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뉴 비전]밥캣은 왜 신사업 키우기보다 '인수'를 택했을까④탄탄한 유동성·신제품 찾기 어려운 시장 환경…선례가 보여준 '가능성'
허인혜 기자공개 2025-01-08 07:19:24
[편집자주]
두산3사는 추진했던 분할·합병안이 무산되면서 미래 로드맵을 다시 짜야할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투자 재원 마련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모자 관계를 구축해 이루려던 기술 시너지의 밑그림을 새로 그리게 됐다. 플랜A는 폐기됐지만, 원전 르네상스 등 기업구조 재편을 기획했던 배경을 고려하면 투자와 기술 개발의 방향성은 유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밥캣, 로보틱스의 현황을 진단하고 새 청사진과 재원마련 방안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7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밥캣은 인수합병(M&A)을 핵심 미래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소형 장비(Compact Equipment) 시장이 레드오션에 접어들며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사업을 키우기보다는 인접사업 기업을 사들여 영토를 넓히는 쪽을 택했다.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보인다. 앞서 인수한 기업들이 두산밥캣의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으며 M&A 전략의 효과를 증명해냈다. 건설기계 산업에서 특별히 새로운 사업 영역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두산밥캣이 잘 쌓아둔 현금보유량이 인수합병 전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M&A 택한 이유, 인접사업 확장·신사업 발굴 어려움
두산밥캣의 주력 사업은 건설기계군 중에서도 소형 장비다. 매출액의 약 80%가 소형 장비에서 나온다. 주력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여전히 잘 팔린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출혈 경쟁에 들어섰다는 평가는 오래 전부터 나왔다. 건설경기가 미치는 영향력도 큰 편이다. 이런 흐름은 두산밥캣의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비 25%, 58% 감소했다. 소형장비 매출액이 큰폭으로 줄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북미 건설경기가 좋지 못해 수요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매출액을 소형장비에 기대다보니 이 부문이 불황을 겪으면 전체 실적이 쪼그라든다. 때문에 두산밥캣은 소형 장비 외의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확대를 노린 기업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다. 신사업 키우기와 M&A다. 두산밥캣은 후자에 무게를 뒀다.
두산밥캣은 건설기계 산업군 내에서 새로운 제품군을 찾고자 했다. 이미 북미와 유럽의 소형장비 시장에서 탄탄한 인지도를 구축해서다. 다른 영토를 찾기보다 인접사업으로의 확장을 꾀했다.
다만 소형장비의 인접사업도 건설기계군에 포함되는 만큼 새로운 사업 영역은 많지 않다. 두산밥캣이 자체 사업을 키워 진입하면 이미 후발주자라는 의미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건설장비 산업 자체가 성숙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 영역이 많지 않고, 이미 경쟁이 치열해 M&A가 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잘 산 '조경장비·산업차량'…인수가 대비 유동성도 '튼튼'
M&A로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경험도 있다. 조경장비 사업체와 산업차량 사업체를 사들이면서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그동안 조경장비 사업 등 유관기업 M&A를 통해 성장해온 경험을 토대로 인수합병 전략이 유효하다는 점을 증명해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두산밥캣은 잔디깎이 사업과 산업차량 부문 등을 인수해 매출액을 신장시켰다. 2019년 미국 쉴러그라운드케어에서 제로턴모어 잔디깎이 사업 부문을 매수했다. 2021년에는 두산그룹의 산업차량 부문을 인수했다. 모트롤은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인수 절차가 완료됐다. 지난해 4분기 실적부터 반영되고 있다.
두산밥캣은 제품별 매출액은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인수했던 잔디깎이(turf equipment) 부문에서는 2018년과 2021년 사이 매출액이 55% 늘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수전의 효과는 자재관리(material handling) 부문의 매출액 추이로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말을 기준으로 소형 장비 매출액이 10% 늘어난 사이 자재관리 부문은 19%의 신장을 기록했다.
풍부한 유동성은 M&A 전략을 이어갈 힘이 된다. 인수합병의 장점은 빠른 효과다. 포트폴리오가 바로 확대되고 인수 대상 기업의 네트워크도 그대로 유치할 수 있다. 그만큼 단기간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두산밥캣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10억8580만달러(1조5925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2억2926만달러(1조8029억원)로 확대됐다. 잉여현금흐름(FCF)을 보면 2020년 3460억원에서 2021년 1915억원, 2022년 2819억원, 2023년 8649억원으로 나타났다.
두산밥캣이 쉴러 그라운드 케어의 잔디깎이 사업을 인수하며 지출한 자금은 8200만달러(당시 약 972억원)로 추정됐다. 두산밥캣이 이미 인접사업 기업을 인수하기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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