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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뉴페이스]금융 전문가에 러브콜 쇄도…각광받는 운용업계 인사들②은행·자산운용·증권 C레벨 출신 대거 이사회행…향후 역할에 주목

이돈섭 기자공개 2025-03-10 08:09:19

[편집자주]

기업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했다. 사외이사 임기를 채운 사외이사 수만큼, 새로운 인사들이 이사회에 진입하는 시기다. 주요 기업들은 어떤 인사를 이사회에 영입하고 있을까. theBoard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시총 상위 300개 기업의 신규 사외이사 기용 현황을 면밀히 분석, 우리나라 기업 이사회 변화양상을 엿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6일 07시19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후보 중에서는 금융업 전문가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시중은행 출신 비중이 가장 높았고 자산운용 출신과 증권사 출신 비중이 그 뒤를 이었다. 코웨이의 경우 주주환원 역할을 강조하는 운용업계 인사를 기용한 점이 눈에 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이 분야에 대해 객관적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는 수요가 기업 이사회 안팎에서 커진 결과라는 게 시장 전문가 해석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총 상위 300개 3월 결산법인 기업 중 정기주총 개최 결의 미공시 법인 98곳을 제외한 202개 상장사가 올 주총에서 새로 선임하는 사외이사는 모두 116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사외이사 선임 없이 이사 재선임 등을 통해 기존 이사회 면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곳은 115곳이다. 87개 상장사가 각각 많게는 4명(우리금융지주) 적게는 1명(삼성전자 등 63개 상장사)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에 나선다.

신규 사외이사 면면을 들여다보면 전·현직 대학교수 출신 인사가 전체의 3분의 1 이상(약 35%)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인 출신 인사가 30명으로 전체의 25.9%를 차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업인 출신 후보 중에서는 주요 이력에 금융회사 재직 경험을 소개하고 있는 인물이 총 19명으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후보의 절반 이상이었다. 금융 분야 기업인 출신을 집중 기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금융업권 중에서는 은행 출신 인사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장과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한 김용환 J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사진)가 대표적이다. 김 사외이사 후보는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서 근무, 한국수출입은행을 거쳐 NH농협금융지주에서 활약하는 등 민관을 넘나들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현재는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창훈 전 하나은행 전무도 J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강 후보는 환은모기지대표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케이원챔버에 적을 두고 있다. JB금융지주는 산하에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등을 거느리고 있는 만큼, 금융업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꾸준히 기용하고 있다. 지난 4일 정기주총 결의를 공시해 데이터에 취합되지 않은 카카오뱅크의 경우 시중은행(김정기)과 연구소(유호석) 출신을 후보로 내세웠다.

비금융회사의 금융업권 출신 선호도 주목할 만하다. 한진칼은 하나은행장을 역임한 박성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사외이사 후보에 올렸고 엘앤에프는 신한지주 준법감시인 등으로 활동한 박우균 광성오토모티브 감사를 이사회에 기용했다. 팬오션은 하나은행 출신으로 하나캐피탈 대표를 거친 박승오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의 이정원 전 신한DS 대표를 선임했다.

자산운용업계 출신 인사도 이사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NH아문디자산운용을 이끌어 온 박규희 전 대표는 한샘 사외이사 후보에 올랐다. 농협대 출신의 박 후보는 농협중앙회를 거쳐 농협은행 부행장으로 근무했다. AB자산운용 대표와 우리자산운용 운용본부총괄 전무, 대한지방행정공제회 CIO(책임투자자) 부이사장 거친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DG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가 됐다.

현대차 부사장과 모니터컴퍼니 한국대표 등을 역임한 조원흥 윈터골드PE 대표는 세방전지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조 대표는 윈터골드PE 최대주주이기도 한데, 기업 지분을 갖고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인사가 기업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것은 2022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활발해졌다.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는 계열회사에서 제외할 수 있게 한 것이 해당 시행령 개정의 골자였다.

그로쓰힐자산운용 김태홍 대표도 코웨이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코웨이 이사회가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섭외한 김 대표는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겠다는 생각이다. 코웨이는 현재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행동주의 펀드 등으로부터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 지난해 6월 말 코웨이의 최대주주는 지분 25.08%를 가진 넷마블이다.

증권업계 출신 인사도 눈에 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NH투자증권 대표로 근무한 정영채 메리츠증권 상임고문이 대표적이다. 대우증권에서 경력을 시작한 정 전 대표는 IB부문에서 오랜기간 경력을 쌓아온 인물로 NH투자증권 대표 재직 기간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커리어를 쌓고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한 이강행 한투지주 관리고문은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벤자민탄 사외이사 후보와 김수이 사외이사 후보, 아모레퍼시픽 박태진 사외이사 후보는 외국계 금융투자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박태진 후보의 경우 JP모간 서울지점장으로 10년 넘게 근무한 뒤 JP모간 한국회장 겸 아태지역부회장으로 활동한 인물.사외이사 써치펌 관계자는 "기업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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