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IPO 전략 점검]제일약품 체질 개선 이끈 온코닉, 확고해진 3세 승계 기반⑤'오너 3세' 한상철 주도로 설립, 국산 37호 신약 이어 상장 결실
이기욱 기자공개 2025-04-07 08:21:26
[편집자주]
바이오텍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기업공개(IPO) 움직임이 전통 제약사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수십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그려낸 안정적인 매출 기반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이 자사 또는 자회사 IPO에 나서는 까닭은 무엇일까. 통상 IPO를 단행하는 이유는 용이한 자금조달에 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각 사의 현황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더벨은 제약사들이 IPO에 나서는 본질과 그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4일 08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제일약품그룹의 체질 개선을 상징하는 자회사다. 제네릭·외자사 제품 유통사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외부 의존적인 사업구조를 갖고 있던 제일약품은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신약 개발 역량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게 됐다.37호 국산신약 '자큐보' 성공의 바탕에는 온코닉테라퓨틱스만의 독립경영 모델이 있었다. 오너 3세 한상철 대표의 주도로 자회사를 설립한 후 전권을 보장하는 과감한 결정으로 개발 사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신약 개발에 이어 IPO(기업공개)까지 성공하며 그룹 전체의 밸류를 좌우하는 핵심 자회사가 됐고 한 대표는 그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 대표에 올랐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성장은 단독 대표 체제와 지분 승계 등 완전한 3세 경영을 위해 남아 있는 과제들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5월 100% 자회사로 설립, 작년말 지분율 46.28%
온코닉테라퓨틱스는 2020년 5월 제일약품이 자본금 25억원을 100% 출자해 설립한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다. 당시 제일약품이 진행하고 있던 신약 개발 연구 과제들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했다.
제일약품은 당시 개발 중이던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자스타프라잔(Zastaprazan)'과 이중표적 항암 치료제 '네수파립(Nesuparib)'의 라이선스를 모두 온코닉테라퓨틱스로 이전했다. 자스타프라잔은 당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이었고 네수파립은 임상 1상 단계였다.
제일약품의 자본금과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시작한 회사지만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독립 경영'을 최우선 경영 철학으로 내세웠다. 외부에 '스핀오프'가 아닌 출자 자회사의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초기 자본금 외 추가 자금조달은 따로 진행하는 등 자체 역량으로 나머지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설립 6개월만인 2020년 11월 신주 7600주를 발행하며 첫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이후 꾸준히 외부 자금을 유치했고 제일약품의 증자 외 자생력을 키웠다.

◇독립 경영 보장하며 효율성 높여, 상품 위주 사업구조 개선 기대
제일약품은 독립경영 방침에 따라 주요 개발 사업에 대한 전권도 온코닉테라퓨틱스에 일임했다. 제일약품 출신 인사가 아닌 외부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영입한데서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온코닉테라퓨틱스 초대 대표로 선임된 존김 대표는 과학자일 뿐 아니라 신약개발 허가까지 완주해본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LG생명과학 임상개발 부장과 한미약품 글로벌 임상개발 이사, 먼디파마 아태지역 사업개발 이사, 서울 CRO 대표, CG인바이츠(옛 전 크리스탈지노믹스) 신약개발 부사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가 거친 LG생명과학, 한미약품, CG인바이츠는 모두 국산 신약을 배출한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대표는 과거 이 회사들에 재직하는 동안 국내 신약개발 및 허가에 필요한 노하우를 습득했다. 그가 이뤄낸 기술이전 성과도 10건 이상이다.
그와 함께 제일약품에서 전략기획 상무로 있으며 신약 개발 자회사 모델을 구상한 신종길 전무가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며 기업 성장을 이끌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로 인해 제일약품도 체질 개선이라는 오랜 과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제일약품은 작년말 기준 상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68.9%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원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수익성은 자연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작년 제일약품의 영업이익률은 -2.69%를 기록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작년 10월 자큐보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단 3개월만에 5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 중이다. 올해 본격적으로 자큐보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종속 기업으로 두고 있는 제일약품의 재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온코닉 성과가 그룹 가치 좌우, 승계 마무리도 핵심 역할
자큐보 매출 외 후속 파이프라인의 가치만으로도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그룹 전체 밸류를 좌우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자큐보 다음 핵심 개발 사업으로 진행 중인 '네수파립'의 연구 성과에 따라 온코닉테라퓨틱스뿐만 아니라 제일약품, 제일파마홀딩스 등의 주가가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18일 온코닉테라퓨틱스가 네수파립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 지정 사실을 알리자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주가는 당일 29.97% 상승했으며 제일약품 주가 역시 30% 올랐다. 제일파마홀딩스의 주가 역시 14.6%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달 31일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 온코닉테라퓨틱스가 미국암연구학회 2025에서 네수파립의 비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가 30% 급등했다. 제일약품과 제일파마홀딩스의 주가 역시 각각 18.45%, 7.15%씩 올랐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핵심 계열사 성장은 곧 '오너 3세' 한상철 대표의 승계 기반이 됐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설립과 전문가 영입을 통한 독립 경영 체제 확립 등이 모두 한상철 대표의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해당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제일약품의 공동 대표에 올랐다.
완전한 3세 경영 체제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그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한 대표의 단독 대표 체제가 확립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2005년부터 20년째 제일약품의 대표이사를 맡아온 성석제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신약 개발 회사로의 체질 개선이 더욱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현재 온코닉테라퓨틱스 내 한상철 대표의 개인 지분은 따로 파악되지 않지만 펀드를 통해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온코닉의 성장에 따라 지분 승계를 위한 현금 확보가 가능해진다.
온코닉테라퓨틱스 측은 오너 개인 투자와 온코닉테라퓨틱스 경영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오너의 전적인 믿음 아래 빠르게 신약 개발 성과를 내고 상장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며 "기업 가치 전체의 성장을 위한 선택이지 개인 지분 투자 등을 통한 이익실현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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