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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 사태' 되짚어보기

한형주 기자공개 2013-04-29 08:16:32

이 기사는 2013년 04월 29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가 하락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간 그룹 차원에서 건설사 살리려다 끝이 좋았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근래엔 웅진이 그랬다. 만도가 쓰러져 가는 모회사(한라건설) 회생에 몸을 던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곧 투자 리스크로 떠올랐다.

처음 만도 주가가 하한가로 떨어졌을 때만 해도 정몽원 회장은 '그럴 수 있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락세가 연일 이어지면서 주가 7만 원선까지 위협받자 그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엿새 동안 매일같이 자사주를 사들인 것에서 그 다급함을 읽을 수 있다.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 공시 이후 나흘 간, 만도 주가는 과도하게 떨어졌다. 그룹 리스크 외에 불필요한 우려감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최근 증권가에선 작정한 듯, 만도의 문제를 부각시킨 분석을 잇따라 내놨다.

주로 걸고 넘어진 게 '투자자 신뢰' 문제다. 한 마디로 만도가 시장의 신의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꼭 그렇게만 볼 일일까. 물론 만도가 한라건설에 3000억 원대의 자금을 투입키로 한 것이 최선이었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역으로, 만도가 자금난에 처한 모회사를 방치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불상사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아직 잘잘못을 평가할 단계는 아니란 얘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가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만도가 근본적인 신뢰 회복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또한 다분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처방이다.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에 대한 언급 없이 투자 불안 요소만 심어줬다. 유증 거래가 있을 때마다 주주들에게 미리 귀띔할 순 없잖은가.

2대 주주인 국민연금 측은 만도가 금요일 장마감 이후 한라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기습"이라고 지적한 모양이다. 국민 노후자금으로 투자해 수백억 원을 날린 연금 입장에선 뼈아플 만도 하다. 하지만 알다시피 유상증자는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 결의 사항이다. 제도적으로 만도가 연금의 허가 하에 딜을 진행할 이유는 없다.

또 다른 주요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도 경솔하긴 마찬가지였다. 만도를 상대로 증자 납입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한라건설로의 자금 집행이 먼저 이뤄진 뒤라 무효로 끝났다. 뿔난 트러스톤 측이 "향후 추가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은 오히려 주가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됐다. 본의든 아니든 '만도 사태'의 주범은 만도 자신이었지만 국민연금, 트러스톤, 애널리스트 등 기타 세력이 공범 역할을 하면서 주주 가치 훼손에 일조한 측면도 없지 않다.

만도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 여부를 떠나 주주들은 화살이 이미 시위를 벗어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이들이 두고봐야 할 것은 유동성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이다. 반대로 만도 입장에선 이 부분에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측은 "올 들어 현금성자산을 7500억 원가량 보유하고 있어 재무적 난제는 없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1분기 결산이 마무리된 지금, 일차적으로 그 진위 여부를 파악해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라건설 정상화도 간과해선 안 될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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