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31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 유증 공시가 차례로 쏟아졌다.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의 특성상 기존 주식가치 희석이 불가피해 주주들의 반발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행하는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는 우리나라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탓에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컸다.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은 공통적으로 ‘굳이’라는 반응을 자아냈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SDI는 신용등급 AA0로 우량등급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지난 7년간 회사채를 단 한 차례도 발행하지 않아, 차입성 조달 선택지가 있었다. 부채비율도 88% 수준으로 2차전지업종에서 가장 낮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4년간의 잉여현금흐름만으로도 이번 유증 자금을 창출할 수 있었다. 양사 모두 주주들의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다만 각도를 틀어서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유상증자만큼 달콤한 선택지는 없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는 단 한 번뿐이라 제한적이다. 회사채를 비롯한 차입성 조달은 재무구조에 영향을 주는 데다가 이자비용, 상환부담까지 짊어져야 한다. 반면 유상증자는 잠깐의 비판만 감내할 수 있으면 비용 없이 자기자본을 늘릴 수 있어 ‘책임없는 쾌락’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기업과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한 당근도, 채찍도 없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주가 상승이 오너 일가의 이익과 직결되지 않는다. 중복 상장이 만연해지면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상장사도 허다하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지만, 벌써부터 저항이 극심하다.
특히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대표되는 자본비용이 우리나라에서는 ‘0’에 수렴해 기업은 오히려 유증으로 유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기업가치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본비용을 높이도록 유도했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었다.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 기업들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지점에서 ‘굳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좇을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정교하게 짜이지 않았는데 '윈윈'을 기대한다면 허상이다. 유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유증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방치되고 있는 게 문제다. 제도의 부재 속에서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갈등만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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