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건설, 우리에겐 '만도'가 있다 재무융통성은 확보…향후 사업 계획 현실화 '과제'
조화진 기자공개 2011-12-20 16:46:45
이 기사는 2011년 12월 20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건설업계에 안전지대는 대기업계열의 초우량 기업 말고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건설사들조차 현금흐름이 막히고 시시각각 돌아오는 차입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언제 목에 칼이 들어올지 모르는 불안한 날을 보내고 있다. 1차적인 우려 대상은 △현금흐름이 좋지않고 △PF우발채무를 포함한 차입금 부담이 크고 △대기업 계열 소속이 아닌 곳이다.한라건설은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독립 건설사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라건설이 다음 워크아웃 대상이 되거나 신용등급이 떨어질 후보라고 보는 시장 관계자는 별로 없다. 든든한 담보 '만도'가 있고 '현대家'라는 비빌 언덕이 있어서다. 만도는 자동차부품 전문 회사로 지난 2008년 한라건설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한라건설은 만도의 높은 지분가치와 충분한 자금 조달 능력 덕분에 재무융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만도가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공사 물량 등으로 한라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까지 책임지고 있다.
재무적인 융통성은 만도가 있어 긍정적이라지만 사업적인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 한라건설은 주택 사업 비중을 줄이고 해외 플랜트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중단기적인 계획을 밝혔다. 계획이 현실화 여부는 불확실하다. 또한 한라건설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남아 있는 취약한 현금 흐름 개선도 시급하다.
◇ 한라건설의 보배 '만도'…조달 자금 여력 2조 육박
한라건설은 건설사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기업신용등급이 A- 등급으로 한 노치 올랐다. 신용평가사들은 한라건설의 자금 조달 능력과 영업현금창출력(CF)이 개선됐고, PF우발채무 규모도 감소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라건설은 지난해 4월 초 1440억원 유상증자로 부채비율과 순차입금 비율을 낮췄다. 2008년말 265%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에는 200%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등급 상향의 진짜 이유는 만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도는 분양률이 낮고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한라건설의 자금 조달 여력을 보증해 주고 있다. 한라건설이 만도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만도는 지난해 5월 상장한 덕분에 한라건설의 지분법평가이익이 늘고 배당금 유입도 확대됐다. 한라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만도 주식은 409만주다. 시가 기준(2011년 12월16일 현재 19만9500원, 전년 동기 13만2500원 대비 6만6000원 상승)으로 8160억원에 달해 보유 주식을 활용한 추가적인 자금 조달도 가능하다.
만약 한라건설이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잘 되지 않더라도 만도의 재무적 융통성이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 증권사 DCM 관계자들은 현재의 만도라면 7000억~8000억원 정도 회사채 발행은 가능하다고 봤다. 최악의 경우 한라건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만도가 회사채를 발행해 대여금을 줄 수 있다. 자회사의 지원으로 이만한 버퍼를 가진 중견 건설사들이 흔치 않다.
또한 만도의 시설투자에 따른 공사 수주도 예정돼 있다. 만도는 ABS 조립, CBS 신차종, PRP, C-EPS/R-EPS, S-ABS 조립라인개조 및 증설투자, 연구소 신축 공사 및 시험설비 투자 등을 할 예정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설비투자 외 공장 신축공사 등에는 한라건설이 참여하고 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한라건설은 만도에 의해 직간접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만약 만도가 없었더라면 펀더멘탈(기초체력)으로 등급 상향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되려 등급이 상향되면서 조달 비용 낮추고, 투자자 확보 유리해 지는 등 긍정적인 후속 효과를 톡톡히 본 덕에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 여전히 높은 주택 비중…해외사업 추진도 리스크 요인
한라건설이 만도를 통해 자금 조달 버퍼는 확보했다지만 건설사로서의 사업 진행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2011년 6월말 기준으로 한라건설의 전체 사업 비중에서 주택사업은 53%나 차지하고 있다.
PF 우발채무 1조2949억원 중 예정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다. 자체 사업인 당진 원당리, 대전 서남부, 인천 청라 사업장에서 분양률 100%를 기록했고, 도급 사업인 파주 A2B/L 사업장도 분양이 완료됐다. 지난해부터 분양을 시작한 청주 용정, 전주 송천동, 여수 웅천 사업장도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천안 용곡동, 천안 신방동, 원주우산동 등의 준공 사업장과 인천 영종도 사업장이 부진한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언제 PF를 회수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영종도 사업장(분양규모 5942억원)은 추가 자금 부담이 남아 있어 우려가 크다. 영종도 사업장은 공사 미수금이 800억원 가량 남아 있고, 미분양률이 37%에 달해 매출채권 부담이 존재한다.
예정 사업장의 사업 개시도 지연되고 있다. 한라건설은 당초 지난 6월 오산물류창고사업의 ABCP 950억원을 본 PF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나머지 예정 사업장들도 9월 중 분양 및 선매각에 나서며 리스크를 줄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분양 경기 침체와 용도 변경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사업 진행은 쉽지 않았다. 오산물류창고사업은 본 PF에 들어가지 못하고 만기 연장만 진행됐다.
