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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흐름 개선됐지만…, 착시효과? 매입채무 급증이 주 요인.."투자비 확보에 활용" 지적도

김장환 기자공개 2012-06-21 09:25:31

이 기사는 2012년 06월 21일 09: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는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이후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NCF는 기업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능력을 판단할 때 영업이익과 함께 유용한 지표로 활용된다. 따라서 NCF의 개선은 마힌드라 인수 후 쌍용차에 일어난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선된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현금흐름의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 과도하게 늘어난 매입채무가 주요인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현금흐름의 개선은 단순한 '착시효과'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변화에 또다른 이유나 배경이없는지 주목하고 있다.

◇현금흐름 개선은 매입채무 급증 탓..'착시효과' 노렸나

개별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말 쌍용차의 NCF는 1975억 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도 722억 원의 순현금흐름을 기록하며 예년보다 출발이 좋다.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쌍용차의 NCF는 적자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에 불과했다. 2010년 NCF는 단 40억 원, 전년도에는 1135억 원의 마이너스 흐름을 보였다.

NCF가 '마이너스'면 해당 기간동안 그만큼의 현금이 외부로 흘러 나간거고, '플러스'면 해당 규모만큼 자금이 들어와 쌓였다는 소리다. NCF만을 놓고 보면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이후 현금흐름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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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1년여 간 쌍용차에서 일어난 NCF 증가를 긍정적으로만 보기가 어렵다. 현금흐름이 풍부해진 이면에 마힌드라그룹 인수 후 급격하게 늘어난 매입채무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 차량용 강판 등 외부에서 자동차 제조를 위한 물품을 받아오면서 현금 대신 '외상'으로 빚을 지고 가져오는 규모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소리다.

반면 매출채권은 마힌드라그룹 인수 후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0년 말 1672억원이었던 매출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1435억 원까지 줄었다. 올 1분기에는 이보다 다소 늘어난 1527억 원이다. 정상적인 영업활동 하에서 매출채권은 매출 변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증감을 한다. 매출량이 늘다 보면 외상으로 주는 물건이 늘고, 반대의 경우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쌍용차의 매출량 변화를 보면 매출채권 변동폭은 정상적인 범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매출채권과 매입채무의 미스매칭(불일치)이 과도하게 커졌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지난 1년간 매입채무 증가폭이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매출채권과 매입채무는 회전일수를 떠나서 규모를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상으로 물품을 주고 나중에 받을 대금(매출채권)과 후 결제를 약속한 대금(매입채무)을 '매칭'시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자금운용 압박을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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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늘어 사업성이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금이 쌓인 이유가 실제 수익을 내서가 아닌, 단순히 매입채무를 비상식적으로 늘려 현금흐름이 좋아 보이는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말부터 2012년 3월 말까지 발생한 총 영업활동현금흐름 2697억 원 중 무려 2154억 원이 매입채무를 증가시켜 조달한 자금으로 나타난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 때 금융거래에 제한이 있었는데 이게 풀리면서 거래처에 어음발행을 통한 물품 구매량 증가와 함께 매입채무가 늘어난 것"이라며 "하지만 4월 1일부로 740억원에 달하는 매입채무를 결제했기 때문에 현재 매입채무가 이 정도 수준으로 쌓여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매출채권과 매입채무는 일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꼭 양축이 매치가 돼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 재무건전성도 안정적 수준이어서 부담이 없다"고 밝혔다.

◇투자비는 없고, 줄 돈 미루고, 현금확보 먼저?

하지만 일각에서는 쌍용차가 올해 계획된 투자비를 확충하기 위해 매입채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 인수 후 "스스로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고, 당장 쌍용차는 자금 여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매입채무 증가 속도에 맞춰 현금성자산도 꾸준히 쌓이고 있다. 2010년 말 1628억 원이었던 매입채무는 올 1분기 3782억 원으로 총 2154억 원 가량이 늘었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806억 원에서 2357억 원으로 1550억 원이 증가했다. 단순히 돈이 없어서 매입채무를 급격히 늘렸다고 보기만은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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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의 매입채무 급증이 마힌드라 인수 이후 자금흐름이 원활해진 것처럼 보이기 위한 '눈가림'이란 분석도 있다. 쌍용차의 현재 매입채무는 수익성을 기반으로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한 외부 차입을 통해 갚아줘야 할 자금이어서 사실상 '차입'에 가깝다. 다만 직접적으로 차입을 늘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무적으로는 부담이 덜해 보이는 현상을 낳았다.

다만 쌍용차 측은 "매입채무의 경우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에 마힌드라그룹의 인수 효과 과시용이거나, 단순히 현금흐름을 좋아보이게 하기 위한 시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매입채무를 늘리면 부채비율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업계의 해석이 100% 맞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면도 있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차라리 투자자금 확보에 금융권 차입을 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통상 매입채무의 경우 3~6개월 주기로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초단기 유통자금에 가깝다. 그만큼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쌍용차를 '일반적인 기업'의 범주에 넣기 힘든 면도 있다. 기업회생절차에서 벗어난 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금융권 거래가 전무하다. 954억 원의 장기차입금을 쥐고 있지만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될 당시 찍었던 회사채다. 언젠가 마힌드라그룹에 갚아줘야 할 돈이다.

산업은행에서 빌려온 단기차입금을 일부 쥐고 있지만 이 역시 제대로 된 한도액이 설정된 범위 내 차입으로 보기가 어렵다. 과거 회생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투입을 약속한 운영자금이고, 규모도 300억 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쌍용차는 기존 금융권 대출을 받기 위해서 신규로 대출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한 기업의 경우 신규 법인 대우를 받고 크레디트라인(대출 한도) 심사를 거쳐 대출 한도액이 설정된다. 현재 재무구조 및 수익성을 봤을 때는 신규 설정 한도가 턱없이 낮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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