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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보수의 달콤한 유혹, 불완전판매 부른다 [증권 신탁, 무엇이 문제인가]③고위험신탁 보수, 기관투자자 상품의 20~40배

임정수 기자공개 2013-10-24 08:50:50

이 기사는 2013년 10월 21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들이 특정금전신탁 상품의 판매 보수를 높여 부실 가능성이 큰 상품을 팔아 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탁에 편입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수익률이 높을수록 판매로 받을 수 있는 보수가 크다는 점이 불완전 판매로 연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 개인판매 신탁보수, 기관투자가의 20~40배

동양증권은 올해 초 개인투자가를 상대로 6.5%의 고금리를 주겠다면서 채권형 신탁상품을 팔았다. 신탁에 편입된 자산은 동양시멘트가 발행한 회사채. 당시 시장 수익률은 8.4% 수준, 표면금리는 8.30%였다. 회사채를 신탁으로 포장했다는 이유로 개인들은 기관 투자가가 채권시장에서 같은 채권을 매수하는 것에 비해 무려 연 1.9%(190bp)의 금리를 포기하고 투자하는 셈이다. 개인이 1억을 투자했다면 연간 180만~190만 원의 이자를 덜 받게 된다.

채권 금리와 신탁 상품 간 금리 차이는 대부분 신탁 보수로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의 몫이 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가에게 신탁 상품을 판매하면서 판매와 운용의 대가로 증권사가 받는 보수는 투자액의 1~2% 수준이다. 경우에 따라 2%를 넘어서기도 한다. 기관투자가에게 신탁을 팔 때 받는 보수가 5bp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개인들은 20~40배의 보수를 지불하는 셈이다.

신탁 보수는 판매 시점에 선취하기 때문에 운용수익률이나 편입 자산의 부실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또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나 CP를 신탁으로 팔 때 받는 보수가 안정적인 유가증권을 판매할 때에 비해 받을 수 있는 보수가 훨씬 많다. 운용 보수로 책정되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은 판매 보수로 책정된다. 결국 위험도가 높은 유가증권이 편입된 신탁을 많이 판매할수록 영업 직원의 성과급도 늘어나는 구조다.

증권사 직원들은 보수가 높은 고위험 신탁 상품 판매를 보수가 낮은 안정적인 신탁을 판매하는 것보다 선호한다. 증권사도 기관에 팔기 어렵거나 자체적으로 보유하기를 꺼리는 유가증권을 판매하기 위해 보수를 올려 직원들의 판매를 독려한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창구 영업 직원 입장에서는 성과급으로 책정되는 판매 보수가 높을수록 판매 유인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보수 기준 없어…불완전판매 가능성 내포

이 때문에 신탁 보수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보수에 대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상품 판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증권사가 자의적으로 보수를 조정할 수 있다"면서 "편입 자산의 리스크가 높을수록 판매 직원의 보수를 높일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높을수록 판매 유인이 높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가를 대상으로 판매된 신탁 상품에 CP가 많이 편입돼 있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회사채의 경우 신탁으로 판매하는 것보다 소매채권으로 파는 게 증권사에 더 유리하다. 보수가 따로 공개되지 않아 매수 가격(수익률)과 매도 가격(수익률) 차이를 모두 보수로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신탁은 사적 계약이어서 계약서에 보수를 명시해야 한다. 보수가 공개되는 것보다 공개되지 않는 것이 유리해 회사채의 경우 신탁 판매보다는 소매로 판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반면 CP는 100억 단위로 거래되는 한편 적은 단위로 쪼개 팔 수 없다. 이러한 규제를 피해 개인에게 고위험 CP를 팔기 위해 100억 단위로 신탁에 담아 여러 개의 신탁 수익권을 나눠 설정하는 방식으로 개인에게 상품을 팔았다. 보수가 공개되지만 고수익이라는 점을 들어 높은 보수를 책정해 개인 투자가들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가가 편입 증권을 지정하고 보수도 협의해야 하는 사적 계약이지만 공시 규제나 운용 규제가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운용 방식과 보수를 미리 정해 놓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험이 클수록 보수가 높이 책정되는 구조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신탁 상품에 대한 보수 법이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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