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맨파워 분석]루닛의 C레벨 활용법, '사업부 독립경영'②6인 공동창업 출발, 인적 리스크 최소화…외부영입 임원과 신구조화
한태희 기자공개 2025-02-19 09:11:57
[편집자주]
인사가 곧 만사다. 인재를 육성하고 배치하는 능력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신약 개발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에 있어선 더더욱 인재관리가 중요하다. 인력때문에 파이프라인은 물론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맨파워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달라지기도 한다. 더벨은 각사의 인사전략을 분석하고 핵심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8일 08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상적인 바이오텍은 소수의 연구개발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핵심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들은 창업 초기부터 연구와 경영을 겸한다. 핵심 인력 1인의 이탈이 회사 전체의 균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그러나 6인의 공동 창업자를 중심으로 진용을 갖춰온 루닛은 달랐다. 제품 사업부별 동일한 직책의 C레벨 임원을 배치하는 독특한 인사 전략을 짰다. 이를 통해 인력 출혈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제품별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제품별 전문성 강화, 계획된 인력 구성
루닛은 2013년 KAIST 힙합 동아리 출신 친구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이지만 성장 배경은 어떤 바이오텍보다도 체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창업자 백승욱 의장이 "루닛은 기획창업"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철저한 기획을 통해 회사를 키워왔다.
이러한 면모는 사업부 조직의 형태에서도 잘 드러난다. 루닛은 주력 제품인 루닛인사이트와 루닛스코프를 중심으로 별도의 사업부를 구성해 독립적인 조직처럼 움직이고 있다. 공동창업자를 각 그룹마다 배치하며 영입 멤버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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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제품인 루닛인사이트와 루닛스코프의 작동 원리가 상이한 만큼 각 제품의 특성을 이해하는 C레벨 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룹장을 필두로 각 제품별 사업부마다 CPO(최고제품책임자), CMO(최고의학책임자), CBO(최고사업책임자)를 배치했다.
루닛인사이트는 의사의 의료영상 판독을 보조해 암을 조기 진단하는 판독 보조 솔루션이다. 루닛스코프는 AI 대용량 이미지 처리기술을 통해 개별 환자의 치료 반응을 예측해 항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AI 바이오마커다.
Cancer Screening(루닛인사이트) 그룹의 수장은 김기환 전무다. 김 전무는 고려대 의료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출신으로 2018년 회사에 합류했다. 현재 루닛에서 Cancer Screening 그룹장과 CMO를 맡고 있다.
Oncology(루닛스코프) 그룹은 켄 네스미스 전무가 이끌고 있다. 2021년 회사에 합류한 인물로 Oncology 그룹장과 CBO를 맡고 있다. 그는 로슈의 자회사인 파운데이션메디슨이 인수한 액체생검 회사 Lexent Bio를 공동 설립했고 CEO(최고경영자)를 역임했다.
외부 영입된 C레벨 임원과 공동창업자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박승균, 팽경현 CPO 상무는 각 제품의 개선, 유지·보수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병원마다 다르게 운영되는 의료 환경을 고려해 고객에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려는 취지다.
일반적인 바이오텍의 연구개발과 사업개발 과정에서 C레벨 임원 1, 2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루닛의 인사 전략은 더욱 차별화된다. 내·외부 인사의 균형을 맞추면서도 각 사업부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AI 전문 인력 세분화, 80년대생 젊은 피 주축
루닛의 전체 사업부는 총 4개다. Cancer Screening, Oncology 외에도 Common, Technology Innovation 그룹이 있다. 이 중 Common 그룹은 박현성 CFO(최고재무책임자)를 필두로 Legal, Finance, HR, PR, IR 등 일반적인 백오피스 업무를 수행한다.
Technology Innovation 그룹은 제품에 활용되는 AI를 최적화하고 제품을 고도화하는 역할을 한다. 유동근 CAIO 상무, 유성원 CTO 상무, 이정인 VP 이사가 속해 있다. 세부적으로 유 CAIO가 AI 플랫폼, 유 CTO가 AI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 분야를 맡고 있다.
유 CAIO는 작년까지만 해도 COR(인공지능 연구개발 총괄)이라는 직책의 연구 부서장으로 AI 연구개발을 총괄해 왔다. 그러나 루닛이 작년 7월 유 CTO를 영입하면서 이들의 역할을 세분화했다. 루닛의 기존 AI 알고리즘을 최적화하고 고도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유 CTO는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 미국 조지아공대 전기컴퓨터공학 석사, 스탠포드대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외에도 하버드대 의대에서 의료정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공학과 의학을 아우르는 의과학자로 꼽힌다.
그는 구글과 인텔에서 10년 이상의 소프트웨어 개발 및 관리 경험을 보유했다. 인텔에서는 병렬컴퓨팅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구글에서는 클라우드 플랫폼의 성능 최적화, 사물인터넷(IoT) 기기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프로젝트를 이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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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사업부에 배치된 핵심 임원들이 대부분 젊은 피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주요 임원 중 테리 토마스 CBO, 유 CTO를 제외하면 모두 1980년대생이다. 주축이 되는 젊은 경영진들은 사업부의 관리보다도 직접적인 실무 참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루닛 관계자는 "업력이 오래된 회사는 경영진의 역할이 보통 관리의 영역인 경우가 많지만 루닛은 다르다"며 "경영진이 사업부마다 연구개발, 의사결정 등 직접적인 실무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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