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키트루다' 기록 깬 렉라자 병용, 생존기간 50개월의 의미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리브리반트+렉라자 OS로 표준치료 새 화두"
정새임 기자공개 2025-01-23 09:30:51
[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의 성장전략은 결국 '사람(人)'이 핵심이다.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영업, 마케팅, 재무, 투자(M&A)까지 다양한 현장에 위치한 키맨의 역할이 막중하다. 기업마다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고 육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더벨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인물들을 만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2일 16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으로 생존기간(OS)을 1년 이상 늘릴 수 있다면? 이 문장이 의료현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매우 크다. 지금까지 수많은 항암 신약이 쏟아졌지만 표준치료보다 OS를 1년 이상 늘린 적 있는 약제는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유일했다.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J&J)의 폐암 신약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OS 1년 개선이라는 기록적인 데이터를 예고했다. 특히 이 결과는 세포독성항암제 등 '올드드럭'이 아닌 EGFR 변이 폐암에서 부동의 표준요법으로 자리잡은 '타그리소'와 비교해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 주목된다.
더벨은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임상책임자(PI)인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사진)를 만나 OS 1년 개선의 의미를 짚어봤다.
◇'완치'로 여겨지는 생존기간 5년, 훌쩍 다가선 리브리반트+렉라자
2023년 글로벌 빅파마 존슨앤드존슨(J&J) 제약사업부 이노베이티브메디슨(구 얀센)이 폐암 신약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 3상 MARIPOSA 연구 첫 결과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유한양행 주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1차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 23.7개월로 대조군인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7.1개월 개선 효과를 보였음에도 부작용 위험으로 시장은 'OS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항암 치료에선 결국 '신약으로 생존기간을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 것인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PFS도 OS와 밀접히 연관된 중요한 지표이지만 신약에 보수적인 의료현장에서 OS 개선은 처방 변경을 유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EGFR 변이 폐암은 1,2세대 표적치료제가 일찍이 나왔고 3세대 타그리소까지 1차약제로 오르면서 환자들의 OS가 크게 개선됐던 터라 리브리반트+렉라자가 기록적인 OS 개선을 입증하기 힘들 것이란 예측이 컸다. J&J 내부적으로도 OS를 6개월 정도 늘리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라 봤다.
결과는 J&J의 기대도 뛰어넘었다. 신년 J&J는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JPM)를 앞두고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OS를 크게 개선했으며 이는 1년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글로벌 학회에서 발표되므로 사전 공개가 어렵지만 이미 도출된 타그리소 OS를 통해 병용요법의 OS를 추정해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J&J의 MARIPOSA 추적결과 업데이트에 따르면 타그리소는 37.3개월의 OS를 기록했다. 당시 리브리반트+렉라자 요법은 아직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였다. 1년 이상 개선기간을 기록했다면 병용요법의 OS는 50개월 남짓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완치'로 여겨지는 5년 생존을 바라볼 수도 있는 기간이다.
조 교수는 "과거 타그리소가 1차 표준치료로 올랐던 3상에서 OS 약 7개월을 개선해 생존기간이 약 3년이었다"라며 "리브리반트+렉라자는 50개월 가까운 데이터를 보여줌으로써 EGFR 폐암 표준치료를 바꿀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MARIPOSA OS 상세 데이터는 3월 26일부터 열리는 유럽폐암학회(ELCC) 2025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논란의 여지 없는 OS, SC로 편의성도 개선…이유있는 매출 '7조원'
조 교수는 MARIPOSA 참여 환자들을 가장 많이 봤던 PI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5년 가까이 생존한 환자들을 적지 않게 보고 있다. 2019년쯤 임상연구에 참여해 지금까지 종양 진행 없이 지내고 있는 환자들이다.
그는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리브리반트+렉라자 부작용이 더 높은 편이라 OS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논란의 여지를 말끔히 해소했다"며 "앞으로의 논의 주제는 글로벌하게 병용요법을 쓰는 것은 기본이고 리브리반트와 렉라자를 어떻게 잘 쓸 것이냐는 문제"라고 말했다.
모멘텀은 더 있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에서 정맥주사(IV)인 리브리반트를 피하주사(SC)로 바꾼 리브리반트SC+렉라자 요법이다. 기존에는 렉라자가 알약이어도 리브리반트 때문에 환자들이 4~5시간 동안 주사를 맞아야 했다. SC제형으로 바뀌면 투여시간 10분 이내로 줄어 투여 편의성이 크게 올라간다. 매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J&J가 1월 JPM에서 연매출 목표를 7조원 이상으로 제시한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리브리반트SC+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한 보완요구서한(CRL)을 발송해 허가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제조시설과 관련된 사항으로 약제의 효능, 안전성 데이터와는 무관한 문제다.
조 교수는 "약제 데이터와는 관련없는 이슈로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SC는 환자뿐 아니라 의사들의 편의성도 크게 개선할 수 있어 처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문제는 더 이상 리브리반트+렉라자 요법이 표준치료로 올라설 수 있느냐가 아니다. 표준치료를 바꾼 리브리반트와 렉라자를 어떻게 잘 쓸 것인가에 있다. 다양해진 1차약제의 가격과 효능, 안전성 등을 고려해 가장 비용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조 교수는 "어떤 환자에서 약제가 가장 잘 반응하고 어떤 환자가 이 병용요법을 잘 견딜 것이냐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후속약제 개발 필요성은 여전, 다양한 병용전략 추진될 것"
리브리반트와 렉라자가 5년 OS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난항에 빠진 건 후속 약제다. 후속 약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텍 입장에서 앞단에 새로운 치료제가 표준치료로 올라서고 그 약제가 매우 좋은 효과를 낸다면 이를 뛰어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유한양행과 J&J가 지난해 4세대 약제 공동개발 협력을 종료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조 교수는 여전히 후속 약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4세대 치료 개발의 정의도 달라질 것이라 봤다. 1~3세대가 커버하는 변이에 더해 앞세대 치료로 인한 내성변이까지 커버할 수 있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개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실제로 앞선 4세대 신약 개발이 여럿 중단된 뒤 후발주자들은 다양한 병용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제이인츠바이오 JIN-A02는 1상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인하고 병용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조 교수는 "JIN-A02 경우에도 단일약제로써 기본적인 내약성과 합리적인 효능을 보이고 있어 다양한 병용요법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리브리반트와 렉라자가 EGFR 폐암에서 병용요법으로 처음 대두된 요법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병용 연구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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