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더벤처스]'선배 창업가' 김철우 대표, 글로벌 조력자 우뚝'페이잇포워드' 정신 강조…팔로우온 투자 확대, 500억 펀딩 예고
이영아 기자공개 2025-01-15 09:11:03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0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와 스타트업 창업자는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사이라고 평가된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창업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알아봐준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때론 주주 입장에서 날카로운 제언을 건내기도 한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김철우 더벤처스 대표(사진)는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다. 김 대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두 가지 경험을 모두 해본 것이 행운이라고 말한다. 선배 창업가가 투자자가 돼 다시 후배 창업가를 양성하는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를 실현하고 있는 이유다.
후배 창업가들의 꿈의 무대를 넓히는 투자자가 되고 싶다는 게 김 대표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시드투자에 멈추지 않고 후속투자(팔로우온)에 보다 적극 나설 예정이다. 또 글로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성장 스토리: '셀잇' 창업 및 엑시트→VC 업계 입문
1983년생 김 대표는 부산대학교 응용화학공학부 졸업한 뒤 스타트업 생태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김대현 더벤처스 파트너와 함께 2014년 중고거래 대행 서비스 '셀잇'을 창업했다. 셀잇은 법인설립 1년2개월 만인 2015년 케이벤처그룹(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됐다.
흥미로운 점은 더벤처스와의 인연이다. 셀잇 법인설립과 동시에 시드투자를 집행한 투자사가 더벤처스였다. 김 대표는 "당시 더벤처스 호창성·문지원 대표님은 스타트업 창업자들 사이에서 '연예인의 연예인' 같은 존재였다"면서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한 공감을 해주시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더벤처스를 설립한 호창성·문지원 공동 창업자는 2007년 미국에서 K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 '비키'를 만들어 2013년 일본의 라쿠텐그룹에 2억달러 가치로 매각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해외 투자를 받고 엑시트(회수)까지 성공한 진귀한 례였다.
이후 셀잇은 2017년 모바일 중고마켓 번개장터를 운영 중인 퀵켓과 합병했다. 통합 법인인 번개장터 주식회사에서 김 대표는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맡아 서비스 개발을 이끌었고 2019년 번개장터와 사모펀드 프랙시스캐피탈의 매각딜을 리드했다.
번개장터 매각 이후 진로를 고민하던 김 대표는 호창성 대표로부터 더벤처스 합류 제의를 받는다. 김 대표는 2020년 2월17일에 더벤처스에 파트너로 합류했다. 특별한 인연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선택한 날짜다. 2월17일은 더벤처스가 셀잇에 투자를 집행한 날짜이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였을때 호창성 대표님께 많은 조언을 얻으며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면서 "호창성 대표님이 제게 그러했듯, 저 역시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세대 창업가들에게 제 존재가 용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철학: "초기 투자에 필요한 건 상상력과 용기"
김 대표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다양한 업무를 접하며 본인만의 투자 철학을 만들어갔다. 그가 더벤처스 합류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하우스의 마수걸이 펀드를 만드는 일이었다. 더벤처스는 2014년 설립 이후 고유계정(PI) 투자만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펀드가 '임팩트 컬렉티브 코리아펀드(50억원)'이다. 카카오와 크래프톤, 네오위즈가 유한책임출자자(LP)로 합류했다.
펀드레이징과 달리 투자 작업은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하우스 합류 첫 해인 2020년 단 한 건의 투자(인공지능 골프 코칭 서비스 운영사 '모아이스')만 집행했다. 후기 스타트업에 준하는 엄격한 잣대로 초기 스타트업을 평가한 것이 원인이었다.
