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 '유통망' 얻고 '브랜드'는 잃고 현대백화점그룹 피인수효과 '미미', 수입브랜드 확충 과제
신수아 기자공개 2012-12-05 10:22:14
이 기사는 2012년 12월 05일 10: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급 여성복의 명가 한섬이 현대백화점 그룹을 만났다. 탄탄한 브랜드력의 한섬과 든든한 유통망의 현대백화점 그룹의 만남에 업계의 전망은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시너지 창출을 통해 한섬이 정상급 패션 기업 반열에 오를 것이란 기대는 시기상조다.최근에는 셀린느(CELINE)와 지방시(GIVENCHY)등 수입 브랜드들이 연이어 이탈하며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 대어 발렌시아가(BALENCIAGA) 역시 직진출을 선언했다. 현대백화점이 긴급 수혈에 나서 보유 브랜드를 한섬에 편입시켰으나 매출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섬은 조직을 재정비하며 수입 브랜드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나섰다. 한섬의 성장통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당장 내년의 실적이 그 해답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 고급브랜드 주축의 한섬, 현대백화점에 피인수.... 효과는 '글쎄'
현대백화점 그룹의 현대홈쇼핑은 지난 1월 13일 한섬의 지분 34.6%를 4200억 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타임(TIME)', '마인(MINE)' 등 전통의 고급브랜드를 보유한 한섬이 현대백화점 그룹이라는 유통망을 등에 업는 순간이었다.
일단 시장은 '윈-윈'을 점쳤다. 한섬은 현대백화점 그룹을 통해 그간 단점으로 지적됐던 유통망을 정비했고, 사업다각화를 고민하던 현대백화점 그룹은 한섬을 통해 패선업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며 "의류업체 대부분이 자체 유통망에 의존하기 보단 백화점이나 마트, 홈쇼핑 등을 통해 견인하는 매출 볼륨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87년 설립된 한섬은 'TIME', 'MINE', 'SYSTEM', 'SJSJ' 등 6개의 고급 자체 브랜드와 끌로에(Chloe), 랑방(LANVIN) 등 수입브랜드 라이선스를 보유하는 등 총 14개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 개별기준 매출은 5010억 원, 영업이익은 1078억 원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은 10%, 차입금의존도는 1%에 지나지 않는 우량한 기업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통해 그룹 주력사업인 백화점을 운영하며 동시에 홈쇼핑 사업도 영위해 소매유통업 부문에서는 확고한 인지도와 시장지위를 가지고 있다. 충분히 양사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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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들어 한섬의 실적은 줄곧 성에 차지 않아 보인다. 지난 1·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상승했으나, 영업이익은 1분기 224억 원으로 7.4%감소했고, 2분기는 지난해에 비해 26.7% 줄어든 159억 원으로 나타났다.
3분기 상황은 더 어둡다. 한섬의 3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7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7%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감소폭은 더 컸다. 3분기 영업이익은 101억 원으로 작년 3분기에 비해 48.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일단 지난해 발생했던 일회성 요인(스카이라이프 지분 처분이익 및 임대수입)이 제거된 탓이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했으나,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 경기 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그간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주력 내수 브랜드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우려가 크다. 남성복 브랜드 SYSTEM HOMME를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개의 자체 브랜드 매출이 전부 부진했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일단 전반적으로 경기 둔화가 미치는 영향이 크긴 하지만, 과거에는 경기가 안좋아도 주력브랜드들은 선방했었다"며 "이를 감안할 때 기존의 주력 내수 브랜드들 마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인수 시너지가 가시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섬의 기존 브랜드들은 인수 전 이미 현대백화점에 입점된 경우가 많아 즉각적인 유통망 확대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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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력 수입브랜드 연이어 이탈.... 수입사업부 강화 조직 재정비
최근 한섬이 전개하던 주요 수입 브랜들이 연이어 이탈했다. 올들어 한섬이 국내에서 판매해 오던 지방시와 셀린느의 판매권계약이 종료됐다. 12월 말에는 발렌시아가의 계약도 만료된다.
총 세개의 수입 브랜드가 포트폴리오에서 제거된다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2011년 기준 수입명품부문 매출액은 738억 원으로 이 중 3개 브랜드 매출액은 대략 380억 원 수준으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 때문이다. 지방시와 셀린느의 매출이 제거된 올 3분기부터 당장 매출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군다나 한섬에서 이탈한 명품브랜드들은 경쟁사 신세계인터내셔널에 합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섬의 소극적인 브랜드 전개 전략이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한섬이 자체 브랜드를 우선하며 경쟁업체에 비해 수입 브랜드 전개에 소극적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수입브랜드 전개의 유통망이나 노하우가 경쟁업체들에 비해 약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례로 지방시가 경쟁업쳬 신세계인터내셔널에 넘어간 이후, 청담동에 단독 매장이 생기는 등 명품 브랜드사의 만족도가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한섬이 오랫동안 시장에서 인수주체를 저울질하면서 명품 브랜드사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또다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한섬의 인수주체가 SK네트웍스, 신세계인터, 현대백화점 그룹까지 다양하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왔다"며 "한섬의 경영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외 브랜드사들이 계약 연장 의지를 꺾는데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현대백화점에서 양수한 '주씨꾸뛰르(JUICY COUTURE)'와 '올라카일리(ORLA KIELY)' 등이 편입됐으나 셀린느와 지방시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또한 내년에 직진출을 선언하며 한섬에서 이탈하는 발렌시아가는 단독 연매출이 220억 원에서 25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NH농협증권의 배은영 애널리스트는 "이탈한 브랜드의 매출이 현대백화점에서 양도받은 브랜드의 매출보다 약 50억 원 정도 많아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현재 새로운 수입브랜드를 물색하며 꾸준히 접촉하고는 있으나 실적으로 언제쯤 이어질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섬은 수입브랜드 사업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고 나섰다. 사업부를 수입과 내수 부문으로 분리하며 조직을 재정비하고 적극적으로 외부 인력을 영입하는 모양새다. 특히 수입사업부 책임자 급에 제일모직에서 해외상품사업을 담당하던 인사를 영입했으며, 수입 브랜드 마케팅 역시 나이키 출신의 베테랑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상 신규 브랜드 전개가 유통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브랜드 성공의 관건이 될 수 있어 '유통망'을 장착한 한섬은 일단 든든해 보인다. 과거에도 국내에서 백화점 위주로 브랜드를 선보여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욱 고급스런 이미지의 브랜드력을 쌓은 경우가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의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현대백화점의 유통 채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수입 상품 강화 전략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이미 국내에 대부분의 고급 브랜드들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일내에 만족스런 결과를 내놓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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