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표 행동주의 임팩트]정의의 사도 '절레'…행동주의 본질은 '저밸류 포착'③단기 이익vs장기 성장, 행동주의 둘러싼 오해와 진실
고은서 기자공개 2025-03-11 08:12:54
[편집자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행동주의는 시장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켰다.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개선부터 JB금융지주의 주주환원 강화, 그리고 코웨이의 거버넌스 개편 도전까지. 얼라인의 투자 철학은 '정의 구현'이 아닌 '저밸류 포착'을 통한 냉철한 주주 가치 제고에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얼라인표 행동주의의 진정한 목표와 그들이 던진 화두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5일 16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선다. 기업 가치를 회복하고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역할을 자처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는 의심이 따라붙는다. 기업의 약점을 지적하고 압박을 가한 뒤 주가가 오르면 빠르게 빠져나가는 '먹튀'라는 시각이 대표적이다.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도 예외는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 JB금융지주, 그리고 최근 코웨이까지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펼쳐왔지만 이 과정에서 본질이 왜곡된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 행보를 지켜본 시각에서는 단지 이벤트성 지배구조 재편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 기업 가치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정말 '먹튀'일까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고정관념은 한국 시장에서 흔하게 목격된다. 과거 '소버린-SK그룹', '칼 아이칸-KT&G' 등 대형 이슈에서 주주 행동주의를 처음으로 접했기에 선입견이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하우스의 실제 사례를 보면 단순한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기업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장기적 성장을 유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계열사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했다. 트러스톤 측은 이 결정이 소액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결국 태광산업은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기업 의사결정의 방향을 대주주의 사적 이익이 아닌 주주 중심으로 바꿔 놓은 사례다.
라이프자산운용이 SK㈜의 자사주 소각을 이끌어낸 것도 성공적인 행동주의 사례로 꼽힌다. 라이프자산운용은 SK가 자사주를 대량 보유한 상태에서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자사주 소각을 요청한 끝에 결국 SK는 2022년 8월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했다. 주주 친화 정책을 유도한 사례로 평가된다.
◇얼라인, 단기 전략 아닌 장기 가치 '집중'
얼라인파트너스의 성과는 단순한 단기 차익 실현이 아니라 장기적인 기업 가치 회복에 방점이 찍혀 있다. 주주제안을 넘어 경영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배당 확대를 넘어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JB금융지주에서는 기업 체질 개선을 추진했고, 최근 코웨이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역시 단기적 차익이 아닌 장기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이 하우스가 주목받는 건 실제 캠페인에서 승전보를 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뒤 타깃 기업에서 확인되는 변화 양상은 행동주의 펀드가 한국 시장에서 기업 성장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저평가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행동주의 펀드는 이미 정착된 투자 전략이다.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 서드 포인트(Third Point) 등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은 기업의 저평가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
운용업계에서는 이제 공이 기업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를 압박 세력이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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