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재 나비효과 '레드테크']삼성·LGD, 공장까지 내줬다 '중국 공세 속 고전'③우리나라 먹거리 OLED도 위협, 소부장 업계 여파 불가피
김도현 기자공개 2025-04-14 13:07:22
[편집자주]
미국이 트럼프-바이든-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중국 기술 굴기를 노골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보기술(IT)·전자 업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TV 등 완제품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까지 전 영역에서 존재감이 확실하다. 한국 경제의 핵심 품목이어서 위기감이 고조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을 흔드는 '레드테크'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8일 09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와 함께 핵심 수출산업으로 꼽히는 디스플레이가 수년째 홍역을 앓고 있다.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로 특정 분야 주도권을 내준데다 기술력에서도 격차가 상당 부분 줄어든 탓이다.중국판이 된 액정표시장치(LCD)는 물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사업구조 중심으로 거듭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마저 위기감이 감돈다. 계속되는 업황 개선 정체로 '투자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협력사들도 비상이다. 중국 업체 위주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어서다.
◇쑤저우 이어 광저우팹 CSOT로, 후폭풍 우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이 CSOT 소유로 이전됐다. 지난해 9월 양사가 체결한 계약이 이행된 것이다. 당시 매각대금은 2조300억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다만 이전 기준으로 책정된 가격이어서 조만간 최종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은 TV용 LCD에서 철수하게 됐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쑤저우 LCD 공장을 CSOT에 넘긴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고 LG디스플레이는 정보기술(IT) 및 차량용 LCD만 생산 중이다.
결과적으로 갈수록 중국의 LCD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 대만, 일본 등에서도 LCD를 정리하는 분위기라 사실상 중국 독점 체제가 열렸다.
이는 BOE, CSOT, 티엔마, 비전옥스 등 중국 기업들이 자국 정부에 힘입어 저가 수주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술 난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LCD 특성상 판매가가 낮다면 중국산을 구매하는 게 유리하다.
완제품 제조사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중국에서 LCD를 사들였고 경쟁국 기업들은 수익성 저하로 손해가 적잖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일찌감치 LCD 생산을 중단한 것도 수년간 적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LCD의 생존력이다. 당초 중국에서 LCD를 장악해나갈 때만 해도 OLED 시대가 온 만큼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후 LCD 비중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지 않았고 OLED 확산은 예상보다 더뎠다.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여전히 LCD 의존도가 높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두를 다투는 TV가 그렇다. 20년 가까이 1위를 유지 중인 삼성전자는 OLED TV 라인업을 추가하긴 했으나 메인은 LCD 기반 TV다.
다만 중국에서 LCD 주도권을 쥐면서 가격 조정에 돌입하고 최상급을 내수 시장에 푸는 등 횡포가 나타나는 흐름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LCD 구매비용이 급격히 불고 있다.
반면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이 프리미엄급 TV까지 내놓으면서 한국 TV와 맞불을 놓고 있다. TCL의 경우 CSOT 모회사이기도 하다. 연이은 한국팹 인수로 LCD 점유율이 대거 높아진 CSOT다.
LG전자도 BOE 등에 의존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상쇄하고자 LG디스플레이의 국내 LCD 공장에서 TV용 패널을 일부 제작해달라는 요구가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LCD 관련 소부장 업체도 관련 사업을 접고 있다. 삼성SDI, LG화학과 같은 대기업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편광판, 컬러필터 등 LCD 소재 및 부품을 다루다가 중국발 공세로 사업부를 중국에 매각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내재화 작업에 착수한 여파다.
쑤저우와 광저우팹에 제품을 납품하던 협력사들도 일정 부분 손실을 불가피하다. 그대로 거래를 이어가면 좋겠지만 CSOT는 공급망 재편을 준비 중이라는 후문이다.

◇애플 공급망 최후의 보루, 뚫리기 직전
그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버텨온 건 OLED의 힘이 컸다. 스마트폰에 이어 노트북, 태블릿, 자동차 등에도 탑재되면서 확실한 '캐시카우'로 거듭난 OLED다.
LCD보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돼 디스플레이 노하우가 풍부한 국내사들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OLED 최대 응용처인 스마트폰도 같은 상황이다. 모바일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애플이 조달하는 OLED 대부분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만든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BOE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야금야금 추격하고 있다. 중저가 OLED 위주이긴 하나 분기에 따라 중국이 한국보다 높은 출하량을 기록할 정도다.
프리미엄 OLED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아이폰용에도 중국이 조금씩 발을 들이고 있다. BOE가 적잖은 기간 고배를 마시고 있으나 리퍼비시용으로 진입한 지는 꽤 지났다. 초도 물량 공급의 벽을 한번 넘는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중저가 라인업에서는 중국산 OLED를 검토하거나 일부 사용하고 있다"며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국산이 매력적인 카드"라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LCD처럼 OLED 생태계도 붉게 물들고 있다.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유기물 소재 등 한국 소부장이 입지를 다지던 분야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LX세미콘 등 대기업 계열사마저 고전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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