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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그룹 100년의 유산]섬유에서 시작된 녹는실…'생분해성 봉합사' 세계 1위③폴리에스터 고도화 결과물, '미용성형용' 봉합사로 사업 확장

윤종학 기자공개 2025-01-21 07:58:34

[편집자주]

1924년 설립된 삼양그룹은 국내 대표 장수기업이다. 창립 초기에는 식품과 섬유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지만 현재는 식품과 화학, 의약바이오 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101살이 된 삼양그룹은 각 부문의 스페셜티(고기능성) 사업을 키워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삼양그룹의 지난 100년 역사를 통해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 과정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스페셜티 사업의 개발 배경 및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15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이 보유한 스페셜티(고기능성) 소재 중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소재가 있다. 바로 '생분해성 봉합사'다. 생분해성 봉합사는 삼양그룹의 100년 역사 중에서도 초기 사업으로 꼽히는 섬유에서 발전한 케이스다. 폴리에스터 국산화 이후 고분자 기술을 고도화해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를 개발했다.

삼양그룹은 글로벌 1위인 생분해성 봉합사 사업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미용성형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기존 외과수술용 생분해성 봉합사에 이어 미용성형용 생분해성 봉합사를 개발해 해외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진행 중인 허가 절차에 속도를 내 미국으로 수출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섬유사업에서 개발한 폴리에스터, 생분해성 봉합사로 진화

1920년대 기업형 농장으로 시작한 삼양사는 6.25 전쟁이 끝난 후 국민들 생활에 가장 필수적인 의식주 해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제조업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1955년 국내 최대 규모의 제당공장을 준공하고 설탕 국산화에 앞장선 삼양사는 1960년대에 식품사업이 성공하며 경영이 안정화되자 신사업으로 섬유사업을 점찍었다. 삼양사는 1963년 전주방적사를 인수해 상호를 바꾼 삼양모방으로 섬유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생분해성 봉합사 제품 '모노픽스'. <이미지=삼양홀딩스>

그러나 당시 김연수 회장과 김상홍 사장 체제로 출범한 삼양모방이 줄곧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자, 경영진은 국내외 섬유산업의 흐름을 분석해 화학섬유로 생산 체제를 전환하게 된다. 삼양사는 이때 화학섬유 중에서도 폴리에스터에 주목했다.

당시 전량 수입하던 폴리에스터를 국산화하면 국가 경제발전과 국민 의생활 개선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폴리에스터는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소재다. 강하고 내구성이 좋으며, 생산 비용이 낮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삼양사는 1968년 7월 전주 폴리에스터 공장 건설에 착수해 이듬해 12월 공사를 마쳤고, ‘트리론(Triron)’이라는 이름으로 폴리에스터를 생산해 국내외에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삼양사는 폴리에스터 생산에 필요한 고분자 기술을 고도화해 사업 다각화에 필요한 기술력을 갖췄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한 사업 아이템 중 하나가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다. 봉합사는 의학 및 수술에서 조직을 봉합하고 치유를 돕기 위해 사용하는 실이다. 주로 상처를 닫거나 출혈을 방지하고 수술 후 조직이 안정적으로 회복되도록 돕는다. 특히 생분해성 봉합사는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돼 제거할 필요가 없어 의료업계 활용이 늘고 있는 분야다.

삼양그룹은 폴리에스터를 생산하며 축적한 고분자 합성·중합·방사기술과 산업용 원사 생산 기술력을 바탕으로 1987년부터 외과수술 시 상처 부위 봉합에 쓰이는 수술용 봉합사 개발에 나섰다. 이후 10여년에 걸친 연구 끝에 1993년 국내 최초로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 개발에 성공했고 1997년 ‘트리소브(Trisorb)’를 출시했다.

이 외에 폴리디옥사논(PDO) 소재로 만든 ‘모노소브(Monosorb)’, 기존 봉합사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개선한 ‘모노패스트’, ‘모노플렉스’ 등의 제품을 추가로 개발하며 봉합사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2023년에는 헝가리 괴될뢰 산업단지 3만6000㎡ 부지에 약 280억원을 투자해 연산 최대 10만km 규모의 원사 생산공장을 준공하는 등 과감한 투자도 이어갔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연평균 20% 성장세…미용성형용 제품 다각화

의약바이오 분야 스페셜티 소재인 생분해성 봉합사는 삼양그룹 지주사인 삼양홀딩스가 맡고 있다. 삼양그룹은 2011년 의약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삼양바이오팜을 설립했는데, 연구개발 자금 조달 등의 이유로 2021년 삼양홀딩스로 흡수합병했다.

삼양홀딩스는 매년 45개국 190개 이상의 기업에 약 5000만달러 규모의 원사를 공급하며 글로벌 원사 제조사 기준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줄었던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최근 3년간 생분해성 봉합사 매출도 연평균 20%씩 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양홀딩스는 향후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를 늘려 연산 20만km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수술용 봉합사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삼양홀딩스는 미용성형용 시장으로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성형외과 및 미용 수술은 피부 자극을 줄이고 흉터를 최소화해 자연스러운 결과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생분해성 봉합사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삼양홀딩스는 봉합사 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리프팅 실 '크로키'를 출시하며 미용성형 시장에서도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크로키는 생체에 적합한 고분자물질 폴리디옥사논(PDO)이 주성분이다. 해당 제품은 2019년 유럽 의료기기 지침 ‘CE MDD(Medical Devices Directive)' 인증을 받으며 수출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유럽, 일본, 중남미 등 전 세계 29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허가 절차를 진행중이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미용성형쪽 생분해성 봉합사는 이제 막 성장하는 시장으로 스페셜티를 키우려는 그룹의 방향성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며 "특히 국내보다는 해외쪽에서 제약사와 계약을 맺고 임상 및 승인절차를 밟고 있으며 미국 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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