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공백 NPL 시장…농협·수협 비상 7.4조 매물예상에 투자자 공백·담보가치 하락…"농·수협 NPL시장 몰이해"
백가혜 기자공개 2012-10-29 17:00:27
이 기사는 2012년 10월 29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침체 여파로 부실채권(NPL) 매물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 수요 부족으로 농협과 수협 등 은행권이 비상이다.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2012년 4분기 NPL 매각 예상 규모는 약 3조 원이다. 지난해 4분기 매각 물량은 2조6000억 원이었다. 2012년 총 매각규모는 7조4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2010년과 2011년 NPL 매각 규모가 각각 5조4000억 원, 6조4000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NPL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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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L 시장 규모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투자자는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NPL 입찰 1건에 통상 2~5곳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하지만 4분기 입찰 예정 건들 가운데는 간신히 유효경쟁이 성립될 것으로 예상되는 매물이 있을 정도다. 유암코와 우리에프앤아이(우리F&I)를 제외한 투자자들은 많은 투자 건들 가운데 1~3건의 입찰을 성사시킬 정도의 자금조달능력을 가졌다. 이 때문에 NPL을 매각하려는 은행 가운데 일부는 자문사와 긴급회의를 열어 투자자 유인책을 고민하는 실정이다.
◇ NPL시장 커졌지만 수요공백
공급에 비해 수요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올해 들어 NPL 시장 참가자들이 대거 시장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먼저 과거 NPL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저축은행의 공백을 들 수 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여파로 모아저축은행, 신라저축은행 등이 시장에서 발을 뺐다. 그나마 현대스위스저축은행만 수익성 제고를 위해 NPL투자에 계속 참여하는 정도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 9월 농협의 1100억 원 NPL 입찰에 참여했다.
저축은행 외에 피엔지에셋대부, 베리타스자산대부, 에이스엔와이대부, 남일에셋대부 등 대부업체도 올해 들어서는 NPL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NPL 시장에서 이탈한 배경에는 유암코와 우리F&I의 급격한 성장이 있다. 가격 경쟁에서 중소 업체들이 유암코와 우리F&I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NPL 투자자문 담당자는 "하이 리스크·하이리턴의 투자 원칙이 이제는 하이 리스크·로우 리턴으로 바뀌며 시장판도를 변화시켰다"라며 "대형투자자 중심의 시장구조 재편으로 낙찰가격이 높아져 투자 수익도 그만큼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유암코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8%로 알려져 있다.
NPL 물량의 최대 흡수처인 유암코는 은행이 출자해서 만든 배드뱅크여서 적절한(?)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유암코는 시장가를 떨어뜨린다는 일부 시장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인사로 공정가치심사위원회를 두고 있기도 하다.
투자자 공백 속에 NPL 담보물건의 가치가 낮아진 점도 NPL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탓에 담보로 잡힌 부동산 가치도 낮아졌다. 부실채권의 60% 이상이 부동산 담보 채권임을 감안할 때, 담보로 잡힌 부동산의 시장가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어 투자자들은 가격을 보수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유암코와 우리F&I 같은 대형 투자자들은 실사 전담팀을 조직적으로 꾸려 부실채권을 보다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부실채권 부동산 담보가치는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 2008년 낙찰가율이 85% 이상이었다면 지금은 70%까지 떨어져 담보 가치가 10~15% 정도 떨어졌다고 대략적으로 추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담보가치 최대 15% 하락
종류별로 분류하면 주거시설 낙찰가율이 2008년 81.85% 대비 2012년 현재 76.47%로 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업무 및 상업시설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55~56%, 공업시설은 68~80%를 유지하는 반면 토지 낙찰가율은 크게 하락했다. 토지의 2008년 평균 낙찰가율이 83.21%였다면, 2012년 현재 66.31%로 큰 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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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으면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감내하고서라도 펀딩을 해서 시장에 들어갈 수 있을텐데 현재로서는 그럴 만한 유인이 없다"고 전했다. 부실 PF채권의 경우 통상 시장가가 원금의 20~30% 수준이다. 35~40% 수준에 팔린 채권이 있다면 '비교적 잘 팔린 것'으로 인식된다.
이런 상황 탓에 NPL 물량이 많은 농협과 수협은 비상이다. 농협과 수협의 지난 2분기 NPL 비율은 각각 2.11%, 2.27%에 이른다. 농협과 수협은 올 하반기에 NPL 입찰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실사 가격과 MRP(예상가격) 간의 괴리가 커 번번이 유찰됐다.
NPL투자업체 관계자는 "농협과 수협은 정리해야 할 NPL매물이 많음에도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여전히 높은 가격을 기대해 최근 매각이 다수 유찰됐다"고 말했다.
수협 관계자는 "내부에서 측정한 MRP가 맞지 않을 경우 시장가에 맞게 MRP를 재측정해서 시장에 내놨다"고 말했다. 수협은 올 4분기에 약 1000억 원의 NPL을 정리해 부실채권 비율을 1.6~1.8%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농협은 4분기 예상 매각 물량이 2500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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