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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구조의 불리함, '르노'만 이득? 수출 확대 불구 판매마진은 고스란히 르노그룹으로..사실상 '생산기지' 전락

김장환 기자공개 2012-07-31 12:29:34

이 기사는 2012년 07월 31일 12: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르노삼성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다. 내수보다 해외시장 판매량이 더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설립 후 처음으로 수출 판매량이 내수를 앞질렀고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역시 수출량이 더 많다. 2년 전까지만 해도 60여개국에 못 미쳤던 수출국은 이제는 유럽·북미·남아프리카공화국·중국 등 세계 75개국으로 확대됐을 정도다.

하지만 해외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정작 르노삼성의 수익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수치상으로는 그렇다. 대주주인 르노그룹과의 '상하 관계'에 따른 불편한 협상 구조와 독자적 딜러망의 부재 등이 그 이유다. 판매를 도맡아 르노그룹이 하다보니 마진 획득의 기회 역시 르노가 대부분 가져가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르노삼성 내부에서도 자체적인 해외 수출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 특히 수출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 판매마진을 르노삼성이 일부라도 가져오는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르노그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대주주인 르노는 이를 방치하거나 오히려 이런 구조를 조장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수출 늘어도 이익은 르노가 가져가는 구조, 영업이익률의 정체 이유

르노삼성의 국내 경쟁사들인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차 등은 해외시장에서 자체적인 수출판매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들은 국내 혹은 해외 생산 공장에서 완성차를 만들고 각국 판매 법인과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딜러사업자들에게 차량을 넘겨 판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자체적인 직영판매점을 운영해 딜러의 손을 거치지 않는 바로 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쌍용차는 대부분 수출지에서 직영점 없이 메인헤드쿼터 딜러들에 차를 판매하는 구조다.

딜러사업자에 차를 넘기는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통상 생산원가에 15~25%정도의 생산마진을 붙여 딜러에 넘기고 딜러는 10% 안팎의 판매마진을 더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즉 소비자가격 1400만 원짜리 차량의 경우 자동차업체들은 1000만 원에 차를 만들어 딜러에게는 1250만 원에 넘긴다. 차량 한 대가 판매되면 250만 원은 자사의 몫, 나머지 150만 원은 딜러의 마진인 셈이다. 물론 각각 업체들이 마진율 공개를 꺼리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어렵다.

르노삼성은 통상적인 이런 마진 구조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판매 시장에서 르노삼성은 르노본사에 완성차를 공급하고, 르노본사가 다시 이를 현지 딜러들에 되파는 구조다. 일본 시장에서는 닛산이 이런 역할을 한다. 르노삼성은 차량을 수출할 때 다른 곳과 달리 한 단계 유통 단계를 더 거치는 셈이다. 때문에 르노삼성은 수출시장에서 차를 팔아도 다른 자동차업체들처럼 소비자가격 1400만 원짜리 차를 만들어 회사가 250만 원 마진을 다 가져갈 수가 없다.

르노 본사는 완성차를 공급받아 딜러에 넘길 가격까지 고려해 르노삼성과 마진 분배를 한다. 문제는 대주주에게 차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르노삼성이 마진을 최대화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이 250만 원의 총 생산마진을 가져가지 못하고 200만 원 가량을 남기는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출시장에서 판매되는 르노삼성 차량만을 놓고 보면 단순히 르노그룹의 '생산기지' 역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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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이 해마다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2007년 7.7%에 달했던 르노삼성의 영업이익률은 해가 갈수록 축소됐다. 총판매대수가 27만 대에 달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10년 영업이익률은 단 0.1%. 그해 매출액은 5조1678억 원, 영업이익은 34억 원이다. 판매고가 17만~18만 대에 그쳤던 2~3년 전보다도 영업이익률이 심각하게 둔화됐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은 닛산으로부터 부품을 매입해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엔고현상이 영업이익률 저조의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2009년 42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때 엔고에 발목을 잡힌 것이 맞다. 그해 2월 평균 엔/원환율은 1546원대로, 불과 1년 사이 두 배가 넘게 뛰었다. 이후 1000원선 이하로 환율이 내려간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엔고 현상이 심화됐다.

하지만 이때는 완성차에 들어가는 닛산 부품이 80~85% 가까이 됐을 때다. 2009년 말부터 부품의 국산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르노삼성은 2011년 초 이미 닛산 부품 비중을 49%까지 줄었다. 결국 닛산으로부터 수입해 오는 자동차 부품으로 인한 제조원가 비중 상승 요인은 2010년부터 급격하게 완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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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국환중개 기간별 매매기준율.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2010년부터 르노삼성의 해외수출 물량이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점을 주목한다. 그해 르노삼성의 수출 차량 대수는 11만5783대로 전년(5만6180대) 보다 두 배 가량 늘었다. 반면 내수시장 판매 대수는 10만9221대로 전년 보다 5만 대 넘게 줄었다. 이듬해에는 해외에서 13만7738대를 팔아 수출이 내수(10만9221대)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총 판매대수에서 외수가 차지한 비중은 55.8%까지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완성차를 르노본사와 닛산에 공급하고 생산마진만 가져가고 있고, 나머지 판매마진은 고스란히 르노나 닛산의 몫이다"라며 "본사 및 계열사에 완성차를 넘기다보니 르노삼성의 마진은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공급이 이뤄져 수출물량이 늘어나도 영업이익이 비례해 함께 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독자딜러망 부재..르노의 방치와 의도?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차의 내수판매 부진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까닭에는 르노삼성에겐 불리하고 르노그룹에겐 유리한 이런 '악성 마진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 구조만 유지해도 어차피 르노그룹으로 유입되는 마진을 최대화할 수 있다. 지난 20일 카를로스 곤 회장이 방한해 "르노삼성의 부산 공장에 닛산 차량 8만 대를 위탁생산하겠다"고 밝혔듯, 르노삼성차가 국내에서 안팔려도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할 대안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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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르노삼성이 '르노'의 판매망에서 벗어나 별도의 수출 네트워크를 만드는게 반드시 해결책인 것만은 아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수출국에 직영점 한 곳만 설립해도 총 75개를 만들어야 하고, 필요한 인력 고용 및 운용비 문제 등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판매 마진을 포함한 수출 마진을 모두 취하는 게 좋기는 하지만 최소 5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야 실제 실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여러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는 브랜드 확보와 판매 네트워크 관리가 생존의 키워드다. 르노삼성도 대주주와 함께 독자적으로 살 길을 마련하기 위해선 홀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다듬어야 한다. 이따금 터져나오는 르노그룹의 '철수설'이나 '지분매각설' 등은 조직내 불안한 신뢰를 낳고 있다.수익성 회복이 절실하고 이를 위한 독자적인 해외수출 딜러망 확보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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