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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캡티브 논란]치열한 경쟁구도, '동상이몽' 영업 딜레마②"무늬만 계열사 참여, 실제 수요예측은 미지수"

김슬기 기자공개 2025-03-28 08:13:47

[편집자주]

회사채 수요예측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주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열사 참여를 약속하는 캡티브 영업 관행이 암암리에 이뤄졌고 발행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모양새였다. 금융당국은 수년째 이런 관행을 묵인해왔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현장검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칼을 빼들었다. 더벨은 회사채 캡티브 영업을 둘러싼 쟁점들과 향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15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캡티브 영업은 치열한 회사채 주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증권사들과 금리 수준을 낮추기 위한 발행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캡티브 논란이 수면 위에 올라온 시점은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정통 IB(투자은행)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을 때와 맞물린다.

다만 캡티브 영업에 대해서는 각 사별 입장이 천차만별이다. 발행어음을 활용할 수 있는 초대형 IB인지, 금융지주사 산하 계열사인지, 자체 자기자본(PI) 북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 또 캡티브 영업이라고 단순하게 명명되지만 실제 커버리지 파트에서 타 계열사나 타 부서의 수요예측 참여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시장 수요 위축으로 등장

회사채 캡티브 영업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됐던 시점은 2023년으로 보고 있다. 2022년 하반기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캡티브 영업을 통해 주관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충분한 투자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만 이전에도 비슷한 관행이 있었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이 계기가 됐다. 저금리 기조에 AA급 우량채들은 초호황기를 맞이했으나 A등급 이하 채권과 건설채에 대한 선호도가 뚝 떨어졌다.

이때 산업은행 회사채 차환 발행 지원(A등급 이상), 채권시장안정펀드(AA등급 이상), 기업 유동성 지원기구(BBB 등급 이상) 등 공모채 발행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했다. 그럼에도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신용등급 A급 이하 미매각 비율은 19%, 3~4분기 30% 상회하는 수준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조달이 필요한 발행사와 주관사를 따내야 하는 증권사를 잇는 연결고리가 캡티브였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은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캐피탈사 등의 계열사를 여럿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존재만으로도 영업에 안전판이 됐다는 평이다. 다만 계열사 참여를 약속하더라도 실제 수요예측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IB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가 많다는 것은 영업에 있어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수요예측 과정에서 실제 계열사가 낮은 금리나 많은 물량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어서 오히려 수요예측 전에 말했던 부분과 달라 난감한 경우도 상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금융→정통 IB로 포트폴리오 이동, 경쟁 심화

증권사의 핵심 수익원이었던 부동산금융 파트가 한풀 꺾이면서 커버리지 영업 경쟁에 불을 붙였다. 2021년까지만 해도 부동산PF 등을 통해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낸 증권사가 속속 등장했지만 2022년에는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돌파구가 필요했다. 회사채 영업을 통한 기업과의 관계맺기, 즉 커버리지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기존부터 회사채 시장 강자로 꼽히는 곳은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2020년 이후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2023년 이후 하나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우리투자증권 등도 커버리지를 강화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도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2019년 일반회사채 시장 3사의 시장점유율은 62%였다. 2020년 56%대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51%대까지 낮아졌다. 현재는 54%대다. 회사채 주관 업무를 20곳 정도지만 상위 10개사의 점유율이 97%에 달할 정도로 진입이 쉽지 않다. 상위사는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사업을 키우기 위한 곳들은 나름대로 영업 전략을 달리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다만 각 사의 캡티브 영업 양상은 다들 제각각이고 상황도 다르다. 흔히 캡티브 영업이 잘되려면 계열사가 많은 금융지주사 산하 증권사가 유리할 것으로 보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지주의 평가 핵심지표인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하에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RWA는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에 영향을 미치는데 RWA가 증가할 경우 CET1 비율이 하락한다. 금융지주의 경우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위해 CET1비율을 관리한다. 기업금융 업무를 하면서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CET1 비율에 영향을 미쳐서 영업에 제한이 생기기도 한다.

또 발행어음 활용 가능성 역시 사별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초대형 IB 중에서도 단기금융 업무가 가능한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다. 이 중 가장 적극적으로 발행어음을 통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알려져있다. RWA 관리에서도 자유로운 데다가 발행어음 규모도 17조원 정도다.

회사채 영업을 위해 PI 계정을 두는 증권사도 있다.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중위권 증권사들이 해당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수요예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열사가 많이 없는 경우 해당 방식을 활용하는 데 실제 운용 수요인지, 영업을 위한 수단이었는지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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