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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을 움직이는 사람들]새판 짜는 서강현 사장, 구조조정 넘어 조직문화 '리빌딩'①위기 때마다 호출…비상경영 단행, “사내 분위기 확연히 나아져”

이호준 기자공개 2025-05-16 07:54:12

[편집자주]

요즘 철강업계에서 이렇게 중심을 꿰찬 회사가 또 있을까. 현대제철 얘기다. 저가 철강재 공세에 맞서 후판과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고 노조와의 강대강 대립도 정면 돌파했다. 이제는 미국 루이지애나에 전기로 제철소까지 짓는다. 화제성만 따져도 업계를 넘어 재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이 거센 흐름을 이끄는 인물들은 누구일까. 더벨은 서강현 사장을 비롯한 현대제철의 핵심 경영진을 중심으로 그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15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무 전문가’라는 수식어는 늘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을 따라다닌다. 현대차 CFO 등을 거친 그는 정통 재무 코스를 밟아왔고 CFO로 몸담았던 현대제철에 CEO로 돌아와 다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차갑고 거리감 있는 숫자형 리더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회사 분위기가 확연히 부드러워졌다”는 내부 평이 이어진다. 직원과 자주 소통하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직 운영을 지향한다는 전언이다. 단순한 수치 관리자가 아니라 사업과 문화, 두 축을 동시에 움직이며 새로운 현대제철을 그리는 서 사장이다.

◇CFO 최초 고액 연봉자 등극…당진 열연설비 매각 등 실무 주도

1968년생인 서 사장은 원주고의 자랑으로 통한다. 1987년 원주고를 졸업하고 1995년 경제학과와 통합되기 전 단 10년간만 존재했던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44회로 마쳤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서정식 전 현대오토에버 대표 등이 이 당시 선후배다.

이후 1993년 현대차에 입사한 그는 재무 관련 실무를 폭넓게 경험한 뒤 2013년 경영관리실장으로 임원에 발탁됐다. 2015년부터는 회계관리실장으로 승진했고 실력을 인정받았다.

임원 승진 뒤 5년간 그는 현대차 내부에서 ‘분석의 달인’으로 불렸다. 기존 순이익 기준의 배당 정책을 잉여현금흐름 기반 체제로 전환했고 전략 수립과 실행 양면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2015년 현대차 첫 중간배당 실행안을 주도했고 2017년에는 FCF 30~50%를 기준으로 한 주주환원정책 도입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현대제철 재경본부장 전무로 승진했다. 당시 현대제철은 격변의 시기였다.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를 이끈 우유철 부회장이 물러났고 현대차 출신 김용환 부회장이 현대제철에 합류했다. 특히 포스코 출신의 기술통 안동일 사장이 수장으로 부임하며 조직은 큰 전환점을 맞고 있었다.

서 사장은 CFO이자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돼 안 사장의 초기 경영 기반을 재무 측면에서 보좌했다. 당시 코로나 여파와 전방산업 침체가 겹친 상황에서 인천제철 시절을 포함해 30년 만에 분기 기준 첫 영업적자를 냈다. 서 사장은 이 위기 속에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잠원동 사옥 매각, 현대오일뱅크 지분 정리, 희망퇴직 시행은 물론 순천 컬러강판 생산라인 정리, 당진 열연설비 매각, 단조 사업부 분리, 중국 베이징·천진법인 통폐합까지 강도 높은 조치들을 수행했다.


위기 한복판에서 재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현금 유동성을 지켜냈고 이 공로로 2021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던 그는 곧 CFO로서 조직 정비에 착수했고 이후 연간 판매·매출 가이던스 정례화, 중간배당 재개, 재고 기반 반도체 수급 대응 등에서 능력을 증명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그의 보수 기록이다. 현대차 CFO로 재직하던 서 사장은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으로 5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현대차 CFO 중 고액 보수자 명단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구조조정 지휘관의 귀환…비상경영 돌입, “사내 분위기 훨씬 나이스해졌다”

서 사장은 2023년 11월 사장 승진과 함께 자신이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현대제철로 돌아와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현대차 CFO로 화려하게 복귀한 지 불과 2년 만에, 이번엔 현대제철 CEO로 다시 무게 중심에 선 셈이다.

그의 부임은 업계 안팎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현대제철은 과거 위기 때마다 재무통을 전면에 배치해왔다. 제3고로 건설로 재무 압박이 심해졌던 시기 강학서 CFO가 CEO로 선임된 것처럼 지금도 수익성 악화와 공급과잉 등 철강 업계 전반의 위기 속에 서 사장이 다시 호출됐다.

서 사장은 복귀 직후 삼일PwC를 통해 현대제철과 자회사의 경쟁력을 면밀히 진단했다. 이후 봉형강 생산에 특화된 포항2공장의 효율성을 문제 삼아 축소를 추진했다. 저가 제품 공세에 대응해서는 중국·일본산 후판 및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고 서 사장은 창사 최초로 직장폐쇄를 단행하며 임단협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양재에서 시키지도 않은 수위로 세게 밀어붙인다”는 말이 노조 내부에서 나올 만큼 그의 불황 대응 의지는 분명했다.

또, 현대IFC, 현대스틸파이프 등은 이미 매각 대상으로 정리했고 최근 동국제강에 매각 제안을 전달하며 협의에 들어갔다.

가장 눈길을 끈 행보는 포스코에 손을 내민 대목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제철소 건설에 약 8조5000억원을 들일 계획인데 이 대형 프로젝트에 포스코를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경쟁관계였던 양대 철강사가 전략과 리스크를 함께 나누는 공생 구조로 나아간 첫 사례로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예전보다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전임 사장 때보다 더 나아졌다는 얘기도 많다”며 “재무통이란 타이틀 때문에 딱딱할 거란 인식이 있지만 소통을 정말 많이 하고 현장을 세심하게 챙기는 리더”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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