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03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화는 탁구와 비슷하다. 두 명, 혹은 네 명이 하나의 공으로 게임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람 수가 달라져도 두 공으로 경기를 하진 않는다. 랠리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법원에서의 대화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피고와 원고가 각자 논리를 강화하는 발언을 한다. 서로의 핵심 주장에 대해 반박하지만 자신들의 논리가 더 완벽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에 집중한다. 그래도 랠리가 끊기지 않는다. 재판의 핵심 주제, 즉 하나의 공으로 변론하고 신문하기 때문이다.
이달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의장 공판은 조금 달랐다. 김 공동의장은 2023년 초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당시 시세 조종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공판에는 언론 노출을 자제했던 황태선 카카오 CA협의체 총괄대표가 증인으로 나왔다. 원고(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이었다. 증인이 나와도 공은 하나인 건 변함없다.
하지만 이날 양측은 두 개의 공으로 탁구를 했다. '또다른 공'을 친 건 검찰이었다. 검찰은 증인으로부터 '김 공동의장의 SM 인수 동의 여부'에 대한 진술을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 위해 구주를 인수하겠다는 논의를 했느냐", "배재현 카카오 전 투자총괄대표가 제안한 SM 인수안이 통과된 이유는 김 공동의장이 승인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질문을 계속했다.
검찰은 카카오의 모든 의사결정이 김 공동의장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질문을 반복했다. 하지만 논리를 강화하다보니 본질을 흐렸다. 이 재판의 공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의 위법성이 아닌 '김 공동의장의 SM 시세 조종 가담 여부'다. 기업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언제든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듯 보였다.
변호인단은 재판의 핵심에 집중했다. 김 공동의장을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이 SM 주식을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2023년 2월 말 김 공동의장이 '픽코마' 이사 시절 일본으로 출장을 떠났다는 항공권을 언급했다. 이 기간 김 공동의장이 시세 조작을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기소 당시 '김 공동의장이 시세 조종에 가담했다는 확실한 물증이 있다'며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공판에서는 변호인단의 논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는 영화 '타짜'의 명대사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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