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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권한은 지분율만큼만…주주 재산권은 불가침 영역"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 변호사 "주식 한 주 생산성 극대화 접근 필요"

이돈섭 기자공개 2025-04-23 08:19:58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8일 15시35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본격 추진한 지 1년여가 지났다. 지금까지 120여 곳 상장사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지만, 그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시장 변화는 감지되고 있진 않다. 밸류업 정책 추진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와이즈포레스트 법률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천준범 변호사(사진)를 만나 밸류업 정책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 천 변호사는 상법 개정안 등을 통해 주주 중심의 기업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장에 피력해 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고려아연 주총에서 MBK 측 사외이사 후보로 등판하기도 했다.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법과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천 변호사는 4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35기를 수료, 법무법인 세종을 거쳐 위메프 이사와 당근마켓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천 변호사에 따르면 기업 밸류업 정책은 단순히 주가를 올리는 계획이 아니다. 자본 배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고 그에 기반해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소각하며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최대주주가 가진 한 주와 일반주주가 가진 한 주의 가치가 같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체주주 이익을 함께 도모하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밸류업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분명하다면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는 게 천 변호사 평소 생각이다. 기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회사 전체 성과를 중요시했다면 앞으로는 한 주당 생산성의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 개별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와 목표설정지표(OKR) 등도 주식 한 주 관점 차원에서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 일부 금융회사는 임직원 성과와 밸류업 성과를 연동시키고 있다. 천 변호사는 "가령 금융회사 경우 임직원 모두가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일조토록 인센티브 정책을 구축하는 식"이라면서 "연봉과 주가를 일정 수준 연동시키거나 자사주 매입을 권장함으로써 수익이 주가와 직결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첫걸음은 주가를 높이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는 걸 누가 싫어하겠느냐만 아쉽게도 모든 주주가 같은 생각을 가진 건 아니다. 상속·증여세 부담을 덜기 위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인 경우가 있다. 모 그룹 오너(최대주주) 일가는 지주사 지분 37%를 갖고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지주사 PBR은 0.6배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종 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보유 지분만큼 영향력을 갖게 하는 것이 먼저다. 지분 37%를 가졌다고 나머지 63% 지분을 가진 불특정 다수 주주 위에서 그룹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천 변호사는 재산권 시각에서 다른 주주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식은 권리이면서 재산이다. 최대주주 의견이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이 반영될 수야 있지만, 그것이 다른 주주 재산권을 침해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천 변호사는 "이 주주가 지분 37%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현실과 간격을 줄여나가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에만 붙는 상속·증여 가산세를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상법 개정안이 밸류업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법 개정안의 골자는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것. 법원이 현행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국한해 해석하고 있으니 법 개정을 통해 모든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다룰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구축하자는 주장이다.

거버넌스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주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놓고 주주의 대리 기구인 이사회로 하여금 기업 임원과 직원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되, 그 목표를 달성하는 스타일은 기업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각 기업 거버넌스 형태는 존중하고 시장의 선택을 받게 하자는 생각이다.

오너 경영인 중심으로 조직이 움직여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든지, 임직원 자율성을 끌어올려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든지 하는 것은 기업 성격과도 같다. 이사회가 전체 주주 의견을 대변할 수만 있다면 주주 전체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있을 수 없다. 국내 사정을 속속 알기 어려운 외국인 입장에서도 메시지가 명확한 게 좋다.

천 변호사는 "인공지능(AI) 분야와 같이 거액의 자금 투자가 필요하더라도 기업 시가총액이 낮으면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차입 위주의 경영을 이어갈 수 없다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기업 활동에 있어 필수적"이라면서 "밸류업 추진 과정도 하나의 과도기 현상으로 여기고 계속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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