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략 분석]'손실폭 확대' SK파워텍 놓고 고민빠진 SK1464억 투자에도 순손실폭 확대…자본확충 부담에도 매각 실익 적어
이민호 기자공개 2025-02-07 08:34:06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31일 15시5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가 합산 1464억원을 투입하며 기대를 걸었던 SK파워텍(옛 예스파워테크닉스)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전기차 시장 위기로 당기순손실 폭이 커지면서 오히려 자본 확충 부담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하지만 지분을 매각해도 실익은 적다. 장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에 원매자를 찾기 어렵고 찾더라도 헐값에 넘겨야 한다. SK가 짐을 덜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 수는 있다. 이마저도 SK파워텍 지분을 넘겨받거나 흡수합병하는 계열사에 오히려 재무 부담을 전가하는 꼴이 된다.
◇'전력반도체' 1464억 투자…순손실폭 확대에 자본확충 부담
SK그룹 지주사인 SK가 SK파워텍에 처음 투자한 것은 2021년이다. 2월 SK파워텍이 발행한 225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한 데 이어 6월 이 CB 전량을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지분 34.61%를 확보했다. 이듬해인 2022년 SK파워텍 유상증자에 640억원을 공급하고 대부분 잔여 구주를 합산 599억원에 사들이면서 지분율 98.59%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SK파워텍 경영권 지분 취득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 진행된 2021년과 2022년은 SK가 투자형 지주사를 내걸고 △첨단소재 △그린(Green) △바이오(Bio) △디지털(Digital) 등 4곳 투자센터를 앞세워 국내외 신성장기업 투자에 열을 올리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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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종속·관계기업 등 특수관계자에 대한 유상증자로만 2021년 약 1조3668억원, 2022년 약 5515억원을 쏟아부었으며 이 돈은 대부분 국내외 신성장기업 투자에 쓰였다. SK파워텍이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기반 전력반도체를 제조하는 만큼 첨단소재 기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합산 1464억원을 들인 SK파워텍 경영권 인수 결정은 현재까지 아쉬움만 남기고 있다. 먼저 매출액이 정체되면서 영업손실 폭이 커지고 있다. SK는 SK실트론(SiC 웨이퍼)→SK파워텍(SiC 전력반도체)→SK시그넷(전기차 충전기)으로 이어지는 SiC 전력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SK파워텍은 SK시그넷 외에도 LG전자, 삼성전자, 와이투솔루션(Y2 Solution), 중국 유유그린파워(UUGreenPower) 등 복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지만 2023년 전체 매출액(20억원)의 20%(4억원)를 SK시그넷으로부터 창출했다.
SK시그넷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1623억원에서 2023년 507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전기차 시장 침체로 전기차 충전기 시장도 타격을 받은 탓이다. 이 충격이 SK파워텍으로 이어졌다. SK파워텍의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8억원에 불과하다.
당기순손실 폭이 커지면서 2022년 SK의 640억원 출자에도 자본을 꾸준히 갉아먹고 있다. 여기에 SK파워텍은 2023년까지 부산 신공장 건설로 자본적지출(CAPEX)이 소요됐다. 영업적자인 만큼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시설자금 명목으로 차입을 늘리면서 2023년말 부채비율이 100%를 넘기는 등 재무건전성도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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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실익 적어…지배구조 개편시 재무 부담 전가
이 때문에 202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그룹 차원의 고강도 리밸런싱에서 SK파워텍을 처분 대상으로 지목하는 시장의 시선이 존재했다. 당기순손실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자본이 추가로 축소되면 가뜩이나 재무구조 개선에 힘써야 할 SK의 지원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SK는 2022년까지만 해도 적극적이었던 국내외 신상장기업 투자를 2024년부터 미국에 대한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 크게 줄인 상태다. SK의 2024년 3분기 누적 특수관계자에 대한 유상증자는 약 842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SK로서는 SK파워텍 매각도 당장 쉽지 않은 선택지다. 지금까지 SK가 일련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자회사를 처분하는 기조를 보면 이른바 '돈 되는 회사'를 제값에 넘기는 공통점이 있다. 그동안 SK온에 대한 자금 소요와 신성장기업 투자로 악화됐던 재무건전성을 다시 회복하려면 풍부한 현금을 손에 쥐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는 6월 떨어져나갈 예정인 완전자회사(지분율 100%) SK스페셜티의 경우 지분 85%에 대한 대가로 2조7008억원을 확보한다. SK스페셜티는 SK그룹 반도체 소재사업의 중심에 있는 회사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022년 2282억원, 2023년 1471억원 등 현금창출력이 뛰어나다. SK스페셜티가 2023년 SK에 지급한 배당금만 15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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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밸런싱 대상이 된 또다른 완전자회사 SK에어플러스도 돈 되는 회사다. 매각은 아니지만 포괄적 주식교환 형태로 지분 100%를 SK에코플랜트에 넘겼다. SK에어플러스 영업이익은 2022년 514억원, 2023년 653억원으로 2023년 SK에 지급한 배당금이 3000억원이다. SK에코플랜트는 SK에어플랜트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현금창출력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SK파워텍은 지속된 실적 부진으로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매자를 찾더라도 헐값에 넘겨야 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팔더라도 실익이 적다는 뜻이다. SK가 짐을 덜기 위해 SK파워텍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SK파워텍 지분을 넘겨받거나 흡수합병하는 계열사는 SK에어플러스 사례와는 달리 오히려 자본 확충이나 재무건전성 악화 부담을 짊어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
SK 측은 "그룹 차원에서 리밸런싱을 진행하면서 전 계열사에 걸쳐 밸류에이션 측정 작업을 진행했다"며 "SK파워텍 매각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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