김 대표는 "쉽게 말해 시리즈C 단계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기준을 시드 단계 스타트업에 적용한 것"이라며 "직전 경력이 '번개장터'이다보니 저도 모르는 새 높은 기준이 정립돼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부터 투자 철학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투자 안 할 이유를 찾다보면 결국 투자할 기업은 남아 있지 않더라"면서 "안 되는 이유를 찾기는 너무 쉬우니 되는 이유 딱 하나를 찾는 것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 또한 창업자만큼 상상력과 용기를 가져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더벤처스 투자 의사결정 과정이 심플해진 배경이다. 더벤처스 파트너들은 '예스(YES)' 혹은 '노(NO)' 두 가지로 투심을 표현한다. 만장일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투자가 진행될 수 있다. 단 한 명의 파트너라도 '강력한 예스(YES)' 의사를 표하면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투자 기준 또한 심플하다. 창업자에 집중한다. 단 창업자의 '인간적인 매력'과 '창의적인 관점'을 면밀히 살펴본다. 김 대표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창업자는 자주 만나게 되고, 더 많은 도움을 드리게 된다"면서 "이런 분들이 결국 인재 채용도 잘하신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 스타트업은 인류 역사상 한 번도 푼 적 없는 난제를 푸는 것이 아니다"면서 "누군가 앞서서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한 문제를 푸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들이 못하던 것을 성공시키려면 문제 정의 혹은 실행 관점이 달라야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21년 대표직에 올랐다. 대표직에 오른 뒤에도 여전히 초기 스타트업 딜 소싱에 주력하고 있다. 초기 투자에 집중하는 하우스 특성상 포트폴리오 대다수는 더벤처스가 첫 기관투자자로 참여한 딜이다.
◇트랙레코드: 모아이스, 리클, 김(geem)
'모아이스'는 김 대표가 더벤처스에서 처음 투자한 포트폴리오다. 2019년 설립된 모아이스는 골프 스윙 자세를 실시간으로 코칭해주는 인공지능(AI) 기반 골프 스윙 분석 앱 서비스 골프픽스를 운영한다. 골프픽스는 해외 이용자 비중이 6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모아이스의 AI 기반 신체 동작 분석 기술은 확장성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모아이스는 골프뿐 아니라 권투나 테니스, 태권도, 다이빙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골프 인구가 많은 일본과 유럽 등도 공략한다는 청사진이다.
김 대표는 '리클' 또한 주목할만한 포트폴리오로 꼽았다. 리클은 헌옷수거함을 찾거나 고물상을 방문할 필요 없이 집에서 비대면으로 헌 옷을 보내고 해당 금액을 정산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 2021년 서비스 시작 이후 누적 방문자는 1300만명에 달한다.
리클 투자 포인트는 '창의적인 관점'이다. 김 대표는 "번개장터와 중고나라가 아니라 오프라인 의류수거함을 경쟁업체로 꼽은 관점의 전환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의류 매입가를 0으로 낮춰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경쟁력을 갖췄다"라고 언급했다.
'김(geem)' 또한 애정어린 시선으로 주목하고 있는 포트폴리오이다. 김은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김 스낵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한국의 고유한 제품과 서비스를 미국 시장에 적용해서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 회사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김 대표는 "최근 K-콘텐츠 바람을 타고 한국의 음식, 패션, 뷰티를 비롯한 소비재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고, 특히 한국적인 배경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기업에 관심이 크다"라고 언급했다.
◇향후 목표: '시드→시리즈A' 투자 확대…글로벌 확장
김 대표의 올해 목표는 확장의 고삐를 쥐는 것이다. 후속 투자와 글로벌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시드투자에 주력했다면 이젠 시리즈A 단계까지 투자 범위를 넓힐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팔로우온에 적극 나서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투자재원 확충에도 적극 나선다. 하우스 최대 규모 벤처펀드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민간 LP 중심 펀드레이징을 바탕으로 500억원 펀드를 결성할 것"이라며 "글로벌 딜소싱을 바탕으로 절반은 시드투자, 나머지는 후속투자에 집행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더벤처스는 '임팩트 컬렉티브 코리아 펀드'(50억원)와 '더벤처스파운더스커뮤니티펀드1'(190억원)를 운용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 역외펀드 '아시아어드밴스펀드1(150억원)'를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 보폭 또한 더욱 키운다. 더벤처스는 지난 2023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VC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김 대표는 "한국인 창업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창업자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며 "더 큰 꿈을 꾸는 창업자들과 함께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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