우 어렵지만 시장에서 전자BG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과 상법 변화 전망이 ㈜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문의했습니다. ㈜두산은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말로 답변을 갈무리했습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실적과 유동성, 주주환원 정책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IR 관계자는 "회사는 실적 성장, 재무건전성 확보, 주주환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AI 열풍에 힘입어 전자BG의 사업적 수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총주주수익률 극대화 등 주주가치를 제고를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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