기존 시행사로부터 지난해 12월 사업과 관련된 권리를 모두 이전 받은 뒤 PFV를 통해 사업을 추진했던 평택 용죽 사업장도 착공 및 분양이 내년 3월로 미뤄졌다. 관련 ABCP는 410억원 규모다. 부산 범천동 사업장은 아파트형 공장에서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추진하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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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건설이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다각화도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라건설은 △해외사업 강화 △플랜트 사업 신설 △재개발재건축 시장 진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현대해상, 현대삼호중공업 등 범현대 계열사들로부터 최소 5000억원 가량의 신규 수주가 확보돼 있어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에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범현대가 물량이 훨씬 적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실적이라 할만한 규모의 공사를 해야 하는데 현대엠코가 있으니 한라건설 차지가 되긴 요원하다. 범현대가라도 현대중공업이나 현대백화점의 소규모 증설 수주에 그쳐 최대 규모는 1000억 정도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한라건설은 2015년까지 플랜트 사업 비중을 10%까지 할 것이라고 중단기적인 목표를 세웠다. 당장 업력을 쌓기 위해 플랜트는 난이도가 낮은 소형 발전소나 폐자원을 활용하는 환경플랜트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재개발·재건축은 중형 건설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플랜트와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이미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진출해 있는 영역이라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해외사업도 해외 영업직 인력을 끌어들이며 조직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작년 중동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가 발주한 서비스 스테이션 3개소 신축공사를 수주했고, 베트남에서도 하노이 케이란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 공사를 수주했다. 베트남과 중동에 이어 올해 폴란드·사우디아라비아·몽골·싱가폴에 지사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수주 규모가 80억~300억원 수준이라 크지는 않은데다"며 "해외 플랜트 사업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인 것도 아니고 업계 내에서 시장 지위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되려 리스크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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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금흐름 취약…차입금 단기화+투자가 아닌 차환용
한라건설의 약점은 현금흐름이다. 차입금의존도가 높고 차입금/현금흐름(차입금커버리지)도 취약하다. 대부분의 중견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현금 흐름만 놓고 보면 만기도래 차입금을 갚을 능력이 없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한라건설의 재무상태에 대해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만도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분양이 부진한 사업장에 대한 자금 부담은 여전한데다 건설경기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신용등급이 오른 후 이렇다 할 재무구조 개선의 성과가 없다. 한라건설의 9월말 기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잔액은 1조2949억원이다. 지난해 말 1조4631억원에 비해 2000억원 가량 감소한 수치이다. 하지만 부채비율은 193.64%(2010년 말)에서 239.87%로 대폭 상승했다. 분양 부진 사업장에 대한 어음 대여금의 차입금 전환 등으로 단기차입금이 2944억원에서 4128억원으로 71%나 올랐기 때문이다.
2011년 9월 말 기준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는 6,977억 원에 이른다. 반면 보유 현금성 자산은 364억 원, 미소진 여신한도는 680억 원에 불과해 유동성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라건설이 대규모 유상증자(1080억원)와 만도 상장을 통한 지분법 이익실현 등으로 개선시켰던 재무구조가 다시 원상 복귀된 셈이다.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 보니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족족 차환하고 있다. 올해 다섯 번에 걸쳐 발행한 4200억원의 회사채는 모두 단기차입금과 만기도래 회사채 차환에 썼다. 내년 1월 15일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 또 한 차례 연내 발행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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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건설은 분양이 완료된 인천 청라와 대전 서남부 사업장의 중도금 2500억원이 3분기에 들어오면, 이 대금으로 3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100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분양 일정과 입주가 지연되면서 결국 신규 차입을 결정하게 됐다. 지난 8월에는 구미 아파트형 공장 신축사업의 미분양 물량을 대거 떠안았다. 공사비 139억원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책임분양 약정을 지키기 위해 ABCP 400억원을 발행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지난 8월말 분양률이 4.5%에 불과해 미수 공사비와 대여금 등 미수채권액이 139억원에 달한다. 9월말에는 청주 상당구 용정동 사업 관련해 ABCP를 발행하기 위해 690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청주 용정동 사업장은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했고 분양률도 100%에 육박해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라건설은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ABCP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 한라건설, "실제 등급 하향 가능성 낮아"
채권평가사가 산정하는 금리로 보면 한라건설은 사실상 BBB+급의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 디스카운트를 감안하면 다른 A-급 건설사에 비해 저평가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확실한' 계열을 등에 업고 있는 두산건설과 한화건설보다 나은 수준이다.
신용등급이 하향되거나 재무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몰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주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분양율이 그나마 어느 정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현대'라는 비빌 언덕 있다는 게 큰 플러스 요인이다. 단순한 '독립' 중견 건설사였다면 그룹의 지원 의지가 뚜렷한 두산건설 보다 발행 금리가 낮기는 어렵겠지만 만도를 통한 재무융통성 확보와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현대그룹 등과의 관계 등은 한라건설을 여타 독립 건설사들과 나란히 볼 수 없게 하는 차별성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만약 한라건설이 최악에 몰린다면 범현대가에서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만도라는 탄탄한 자회사를 가진 한라건설을 다른 기업이 가져가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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