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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채 조달 마친 현대건설, 엔지니어링 여파 피했다 3000억 발행 완료…사고 발생전 수요예측 '주효'

김슬기 기자공개 2025-03-05 08:01:33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15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이 공모채 발행에 있어서 종속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사고 여파를 피했다. 공모채 수요예측일과 현대엔지니어링 사고 발생일이 일주일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자칫 잘못했으면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다. 사고에 앞서 조달에 나선 덕에 차환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모집할 수 있었다.

다만 현대건설에 있어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차지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향후 사고 처리나 재무에 미칠 영향 등을 두고 봐야 한다는 평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4년 해외 플랜트 대규모 손실에 이어 올해 서울 세종 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 사고까지 겹치는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현대건설, 수요예측 타이밍 '신의 한수'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7일 공모채 3000억원 발행을 마쳤다. 2년물과 3년물, 5년물로 나눠서 각각 700억원, 1800억원, 500억원 등 총 3000억원이었다. 조달금리는 개별 민평금리의 마이너스(-) 3bp(1bp=0.01%p), -2bp, -1bp 등을 가산한 3.162%, 3.264%, 3.377%였다.


현대건설은 지난 20일 공모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통해 1조4900억원의 수요를 모았다. 수요가 충분히 확인되면서 모집액(1500억원) 대비 2배인 3000억원 발행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사고 이후였다면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5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건설 현장에서 교량 상판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이미 사고가 나기 전 2024년 연간 실적이 발표됐고 연결기준 잠정실적은 매출 14조7653억원, 영업손실 1조2361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플랜트 관련 대규모 손실이 반영됐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탓에 주관사들 역시 난관이 많았지만 사고까지 겹쳤으면 발행이 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달을 하는 데 있어서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사고와 수요예측 시점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만약에 예측 전이거나 당일이었다면 급격히 기관투자자 심리가 위축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A급 끝단 몰린 현대엔지니어링, 악재 겹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사고가 아니더라도 크레딧 리스크가 커지고 있었다. 지난 22일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엔지니어링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고 나이스신용평가는 '등급 하향 검토 감시 대상'에 올렸다. 현재 신용등급은 AA-지만 등급이 조정될 경우 A급으로 떨어지게 된다. 등급 하향 조건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이익률 5% 미만'은 이미 충족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등급만 보유하고 있을 뿐 시장성 조달을 하지 않는다. 향후 크레딧 하향 조정이 현실화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3분기 연결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2조6998억원이지만 현금성자산이 3조9688억원으로 사실상 순현금상태다.

다만 향후 모회사인 현대건설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 주주인 현대건설(38.62%)은 시장성 조달이 활발한 곳 중 하나다. 정의선 회장과 현대글로비스가 각각 11.72%, 11.67%, 기아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9.35%, 9.35%씩 지분을 들고 있다. 아직 비상장사이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중요도가 높다.

현대건설은 30%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을 종속기업으로 분류, 연결 재무제표에 실적을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현대건설의 연결 매출액은 32조6944억원으로 전년대비 10.3% 증가했으나 영업손실 1조2209억원, 순손실 7364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전환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사업 손실 여파였다.

현재 현대건설 신용등급은 AA-로 현대엔지니어링과 동일하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다. 신용평가사에서는 현대건설의 등급을 평정할 때 별도 기준 재무현황을 사용한다. 그럼에도 한국기업평가 측은 "종속회사로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이 연결 실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사업적 통합도 변화와 사업 및 재무안정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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