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신약 새 판 짜는 제이인츠바이오]차세대 신약 선제적 개발 '공감대', 최고 전문가 뭉쳤다①EGFR 폐암 라이브러리 구축해 빠른 후보물질 도출, A부터 Z까지 전문가 집단 형성
정새임 기자공개 2024-11-06 14:01:45
[편집자주]
설립 3년된 신생 바이오 벤처 제이인츠바이오는 국내 대형 제약사 유한양행에 4000억원대 기술이전(L/O) 성과를 내며 유명세를 떨쳤다. 글로벌 신약으로 거듭난 유한양행 '렉라자'의 성공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사례가 제이인츠바이오에서 재현되리라는 기대감이 불거지면서다. 제이인츠바이오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학·연·정 각계별 최고 전문가를 모아 차세대 폐암 신약 라이브러리 구축이라는 국내 첫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더벨이 제이인츠바이오의 새로운 도전을 담아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6일 0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 개발 전문 바이오텍 제이인츠바이오가 새로운 플랫폼 구축을 선언했다. 기존의 폐암 치료제 개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거대한 라이브러리 구축을 꾀한다.폐암의 발생 원인, 치료에 따른 변이 발현을 유전체학과 단백체학으로 분석한 '프로테오지노믹스(유전단백체학)'를 통해 거대 폐암 지도를 만드는데 방점을 뒀다. 생체 데이터 수집부터 신약물질 발굴과 합성 등 A부터 Z까지 모두 구현할 수 있는 탄탄한 전문가 집단을 구성했다. 국내 바이오텍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신약개발 팔로워에서 리더로 서기 위한 'JIN-NOVA'
유한양행이 폐암 신약 '렉라자'를 허가받는 시점에 제이인츠바이오는 '넥스트'를 고민했다. 3세대 치료제 타그리소와 렉라자로 치료받는 환자들이 내성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차세대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임상적으로 3세대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 대부분은 약 15~20개월 후 내성이 발생하고 이 중 약 40%는 EGFR C797S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것으로 파악됐다. 제이인츠바이오가 이 변이를 타깃하는 4세대 신약 물질 'JIN-A02'를 개발한 이유다.
JIN-A02는 기술이전(L/O)을 추진하는 대표 파이프라인이 됐지만 제이인츠바이오의 근본적인 고민은 따로 있었다. 임상 현장에서 3세대 치료제를 투약한 뒤 내성이 발생한 환자들의 조직을 검사해 변이를 파악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절대 4세대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없기 때문이다.
'폐암의 발생 원인과 치료에 따른 변이를 파악하고 향후 발생할 내성 변이를 예측하는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
제이인츠바이오의 프로젝트는 처음으로 돌아가 EGFR 변이 폐암의 돌연변이 발생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지도를 그려나가는데 집중한다. 한마디로 EGFR 폐암에 대한 도서관을 구축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차세대 신약 물질 개발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제이인츠바이오는 이 신약개발 플랫폼을 'JIN-NOVA'로 명명했다.
JIN-NOVA는 조병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종양내과 교수가 오랜 기간 폐암 환자를 치료하고 수많은 국내외 임상을 진행하며 느꼈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조 교수는 DNA 정보가 RNA를 거쳐 단백질로 이어지는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어떻게 변이가 발생하는지 연구해 신약 개발의 힌트를 얻고자 했다. 제이인츠바이오의 비임상·임상 수석 자문위원인 조 교수의 제안이 발단이 되어 JIN-NOVA 구축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볼 수 있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는 임상시험을 하면서 약물에 대한 내성 기전을 우연히 발견하고 몇 년 뒤 신약을 개발하는 따라가는 형식의 개발이었다"며 "환자에게서 발생할 변이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신약을 선제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계 전문가 모인 연구집단, 폐암 변이 선제적 예측 공감대 형성
EGFR 폐암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내성 변이를 선제적으로 예측한다는 구상을 실현하려면 단백질 분석, AI 등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팅 기술도 요한다. 각계 최고 전문가를 모으는 작업이 시작됐다.
유전체학과 전사체학, 단백체학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다중오믹스 접근은 DGIST의 합류로 가능해진 일이다. 수백억원 투자가 필요한 슈퍼컴퓨터 연구센터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DGIST가 유일하다. 세계 톱 500위 내에 든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기관은 기상청과 DGIST 2곳 뿐인데다 DGIST에서만 연구 목적으로 슈퍼컴퓨터 사용이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DGIST는 조 교수로부터 제공받은 실제 환자 생체 데이터로 단백질 구조를 정밀 분석하고 약물 간 단백질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할 계획이다. DGIST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아이렘(iREMB)은 1페타플롭스(PFlops)의 연산처리속도를 자랑한다. 1초당 1000조회 연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환자 1명의 혈액샘플 1개당 크기가 15GB(기가바이트)인데다 혈액샘플에 포함된 단백질은 약 3만개에 달한다. 경우에 수에 따라 분석해야 할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DGIST 아이렘은 JIN-NOVA 구축에서 빠질 수 없는 기술이다.
DGIST에서 예측한 변이를 어떤 단백질에 결합해 효능을 낼지 탐색한 후 한국화학연구원(KRICT)이 합성을 통해 후보물질을 만들어낸다. 그 뒤의 역할은 제이인츠바이오와 다시 조 교수에게 돌아간다. 제이인츠바이오가 비임상을 거쳐 임상 현장에서 후보물질을 검증한다.
JIN-NOVA 플랫폼이 완성되면 제이인츠바이오는 언제든 시장 트렌드에 맞게 EGFR 폐암 차세대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EGFR 폐암 라이브러리를 완성한 후엔 HER2 등 폐암의 다른 바이오마커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제이인츠바이오 관계자는 "환자 데이터 확보부터 슈퍼컴퓨터 운영, 단백체질 분석, AI, 합성 등 각계 최고 전문가 분들을 한데 모을 수 있었던 건 차세대 신약을 선제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바이오텍의 한계와 허들을 넘어 글로벌에 견줄 수 있는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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