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2세 시대 개막]한미반도체, '17년 만에 회장' 곽동신 체제 순항①올해부터 진정한 시험대, 고객·포트폴리오 다각화 초점
김도현 기자공개 2025-04-23 09:17:55
[편집자주]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벤처붐 시기에 토종 신생기업이 대거 등장했다. 당시 정보기술(IT)의 발달, 세계 기술주 시장의 동반상승 등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 본격 확산되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협력사가 연이어 설립된 것이다. 이후 20여년 세월이 흐르면서 세대교체 시기가 도래했다. 1세대 소부장, 팹리스 업체들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들의 행보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08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반도체는 1세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사이에서 모범사례로 꼽힌다. 오너가의 경영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세대교체가 비교적 순탄하게 이뤄진 영향이다. 2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호성적을 내고 있는 점도 그렇다.중심에는 인공지능(AI) 열풍이 있다. 한미반도체는 AI 메모리로 여겨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망을 선점하면서 대표 수혜주가 됐다. 관건은 앞으로다. '메기'의 등장으로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곽동신 회장이 제대로 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찌감치 경영수업→오너 2세 '소프트랜딩'
한미반도체는 고 곽노권 회장이 1980년 설립한 한미금형이 전신이다. 당시 반도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장비 국산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한미반도체는 한때 매각설에 휘말리고 삼성과 소송전을 벌이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고 곽 회장은 40년 넘게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한미반도체를 지켜왔다. 그는 2023년 말 별세했으나 진작부터 아들인 곽 회장이 경영수업에 돌입한 결과, 창업주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곽 회장(사진)은 1998년 한미반도체에 입사한 이래 요직을 거쳤고 200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고 곽 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다 2010년 단독대표가 됐다. 2014년 부회장 승진했고 지난해 말에서야 회장으로 올라섰다.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지 17년 만에 회장이 된 셈이다.
여러 위기를 겪은 한미반도체는 공교롭게도 곽 회장이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HBM 필수 설비인 열압착(TC) 본더 이전까지 캐시카우 역할을 한 마이크로 쏘&비전플레이스먼트(MSVP) 성과가 본격화한 시기도 이즈음이다.
2020년대 들어서는 일본이 독점해온 반도체 패키지 절단장비를 국산화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MSVP에 디스코 제품이 접목됐다면 이를 기점으로 내재화할 수 있게 됐다.
이보다 앞서 SK하이닉스와 협업해온 본더 장비가 HBM 수요 급증으로 터지면서 한미반도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퀀텀점프'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589억원, 255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46%에 달했다. '꿈의 숫자'인 50%에 가까운 수치다.
증권 시장에서도 한미반도체는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장기간 1만원 내외에 머물던 주가는 작년 6월 19만62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사상 최고가로 시가총액이 16조원을 돌파할 정도였다. 당시 코스피 톱20위에 들면서 LG전자를 제쳐 화제가 된 바 있다.
더불어 곽 회장은 반도체 장비업체 HPSP 지분 인수로 수백억~수천억원의 수익을 내는 투자감각을 발휘하기도 했다. 2024년은 말 그대로 곽 회장에 '되는 해'였다.

◇HBM 장비 경쟁 점화, 성장세 유지 주목
사실상 부회장 시절부터 전권을 잡아온 곽 회장은 고객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한미반도체의 입지를 다져왔다. 뚝심이기도 무모한 행동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신화를 썼다.
다만 곽 회장은 이제 큰 도전에 직면했다. 주력으로 급부상한 TC본더 경쟁의 서막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에 해당 장비계약을 체결하면서다. 반면 한미반도체의 독점 체제는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미반도체는 TC본더 경쟁력 유지와 넥스트 아이템 발굴이 중요해졌다. 일단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론과 손을 잡으면서 한숨을 돌렸으나 최대 고객인 SK하이닉스와의 관계가 미묘해진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TC본더 다음 버전으로 플럭스리스 본더, 하이브리드 본더 등도 준비 중이다. 본딩 노하우가 풍부해 다소 유리할 것으로 관측되나 글로벌 기업까지 뛰어들 예정이라 마냥 녹록지 않다.
또한 한미반도체는 유리기판용 MSVP 등 연구개발(R&D)도 한창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TC본더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심산이다.
최근 한미반도체는 2025년과 2026년 매출목표를 1조2000억원, 2조원으로 발표했다. 경쟁 심화에 따른 우려에도 기존 수치를 유지한 것이다. 한미반도체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해당 과제 해결 여부가 목표 달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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