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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만 있고 고객보호는 없다 [증권 신탁, 무엇이 문제인가]①리스크관리에서 제외…내부 가이드라인도 안 지켜

임정수 기자공개 2013-10-18 10:05:00

[편집자주]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 신탁상품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탁상품은 최근 수년간 증권사들의 영업확장에 주로 활용되면서 급성장해 왔지만, 투명성이 극히 낮을 뿐 아니라 사실상 불완전판매가 만연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정기예금 기업어음, 신용연계 기업어음 등 그림자금융의 온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향후 국내 금융시장의 위기를 불러 올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증권사 신탁상품의 실태를 조사·분석하고 적절한 시장규율(Market Dicipline) 체계를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3년 10월 16일 11: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년간 증권사 신탁상품의 규모가 100조 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고객 확보를 위한 '영업용'으로만 신탁을 활용할 뿐, 리스크관리를 통한 고객 보호에는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신탁은 법적으로 운용 권한이 투자자에게 있고 위험에 대한 책임도 투자자가 지는 사적 계약이란 점을 증권사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증권사가 운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고금리를 미끼로 위험이 큰 금융상품을 부문별하게 팔고 있다는 것이다.

◇ 리스크 관리 나 몰라라…내부 운용 가이드라인, 있어도 안 지켜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신탁을 리스크관리의 대상에서 사실 상 제외시켜 놓고 있었다. 증권사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은 "리스크 관리는 증권사 고유 계정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신탁 계정을 리스크 관리의 영역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신탁 계정과 고유 계정을 따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어서 리스크 관리는 고유 계정의 영업영손자본비율(NCR) 관리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신탁 편입 자산의 신용도 등 위험을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는 경향이 많다"고 털어놨다.

일부 대형 증권사는 신탁 계정의 리스크 관리를 전담하는 신탁관리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었다. 신탁 판매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고 고객의 운용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고객이 리스크가 높은 자산을 신탁에 편입시켜 달라고 요청할 경우 이를 제어하기 위한 장치다. 한 대형 증권사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은 "고유 계정과 신탁 계정을 분리하도록 해, 신탁 운용을 관리하는 위원회를 따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탁관리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신탁 운용팀 관계자는 "신탁 잔고나 계수를 늘리기 위해 영업을 확대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관련 임원으로 구성된 신탁관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신탁과 고유 계정이 분리되면서 신탁 계정이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의 구멍이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이나 규정 위반만 아니면 신탁관리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신탁 운용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놓고 있더라도 기준 자체가 느슨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증권사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은 "증권사의 신탁 관리 내부 가이드라인은 고유 계정에 대한 리스크 관리 내부 기준에 비해 상당히 느슨하게 만들어져 있다"면서 "느슨한 관리 규정 때문에 신탁에 고위험 자산이 편입될 공산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일부 대형 증권사를 제외해 놓고는 신탁에 대한 리스크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신탁은 사적 계약' 핑계로 작용…불완전판매 가능성 농후

특정금전신탁이 투자자가 운용 자산을 지정하는 사적 계약이라는 점이 증권사가 리스크 관리를 도외시 한 데 대한 핑계거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금전신탁은 투자자가 투자 대상을 지정하는 투자 상품이다. 투자자가 운용 권한을 갖기 때문에 편입 자산의 부실이나 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원칙적으로 책임도 투자자의 몫이 된다.

증권사들은 이 점을 역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창구를 찾은 고객을 고금리로 유혹해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와 CP를 권유한다. 고객은 증권사가 판매자의 권유에 해당 증권사를 믿고 운용지시 계약서에 쉽게 사인을 하는 경향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증권사 신탁운용팀 관계자는 "고객이 운용 자산을 지정한다는 특정금전신탁 상품의 고유 특성이 증권사에게 면죄부로 작용한다"면서 "신탁 상품을 팔아 실적을 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불완전 판매의 유인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인 고객에게 판매되는 신탁은 대부분 기관 투자가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고위험 회사채나 CP가 대부분"이라며 "개인들은 부실 가능성이 크고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품에 가입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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