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28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만난 두 명의 사외이사는 자신이 속한 기업에 ‘극과 극’ 평가를 내렸다. 한 사외이사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의 이사회를 최고라 자부했다. 이곳은 오너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사외이사가 70%가 넘고 이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안건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오너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보다 경청을 택했다. 자신의 뒤를 이을 전문경영인을 정하는 문제에서도 오너는 입보다 귀를 열었다.다른 사외이사는 완전히 반대였다. 해당 기업은 오너가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이 이사회를 장악했다. 오너일가가 사내이사에서 빠지긴 했지만 소액주주 몫으로 진입한 1명의 사외이사를 제외하고는 사내이사, 사외이사 가릴 것 없이 모두 오너의 입을 대신했다. 그가 몸담은 3년 동안 1대 7의 불리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오너일가의 지분 쪼개기로 또다시 이사회는 오너일가가 추천한 사람들로 채워졌다.
처음 사례는 풀무원, 두번째는 사조오양이다. 두 기업은 식품기업이고 최대주주가 오너 또는 오너일가 소유의 기업이라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이사회는 정반대로 운영되고 있다.
아직까지 두 기업의 이사회 운영 방식 차이가 실적에 미친 영향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 지난 3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 영업이익률, 순이익률 등 몇 가지 수익성 지표를 비교해봐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주가와 같은 시장의 신호는 이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풀무원의 주가는 3년 동안 1만6000원 안팎을 유지했지만 사조오양은 같은 기간 1만 원대에서 현재 8000원대로 하락했다.
이처럼 이사회의 독립성과 거버넌스 구조는 단기 성과와 바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사회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물길과 같다. 오너의 독단이 기업을 지배하면 물길은 막혀 정체된 연못이 된다. 반면 독립적인 이사회는 끊임없이 흐르는 시냇물처럼 새로운 의견이 유입되고 변화에 적응하며 기업을 더 탄탄한 흐름으로 이끈다.
오너의 결정이 기업을 빠르게 움직이게 할 수도 있지만 그 속도가 반드시 올바른 방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국 단기적인 실적보다 어떤 원칙과 절차로 운영되는지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 견제와 균형 없는 성장은 결국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모래성일 뿐이다. 흐르지 않는 물이 결국 썩듯 변화가 없는 기업은 언젠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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