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요구' 거부당한 우리은행, 금호산업 가압류 295억 상환 또는 KAPS 지분 50% 담보제공 요구..산업은행은 상환 거부
문병선 기자공개 2013-02-18 11:08:05
이 기사는 2013년 02월 18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금호산업의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KAPS) 매각 수취대금 계좌를 가압류했다. 우리은행으로부터 신용공여를 받아 KAPS를 설립했으니, 반대로 금호산업이 KAPS 지분을 매각했다면 이 지분에 걸려있는 대출금을 우리은행에 먼저 상환해야 한다는 요구다. 지난해부터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을 상대로 수차례 담보 제공을 요구했으나 묵살당하자 계좌 가압류라는 초강수를 쓰게 됐다.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약 2주일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금호산업의 KAPS 지분(50%) 매각대금(약 620억원) 수취계좌를 대상으로 가압류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계좌는 산업은행 계좌다. 이르면 이번주 초 공탁 과정을 거쳐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은행은 2006년경 금호산업이 KAPS 지분출자금(약 700억원)을 마련할 때 590억원을 무담보로 빌려줬다. 구조는 SPC를 활용했다. 우리은행이 '아시아나사이공'이라는 특수목적회사(SPC)에 신용공여 및 CP 매입약정을 제공한다. 아시아나사이공은 ABCP를 발행하고 발행대금을 재원으로 금호산업에 590억원을 빌려주는 구조다. 금호산업은 이 자금을 기초로 KAPS 지분 100%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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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에서는 금호산업이 KAPS 지분 일부를 매각하게 되면 매각하는 즉시 KAPS 지분을 확보하는데 끌어 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이벤트가 발생한다. 신용공여액의 사용 목적을 'KAPS 지분 인수에 한해서'라고 양측이 약정을 맺었고, 지분 매각 시에도 상환을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산업은 KAPS 지분 100%를 갖고 있다가 최근 그 절반(50%)을 아시아나항공에 721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우리은행과의 약정에 따르면 신용공여액의 절반(295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사유가 발생한 셈이다. 그러나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상환을 거부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이에 반발해 가압류 조치를 취했다.
우리은행은 대출금 상환 대신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에 수차례 담보 제공을 요구해 왔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중임을 감안한 조치다. 담보 요구물은 남아있는 금호산업 보유 KAPS 지분 50%다. 이 지분은 이미 금호산업이 베트남 호치민에 상업시설을 건설하면서 차입한 신디케이션의 1순위 담보로 제공됐다. 2순위라도 담보로 제공해 주면 대출 만기를 연장해 줄 수 있다는 요구였으나 이 마저도 묵살당했다는 게 우리은행측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아시아나사이공이 발행한 ABCP의 만기를 연장해 주면서 2순위라도 괜찮으니 해당 KAP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여러차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가압류 조치는 반드시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 아닌 상징적인 조치"라며 "최소한 신용공여에 대해 2순위 담보만 제공해 주더라도 압류를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호산업 계좌 관리를 하고 있는 산업은행측은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다. 금호산업이 자금이 충분치 않아 KAPS 매각대금을 금호산업 운영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여러 채권금융회사들이 금호산업으로 손실을 보아 왔는데 우리은행만 대출금을 회수하는 길을 택하려 한다"고 했다.
산업은행 다른 관계자는 "금호산업 운영위원회에서 KAPS 매각 및 매각대금을 운용자금으로 사용키로 결의했기 때문에 상환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운영위원회에서 우리은행은 KAPS 매각대금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데 대해 부동의 했었다"며 "금호산업은 이미 KAPS 지분 50%를 아시아나항공에 매각하면서 지분 취득 금액을 전액회수했고 순자산은 1041억원 가량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이미 본 상태에서 담보제공이나 대출금 상환은 금호산업 재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리은행이 채무가 유예되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의 계좌를 가압류할 수 있는 이유는 해당 채권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협약채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워크아웃 개시 이후 비협약채권에 대해 △80% 현금상환 및 20% 출자전환 △1년 거치 2년 분할상환 등의 방식으로 대출금을 상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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