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8조원'인 군인공제회가 중소기업? 군공, 대기업 빠진 IT시장에 신규진출....국방부 IT프로젝트 등 입찰참여 '중소기업 피해 우려'
이상균 기자공개 2013-01-07 11:17:11
이 기사는 2013년 01월 07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 규모가 8조원에 달하는 군인공제회(이하 군공)가 중소기업으로 규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기업 수준의 자본력을 갖춘 군인공제회가 최근 정부기관의 IT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한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최근 정부의 규제로 대기업들의 영업활동이 주춤한 사이 군공이 IT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룡' 군공의 시장 진출로 중소 IT기업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군인공제회, 비영리 특별법인으로 분류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업은 2012년 12월 국방부가 발주한 전산장비 유지보수 사업이다. 발주 규모는 총 80억 원에 육박한다. 이 사업에는 군공-현대U&I를 비롯해 총 4개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였다. 모든 컨소시엄이 대기업-중소기업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정부가 발주하는 사업에 중소기업이 50% 이상의 지분으로 참여할 경우 최대 5점의 가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4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해 군공-현대U&I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문제는 거대 기업인 군공이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컨소시엄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군공은 회원만 17만 명, 자산 규모 8조5000억 원, 매출액은 1조원이 넘는 곳이다. 산하 업체만도 제일F&C, 공우이엔씨, 덕평관광개발, 대한토지신탁, 한국캐피탈, 고려종합물류, 문학개발 등 10개사나 된다.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수가 1000명 이상인 기업 △자산총액이 5000억 원 이상인 기업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 매출액이 1500억 원 이상인 기업 등은 중소기업에서 제외하고 있다. 매출액과 자산 기준을 적용할 경우 군공은 중소기업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군공이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것은 법적인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했다. 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제33조에 따르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7조 단서에 따라 국가와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납품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자로서 다음 각 호의 법인이나 단체는 중소기업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 호에는 "국가유공자 등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단체 중 상이를 입은 자들로 구성된 단체"가 포함돼 있다. 군공을 지칭하는 규정이다.
군공측은 이미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마쳤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군공 관계자는 "2011년 6월 군공이 중소기업으로서 공공기관 입찰 참여가 가능한지를 중소기업중앙회에 질의했다"며 "중소기업중앙회가 다시 기획재정부에 의견을 물은 결과, 군공은 비영리 특별법인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한 내용은 기재부 문서 676호 ‘군인공제회가 수의계약 체결 대상 단체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한 회신'에 담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기업 진출 막는다" vs 군공 "법적 문제 없어 시장 진출 강행"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군공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우선 동종업계의 중소기업에게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군공이 국방부와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관련 IT프로젝트를 휩쓸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소 IT업체 관계자는 "군공이 이미 2013년 국방부와 그 산하 단체의 대형 IT프로젝트 입찰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규모나 영업력 측면에서 한참 밀리는 중소 IT기업들은 제대로 된 경쟁도 못해보고 나가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공의 IT시장 진출 시기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지난해 SW산업진흥법을 개정해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의 입찰 참여를 금지시켰다. 또한 기존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던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사유를 엄격히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3개 기업집단은 원칙적으로 공공 정보화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기업 본사와 자회사, 계열사, 관계사 등 관계 기업의 매출과 상시 근로자 수 총합이 각 300억 원과 300인 이상인 곳도 대기업으로 분류돼 40억 원 이하의 공공 정보화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아울러 산업발전법 제10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하는 기업군으로 중소기업을 이제 막 졸업한 중견기업은 매출액 300억 원, 종업원수 300명 이상의 대기업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40억 원 이하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즉,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대기업의 IT프로젝트 입찰을 제한하고 있는 마당에, 군공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군공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기 이전인 2012년 5월에 소프트웨어 사업자로 신고를 하는 등 사전준비를 마쳤다. 정부 규제 덕분에 무늬만 중소기업인 군공이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셈이다.
소프트웨어 업체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서 중소기업인 군공은 컨소시엄 내에서 무려 60%의 지분을 보유해 다른 중소기업(지분 50%)에 비해서도 많았다"며 "이는 컨소시엄 내 대기업인 현대U&I조차도 군공을 갑으로서 대우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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