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각자도생이냐, 중소형사 연합군이냐 [수요예측편]⑭대형사 카르텔 형성할 수도…중소형사 '공동' 대표주관 맞불
조화진 기자공개 2012-04-27 11:58:16
이 기사는 2012년 04월 27일 11: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실사와 수요예측이 의무화된 이후 국내 증권사들의 회사채 주선시장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충분한 전문인력과 인수능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가 대표주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소형사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대형 증권사들은 회사채 발행제도 개편 자체가 국내 IB 시장을 대형사 위주로 꾸리겠다는 정책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회사채 주관·인수시장에 뛰어드는 현재의 난맥상으로는 어느 곳도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걸 인식한 정부와 업계가 시장의 판 자체를 다시 짜고 있다는 것이다.
◇ 회사채 주선시장, 대형사와 중소형사로 양분되나
수요예측 등 새로운 발행절차가 정착되면 수혜를 입게 될 대형 증권사로는 대우증권 동양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이상 가나다순) 등 7개사가 꼽히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이른바 'Big 3' 증권사가 선두 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양증권은 자본력 부족과 종금 라이선스를 상실한 이후의 업무 재편, 신한금융투자는 자본력 및 세일즈 능력 부족,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검증되지 않은 주관·인수 능력 및 리스크관리 능력을 보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선두그룹과 2위 그룹 일부가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암묵적인 카르텔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체적인 총액인수가 가능한 대형 증권사일지라도 카르텔을 형성할 수도 있다. 대형 발행 건에 대해 대형사 간 원칙을 지키면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카르텔이다. 실제로 최근 한 대형 증권사에 몇몇 증권사들 간의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연합전선 구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모집과 인수능력의 한계를 인해전술로 돌파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뀐 제도에 맞춰 생존해야 하는 부담이 큰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합종연횡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2~3개 중소형 증권사가 대표주관과 인수를 공동으로 맡는 사례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DCM 관계자는 "지금 당장 수요예측을 포함한 회사채 발행 시장 제도 개선이 이뤄지긴 어렵다고 본다"며 "과도기적인 상황에 맞게 각각의 증권사가 생존 전략을 짜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환 물량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만큼, 계열 그룹사 물량이거나 차환하려는 회사채의 대표주관사였다면 아무래도 실적 쌓기 유리한 시기다"고 덧붙였다.
◇ 대우·삼성·우리 Big3, 각자도생 속 카르텔?
앞으로 개선된 회사채 발행 제도가 시장에 정착할 수록 만기는 길어지고, 발행 규모는 지금 보다 클 것이다. 회사채 시장은 △총액인수가 가능한 대형사 △다수의 인수단을 꾸리는 전략을 택할 증권사들로 양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증권사가 단독으로 대표주관을 맡아 총액인수하는 구조와 복수의 중소형사가 공동으로 대표주관과 인수를 맡는 형태는 당분간 공존할 전망이다.
우선 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은 각자 경쟁하면서도 중소형사들의 진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카르텔 형성 가능성이 있다. 제도개편에 맞는 시장의 규율(Market Principle)을 대형사 중심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또 자신들이 따낸 딜에 대해서는 단독으로 대표주관을 맡고 3~4개의 소수 인수단을 꾸리는 방식이 유력하다.
한 대형증권사 DCM팀 관계자는 "카르텔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도 변경에 맞게 논의하는 수준이다"며 "리스크가 있고, 수요예측을 통한 완전 시장 금리로 발행이 어려울 때는 인수단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증권사와의 협업이 가장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현대증권·SK증권이다. 신한금융투자는 SK증권이나 삼성증권 등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증권 또한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증권사들과의 관계가 좋다.
신한금융투자, SK증권이나 HMC투자증권의 경우 그룹 계열사 발행 물량을 전량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라인을 가지고 있다. 그 라인을 바탕으로 바터 거래를 해 왔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인수단이나 공동 대표주관사 참여가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자본력으로만 보면 대형사지만, 정해진 그룹사 물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거래가 어려운 발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라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넘나드는 영업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각 하우스별 특징이 있는만큼 발행 건 별로 협업을 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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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사 인해전술 나설 수도…KB투자증권 중심의 연합군?
중소형 증권사는 다수 대표주관과 다수 인수단이 되는 딜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사 DCM 관계자들은 각각의 이해관계 때문에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회사채 주관을 맡거나 인수단을 꾸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형 딜에서 트렉 레코드를 쌓을 필요가 있는만큼 빈번한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지난 20일 하이트진로는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기업 정보 수정 외 공동주관사였던 KB투자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을 대표주관사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2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대신증권을 포함한 3개의 대표주관사와 6개의 인수사가 나섰다.
KB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 연합군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KB투자증권은 규모면에서는 중소형사지만 2011년 머니투데이 더벨 리그테이블에서 대표주관사 1위를 차지할 만큼 DCM 업력이 뛰어나다. 증권사 관계자는 "KB투자증권은 자체 운용북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낮은 발행 금리를 제시해 발행사들의 요구를 맞춰줄 수 있었던 것은 기관투자가라 할 수 있는 중소형 증권사와의 관계 덕분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이나 메리츠종금증권, 동부증권은 그룹사 물량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소형사들이다. 이트레이드증권은 LG그룹 계열사 물량 일부를, 메리츠종금은 한진중공업 딜을 맡아오고 있다. 동부증권 또한 동부제철 및 동부한농 등 계열사 회사채 발행을 전담하고 있다.
몇몇 증권사들은 이번 기회에 아예 DCM을 할 수 있는 하우스를 제한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너무 많은 증권사가 좁은 시장에서 싸우다 보니 비이상적인 관행이 나타났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대형사들의 목적은 최대한 회사채 발행 제도 개선안이 시장 안에 정착하는 것이다.
증권사 DCM 팀장은 "제도의 취지에 맞춰 수요예측이 시행되고, 총액인수를 기본으로 한다면 중소형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수의 대표주관사를 선정하든지 인수단에 여러 증권사가 들어가든지 나름대로의 전략들이 있겠지만 회사채는 단위가 커 인수에 대한 부담이 있는만큼 자연스럽게 경쟁 증권사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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