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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보증제한 묶인 '웅진', 1조 연대보증 미스테리 공정거래법 피해간 자금보충약정..연쇄부도 방지한다던 지주회사 제도 '구멍'

문병선 기자공개 2012-10-02 15:25:09

이 기사는 2012년 10월 02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9년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웅진홀딩스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 채무보증 제도에도 불구 1조원 규모의 소속회사간 연대보증을 섰고, 결국 보증을 해소하지 못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 금지하고 있는 채무보증을 지주회사가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관련제도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겉으로 드러난 재무구조는 비교적 견실한 웅진홀딩스가 자회사에 대한 빚 보증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 회사의 채무보증을 제한하는 근거법과 관련 부처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채무보증을 엄격히 제한했어야 할 감독기관이 수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또 근거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는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국내 계열회사에 대하여 채무보증을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200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2009년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이 규정대로라면 웅진그룹은 2년의 유예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중반까지 부실의 원인이 된 채무보증을 해소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에 이르게 됐다.

업계의 추산치일 뿐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웅진그룹의 연대보증 규모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파악하고 있는 웅진그룹의 채무보증 규모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먼저 웅진그룹은 최근까지 약 1조839억원 규모의 소속회사간 연대보증 부담을 갖고 있던 것으로 업계에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웅진홀딩스의 극동건설 및 PF대출상환 관련 '자금 보충 약정' 금액만 4445억원으로 추정된다.

실제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아제코코리아, 랜드마크, 에스디와이개발, 더블유피디제일차, 해안산업개발 등의 회사 대출에 총 3885억원 규모의 자금보충 약정을 금융기관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된다. 대부분 부동산 시행사이고 극동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극동건설은 이들 시행사에 연대보증을 제공했고 웅진홀딩스가 여기에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해, 최종 상환 부담을 웅진홀딩스가 지고 있는 구조다.

웅진그룹 계열사간 채무보증 추이

하지만 공정위측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웅진그룹의 채무보증 잔액은 고작 357억원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공정위의 연도별 '대기업집단 채무보증 현황 공개' 자료에 따르면 웅진그룹 소속회사간 채무보증 금액은 2180억원(2008년)에서 3467억원(2009년)으로 늘었다가 이듬해부터 큰 폭 감소해 올해 4월12일 기준 357억원으로 줄었다.

결과론적이지만 만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좀 더 세밀히 웅진그룹의 채무보증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제한했었더라면 극동건설의 위기가 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회사들에 대한 무분별한 채무보증을 금지하고 부실이 전이되는 것을 막기위해 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됐는데 웅진홀딩스의 경우 이 제도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보증 때문에 법정관리에 가게 된 이상한 사례"라며 "지배구조의 투명함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지주회사 제도가 완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법조계 한 변호사는 "보증을 금지하면 또 다른 지원 방식을 찾는 게 기업의 속성"이라며 "그 방식은 진화했으나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담고 있는 '채무보증'이라는 개념은 구시대적 정의에 치우쳐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0조의 2(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의 금지)' 조항에서는 '채무보증'을 국내금융기관의 여신과 관련한 채무보증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예컨대 극동건설이 시중은행에서 1000억원을 빌리고 여기에 웅진홀딩스가 상환보증을 설 때만 이를 채무보증으로 인식한다. 자금 보충 약정 등은 별도의 약정이므로 채무보증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모기업과 소속기업의 지원 방식은 외환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예를 들어 웅진그룹의 경우 계열사 주식을 대신 담보로 제공하고 지급보증을 했다. 신용으로 채무보증을 선 게 아니어서 '채무보증'으로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주식담보가치가 하락할 경우 웅진홀딩스는 금융기관에 추가로 담보를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채무보증으로 봐야 한다. 법이 만들어졌던 1995년의 경우 지급보증이 국내에서 만연했다. 하지만 지급보증은 최근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간 거래에서 거의 사라지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한 관계자는 "자금보충약정 등은 채무보증으로 집계하지 않는다"며 "금융기관의 여신과 관련된 보증만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웅진의 사례처럼 '시행사-시공사(극동건설)-지주회사'로 이어지는 보증은 보증으로 파악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시행사의 경우 시행사 소속 개인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웅진그룹의 계열회사로 분류되지 않는다. 1차 차주가 웅진의 계열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웅진 전체 보증 규모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다수의 건설회사들이 비슷한 구조의 프로젝트 개발을 하고 있다"며 "은행이 대출을 해 줄 때는 최종 지급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보고 대출을 해 주기 때문에 광의로 보면 채무보증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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