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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는 지금]'임시 자본잠식' 효성화학…관건은 현금흐름 회복1월 말 잠식 해소, 소명자료 제출 예정…PP사업 부진에 현금부족 '여전'

고진영 기자공개 2025-03-13 08:13:11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15시57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화학은 6년 전 출범한 이후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알짜사업을 매각하는 고육책을 쓰기도 했지만 결국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잠식을 급하게 해소해긴 했는데 더 큰 문제는 현금흐름 회복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간판사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을뿐 아니라, 13억달러가 들어간 베트남 대규모 투자의 후유증에서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송기호 재무실장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

◇5년간 쌓인 순손실 1조, 자본잠식 촉발

11일 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325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 한 해를 제외하곤 매년 순손실을 보는 중이다. 5년간 누적된 손해를 계산하면 1조230억원에 이른다.

계속된 손실은 자기자본을 깎아먹었다. 4000억원대였던 자본총계가 2024년 9월 말 325억원까지 줄었다. 자본잠식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효성화학은 작년 12월 자본확충을 시도했다. 특수가스(NF3) 사업부를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에 팔아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금 지급일자가 올 1월로 늦어지면서 효성화학은 결국 완전자본잠식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효성화학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680억원이다. 이에 따라 주식과 채권 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3월 31일까지 소명자료를 내지 못하면 상장폐지까지 될 수 있다.

비상사태가 길게 가진 않을 전망이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 사업부 양도대금으로 9200억원을 받았고 6000억원의 매각차익이 생겼다. 이 처분이익이 올 초 반영돼 1월 말 기준 자본총계는 3597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를 총괄하는 송기호 실장은 졸였던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매출의 60% 상당을 차지하는 PP(폴리프로필렌)사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엔 한계가 있는데 원재료인 프로판값은 오르면서, 2022년부터 프로판 대비 PP 스프레드가 톤당 200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수익성이 양호했던 특수가스 사업을 매각한 탓에 PP사업 부진을 지탱할 체력은 더 약해졌다. 작년 9월 말 기준 효성화학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560억원 수준에 불과했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80억원으로 순유출을 나타냈다. 이자와 차입 상환 재원을 대기도 버거운 수준이다.

실제로 작년 말 기준 효성화학의 총차입금은 2조6406억원, 여기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2조5521억원까지 확대됐다. 연간 이자비용만 1700억원을 넘는다.

차입금이 불어난 가장 큰 배경은 효성화학이 출범 당시 진행한 대규모 설비투자에 있다. 2018년 베트남법인(Hyosung Vina Chemicals)을 세우고 대규모 화학단지 조성에 12억8000만달러를 들였다. 첫 해외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한 전진이었다.

하지만 팬데믹 사태로 산업시설 셧다운이 반복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의 PP 수요 회복은 더디게 이뤄졌고, 베트남법인은 영업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 수출 제품이 유입되면서 경쟁도 심화된 상황이다.

2024년 9월 말 기준 베트남법인의 당분기손익을 보면 -1652억원을 기록했다. 효성화학의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베트남법인의 영향이 크다. 또 효성화학은 베트남법인의 신디케이트론(8억7800만달러)에 대해 매년 원금도 갚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미상환잔액은 약 4억2000만달러인데 올해 말까지 분기별 상환을 마쳐야 한다.

◇현금흐름 경색 지속…요원한 차입 축소

애초 효성화학은 윤보영 전 실장이 베트남 투자 당시부터 재무적 이슈를 책임져왔다. 2018년 효성의 분할로 효성화학이 탄생하면서부터 효성화학 재무를 관리한 인물이다. 윤 전 실장은 재무개선을 위해 2023년 토지재평가(약 1500억원)와 1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 유상증자(500억원) 등을 진행했고 지난해 2000억원치 영구채를 추가로 찍었지만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올 초엔 송기호 상무가 재무실장 자리를 넘겨받았다. 송 상무는 강대에서 경제학을 전공, 같은 대학에서 재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윤 전 실장 아래에서 재무실 자금을 담당하던 재무통이다. 지난해 임원으로 승진했으며 윤 상무가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재무실장으로 승진했다. 송 상무는 올 초 들어온 특수가스 양도대금 9200억원으로 베트남 신디케이트론 잔액을 전부 갚고 나머지 약 3000억원은 단기차입금 상환에 쓸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잉여현금흐름이 매년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입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효성화학은 그간 부족한 현금을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 위주로 채웠기 때문에 만기구조 역시 단기화되어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총차입금의 87% 이상은 만기가 1년 내 도래한다.


이 빚들에 대한 차환을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시장에서 평판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자본잠식 탓에 조달 창구가 경색된 처지이기 때문이다. 효성화학은 최근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다가 자본잠식 공시를 앞두고 철회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특수가스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2025년 1월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자본잠식이 해소됐다"라며 "주식매매거래 정지를 해소하기 위해 해당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를 받고 이달 특정목적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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