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글로벌본드, 미국만 노렸다 확실한 타깃·전략적 마케팅…타이밍포착·딜매니징도 돋보여
한희연 기자공개 2012-04-03 17:19:22
이 기사는 2012년 04월 03일 1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면서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세계 정보통신(IT) 업체 중 탁월한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미국 투자은행으로 주관단을 꾸린 삼성전자는 글로벌본드의 90% 이상을 미국 투자자에게 넘겼다. 미국 달러화로 발행하는 채권이니 달러화 투자자들에게 직접 팔겠다는 전략이었다. 주관사에게는 발행금리를 낮추면 '보너스'를 주겠다는 당근 작전을 썼다.
운도 기가 막히게 따랐다. 삼성전자가 발행할 즈음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였고 무디스는 마치 기다리기도 한 양 한국정부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 효율적인 선택과 집중전략, "타깃 투자자만 공략"
펀더멘털에 자신이 있다면 타깃 고객층이 어딘지 정확히 파악, 그곳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채권의 타깃 고객층을 발행 준비단계에서부터 확실히 했다. 지역은 미국, 유형은 회사채 투자자로 한정시켰다는 후문이다.
미국을 주요 타깃지역으로 삼았다는 점은 2월초 주관사 선정작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통상 발행사들이 주관사를 선정할 때 지역별 수요를 고려해 미국계, 유럽계 등을 섞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골드만삭스, BofA메릴린치,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결정했다. 계열사인 삼성증권을 제외하곤 모두 미국계 증권사다. 미국 투자자를 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발행 두달 전부터 강력히 반영된 셈이다.
이같은 전략의 결과는 이번 채권 투자자의 지역별 비중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미국 지역이 90.6%를 차지한 것이다. 보통 한국물 발행시,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이 주를 이루던 것과 대비된다. 이번 딜에서 유럽지역 투자자는 3.5%, 아시아는 5.9%의 비중으로 극히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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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택한 이유는 금리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원하는 발행금리 수준은 아시아 등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역을 달리보면, 환헤지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달러베이스 투자자들이 충분히 투자 가능한 채권이 또 삼성전자 회사채다.
한 한국물 투자자는 이번 채권 발행 전 "달러베이스 투자자 중 회사채를 주로 투자하는 쪽에서는 삼성전자는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며 "이들 투자자들은 한국 리스크보다는, 비슷한 테크(Tech) 기업군 안에서 실적 등을 놓고 평가해 투자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역 뿐 아니라 투자자 성향도 한정 지었다. 이머징마켓(EM) 쪽 투자를 주로 하는 투자자는 기업 자체 보다는 '한국'을 먼저 고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EM 투자자보다는 투자적격증권(investment grade)에 주로 투자하는 기관을 모으려 했다. 피어그룹 내에서 실적만으로 비교한다면, 결코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어느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채권은 최근 15년간 시장에 나온 적이 없어 희귀성도 내세울 수 있었다. 만기보유(buy-and-hold)전략을 구사하는 투자자들 중 포트폴리오를 다변화를 원하는 쪽이 타깃이었다. 희귀성 있는 삼성전자 채권이 다른 테크 기업 채권보다 우선 선호될 것이라는 점은 누가 봐도 명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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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절한 타이밍과 포착능력의 조화…최선의 결과 이끈 인센티브 활용
해외채권 발행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타이밍도 삼성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타이밍도 유리했지만 빠른 판단으로 이를 잘 포착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보통 한국물들의 경우 월요일보다는 화욜일에 프라이싱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프라이싱 일자를 로드쇼 직후 돌아오는 월요일(2일)로 잡았다. 화요일(3일)에 프라이싱 예정인 투자적격증권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채권의 금리 수준도 발행금리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5년만기 미국 국채(T)는 지난달 30일 1.04%를 보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프라이싱했던 2일에는 1.027%를 보여, 일드((yield)만기를 낮추는 데 일조했다.
게다가 2일 오전 아시아시장에서 위스퍼링(Whispering)을 하고 있던 당시 희소식도 들려왔다. 무디스가 한국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한 것. '한국색 빼내기'를 전략으로 내세웠지만, 등급전망 상향 소식이 딜 자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리는 만무했다.
발행사가 딜 진행작업 전체를 관리하는 능력도 회자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딜 과정에서 주관사들에게 수수료를 주는 데 있어, 인센티브 방식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금리 수준을 얼마나 낮추냐에 따라, 주관사가 취할 수 있는 수익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상황에서는, 최대의 보상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이다. 발행사의 의도대로, 주관사들이 최고의 인센티브를 받는 범위에서 이번딜의 발행금리가 결정됐다고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특별한 수수료 지급 방식이 제대로 작동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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