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6월 05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전성 제도(RBC제도) 강화를 놓고 보험사와 금융감독 당국의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다.건전성 제도 강화를 위한 금융감독 당국의 전략은 엄포와 회유다. 생명보험사 23개, 손해보험사 30개 등 총 53개사가 영업을 하고 있는 보험업계의 경우 회사별 건전성은 천차만별이다. 무리하게 건전성 제도 강화에 나설 경우 당초 취지와 달리 일부 회사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초부터 금융감독 당국은 내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제도 강화 일정을 공표하고, RBC비율 하락을 감안해 RBC비율을 200% 이상 맞추지 못하면 건전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엄포에 지난해 RBC비율이 상대적으로 열위한 중소형 보험사 일부는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에 나섰지만 반대로 RBC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대형사는 지난해 사상최대 수익을 기반으로 대규모 배당을 단행했다.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판단한 금융감독 당국은 배당자 제시 RBC제도 강화 일정을 6개월 연기한다는 회유책도 들고 나왔다. 요구자본이 수천억 원이나 증가하는 제도 강화 일정을 연기해 준다는 회유책은 적중했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지난해 고배당 성향을 기록한 보험사는 일제히 올해 배당성향을 전년 대비 10%포인트 이상 줄였다.
금융감독 당국의 엄포와 회유에 보험사도 마냥 끌려가지는 않았다. 지난해 초엔 무조건적으로 제도 강화에 반감을 드러냈지만 이제는 다르다.
영업을 통해 수천억 원을 벌어들이는 것보다 요구자본 증가 부담을 낮추는 것이 전체적으로 돈을 버는 길이라고 판단, 제도 강화 수위 완화에 필사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 맞춰 보험사는 제도 개선 시행령이 나올 때마다 가장 영향이 적은 방향으로 유권해석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금리역마진 리스크 도입시 금융감독원 담당자는 폭주하는 보험사의 유권해석 질의로 인해 업무 마비 상황을 겪기도 했다.
리스크 담당부서 뿐 아니라 CEO까지 이제는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사는 지난달 31일 최수현 금감원장과의 조찬회 자리에서 유동성 비율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등급 기준선 하향 조정, 환헤지 인정범위 확대를 통한 금리리스크 축소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과 보험사 모두 건전성 제도 강화를 위한 밀고 당기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건전성 제도 강화 계획 중 가장 보험사에 부담이 큰 금리리스크와 신용리스크 신뢰수준 상향조정 계획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입장도 팽팽하다. 금융감독 당국은 저금리·저성장에 대비하기 위해선 건전성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험사는 지금의 상황에선 제도 강화가 저금리·저성장 늪에 빠진 보험사 경영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입장이다.
이론적으론 당국의 주장이, 현실적으론 보험사의 주장이 모두 틀리지 않기에 어느 한 쪽의 입장이 보험사의 건전한 성장을 이끌지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보험사가 위기를 극복하고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선 금융감독 당국과 보험사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격의없는 논의를 통해 건전성 제고를 위한 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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