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분석/삼성전자]사내이사 5인체제 균열, 반도체로 재편된 이사회[전문경영인 사내이사 코드]②반도체 위기 대응 인사·예상 못한 공백 겹치며 '구성 급변'
김현정 기자공개 2025-04-30 08:15:42
[편집자주]
등기이사는 기업의 위기극복 전략과 조직 내 권력 지형도를 압축한 ‘코드’와 같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비오너 출신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기업이 처한 상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읽을 수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내이사를 들여다보며 이들의 경영전략과 조직 위상, 그리고 기업을 움직여온 핵심 인물들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3일 15시34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삼성전자 사내이사 구성은 전례없이 간소화됐다. 삼성전자 사내이사 수가 이렇게 축소한 건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사태’ 이후 처음이다.갑작스런 한종희 부회장의 타계로 노태문 사장이 1인 2역을 맡게 된 데다, CFO의 직급이 아직 이사회 구성원으로 오르기엔 낮아 이사 수가 확 줄었다. 적은 모수에 신임 사내이사로 반도체 전문가를 새롭게 내세우면서 삼성전자 이사회는 반도체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
◇공고한 '사내이사 5인체제'서 최근 1년 새 '규모 급변'
삼성전자는 2019년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수년 동안 사내이사 5인체제를 유지했다. 3인의 부문장과 CFO가 네 자리를 맡았고 남은 자리는 디스플레이사업부장, 메모리사업부장 등이 채우는 방식이었다.
이를 놓고 이재용 회장의 복귀를 염두에 둔 ‘5인석’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 때문에 2019년 등기이사에 물러난 뒤 현재까지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 공식은 올해 삼성전자가 사내이사 구성을 단촐하게 만들면서 깨져버렸다. 지난해 5월 반도체 위기 대응 인사와 올 초 예기치 못한 공백 사태가 겹치며 사내이사 수가 과거 대비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는 2022년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 아래 한종희 DX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 대표이사 사장, 노태문 MX사업부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CFO)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등으로 사내이사를 구성했었다. 그러다 갑작스레 작년 5월 21일 삼성전자는 원포인트 인사로 반도체 사령탑을 교체, 경계현 사장과 '메모리 신화의 주역' 전영현 부회장의 보직을 맞바꿨다. 반도체 사업의 전방위적 위기 속 절치부심의 타개책이었다.
새 DS부문장에 오른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사내이사에 올랐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과 한종희 부회장의 투톱 체제로 가는 듯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일 뒤 한종희 부회장이 갑작스레 타계했고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의 원톱 체제가 됐다.
이로 인해 사내이사 규모도 축소했다. 기존 사내이사였던 노태문 MX사업부장이 한종희 부회장의 빈자리인 DX부문장의 직무대행을 함께 맡게 되면서 기존 사내이사 구성이 ‘DS부문장·DX부문장·MX부문장’으로 이뤄진 삼각편대에서 ‘DS부문·DX부문 직무대행-MX부문장’으로 구성된 쌍두마차 체제로 축소했다. 여기에 송재혁 DS부문 CTO가 새롭게 사내이사에 올랐다.
◇삼성전자 CFO 사내이사 배제 '이례적'...박순철 CFO '부사장 직급'
올해 삼성전자 사내이사 명단을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규모 축소’ 외 하나 더 있다. 바로 CFO가 없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0년 전부터 경영지원실장(CFO)을 사내이사로 삼아왔다. 그만큼 CFO의 위상과 입지가 강했고 대표성도 있었다. 1997년 CFO로 선임된 최도석 사장 때부터 윤주화 사장(2010~2012년), 이상훈 사장(2013~2015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예외였던 경우가 노희찬 사장 시기(2017~2019년)다. 그때는 이재용 회장과 이상훈 의장(이전 CFO)이 이사회에 속해 있던 탓에 CFO가 포함되지 않았다.
2020년 CFO가 다시 이사회에 참여했을 땐 삼성전자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중대한 시기였다. 이재용 회장과 이상훈 의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중량감 있는 등기이사들이 모두 자리를 비웠다. 오너가 부재한 상황 속에서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CFO가 다시 이사회 구성원이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당시 CFO는 최윤호 사장이었다.

2022년 최윤호 사장이 삼성SDI 대표로 이동하면서 박학규 사장이 CFO가 됐고 삼성전자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2년 동안 삼성전자 CFO였던 박학규 사장이 작년 말 연말인사 때 사업지원TF로 이동하면서 박순철 부사장이 신임 CFO에 올랐다.
박 부사장은 옛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네트워크 사업부와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사업지원TF를 두루 거친 핵심 인물이다. 다만 그의 현재 직급이 ‘부사장’인 점에 초점이 맞춰진다. 삼성전자 CFO는 총수 공백 사태였던 2009년을 제외하면 15년 간 사장급 인사가 자리했다. 올해의 경우 CFO가 사내이사에 오르지 않은 건 아직 박순철 부사장의 직급이 낮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박순철 CFO는 아직 사장이 아닌 만큼 사내이사에 들어오지 못했다”라며 “이사회 멤버가 아님에도 CFO는 회사의 모든 사업을 아우르는 중요한 직책인 만큼 항상 이사회에 참여하며 모든 일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사내이사 3명 중 2명 반도체 베테랑…'위기론' 반영
이렇듯 올 초 여러 이유로 삼성전자 사내이사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송재혁 사장이 3석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이혁재 교수 등 사외이사로도 반도체 전문가를 보강한 삼성전자는 사내이사에서도 3명 중 2명을 반도체 베테랑으로 채웠다. 이로 인해 올해 삼성전자에 반도체 색채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이다.
그간 삼성전자 이사회는 관료·금융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었다. 사내이사 구성도 사업부문별로 고르게 균형을 맞춰왔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사업 전 분야에 걸쳐 TSMC,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뒤처지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전문가를 대거 합류시켰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송재혁 사장은 공정 및 소자개발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통한다. V-낸드 세대 전환을 성공시키며 해당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과거 CTO가 주로 기술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송재혁 사장은 이사회 멤버로서 실제 투자 및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
같은 관계자는 “올해 특이하게 CTO가 이사회에 입성한 것은 반도체 쪽 기술적인(technical) 부분을 잘 아는 인사가 올해의 경우 사내이사로서 훨씬 역할을 더 많이 할 것 같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진행된 인사”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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